제시문은 창의적 해석, 답안은 논리적으로 작성해야

조선율 맛있는공부 기자

2015.05.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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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시 논술전형을 시행하는 대학은 28개교, 1만5349명으로 전년도와 비교해 1개교, 2068명이 줄었다. 하지만 상위권 대학의 논술전형 선발 비중은 여전히 높다. 최근 모의논술을 치른 주요 대학의 출제위원에게 2016학년도 논술 트렌드와 고득점 비법을 들어봤다.

◇인문계ㅣ개인의 독서력 보여주는 '독특한 답안'이 고득점

고려대는 지난해부터 논술전형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 박종희 교수는 "과거 논술은 제시문을 출제자 의도에 따라 분석하게끔 출제됐다"며 "하지만 올해는 학생이 제시문을 종합해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는 능력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의 문제는 잘 차려진 요리에 '사용된 재료'가 무엇인지 물었다면, 이제는 학생에게 '사용할 재료'를 주고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성균관대는 8년 동안 출제 유형을 바꾸지 않고 있다. 유홍준 학장은 "논술의 난도와 유형을 자주 바꾸면 오히려 사교육만 부추길 뿐"이라며 "성균관대는 '안정성'을 추구하면서 학생들의 '분석력'만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다만 성균관대는 지난해 문과대 어문계 논술에 '고전' '소설'지문을, 사회계 논술에는 '사회문제'지문을 각각 출제했다. 유 학장은 "고 3 때까지 모든 문과 학생들이 똑같은 교과 범위를 공부하기 때문에 어문·사회계를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직 올해 지문 출제 방향은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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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토) 한국외대 서울캠퍼스에서 모의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한준호 기자

한국외대는 대학 특성상 제시문 4개 중 1개를 영어 지문으로 출제한다. 유기환 입학처장은 "영어 지문은 고 2 영어 수준"이라며 "수준을 넘는 단어는 반드시 각주로 알려준다"고 전했다. 한국외대는 '적용추론'능력을 최우선시한다. 유 처장은 "도표와 통계자료 등을 치환해 텍스트로 읽어내는 능력, 학문적 사고를 시사 쟁점에 연결하는 능력 등을 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독해력'과 '논리력' '창의적 해결력'을 연달아 평가한다. 단 한 문제를 출제하지만 문제에 서술(독해력), 비판(논리력), 제안(창의적 해결)을 본다고 명확히 쓰여져있다. 조성문 한양대 교수는 자기가 아는 주제가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두들겨 맞추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부분의 학생이 뻔한 이야기를 똑같이 써 낸다"며 "평소 개인의 독서력을 보여주는 독특한 답안이 고득점 비법"이라고 전했다. 이어 "천편일률적인 대답은 무조건 피하고, 마지막 제안 문제에 가장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자연계ㅣ단순 암기보다는 답 도출까지 '과정·방향'이 중요

고려대는 '화려한 글쓰기 능력'이 아닌 '정답 서술 능력'을 본다. 박규환 교수는 "자연계 학생들은 단순 암기를 하느라 '토론'에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과정 범위 내 문제들과 자기 의견의 '융합력'을 본다"며 "평소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주장하는 연습을 해 '사고력'을 키울 것"을 당부했다.

한양대는 문제 문항마다 '논하라'는 말이 들어간다. 박춘길 교수는 "대학에 처음 들어와 잘 적응할 수 있는 기초지식을 파악하는 문제를 낸다"며 "깔끔하게 도표나 도형, 그림을 그려 설명해 나간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성균관대는 인문계와 마찬가지로 '안전성'과 '분석력'에 초점을 둔다.최철용 교수는 "답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며 "마지막에 쓴 답이 틀렸어도, 스스로 정답을 유도하는 과정이 정상이라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계 논술은 '정답'이 있기 때문에 수월하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대신 자연계는 '방향성'을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향성'은 정답이 도출되는 과정을 뒷받침할 만한 '논리적인 근거'"라고 덧붙였다. 또한 방향성을 잘 나타내기 위해 문장의 매끄러움보다는 '핵심 단어'에 주목하라고 했다. "지문과 관련된 핵심 단어를 글에 녹여 낸다면 평소 학생이 공부하고 생각한 것들을 금방 파악할 수 있어요."

◇문제 요지와 지문 맥락 파악해 논리적으로 써야

출제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2016학년도 논술 트렌드는 '교과과정 범위 내 출제'와 '논리적인 범주화'다. 유기환 입학처장은 주요 대학 논술시험을 모두 분석한 결과 △요지파악 △비교분석 △논거제시 △비판평가 △적용추론 △문제해결 등 6가지 유형의 문제가 출제된다고 전했다. 최철용 교수는 "글을 3문단으로 나눈다고 했을 때 '사실-근거-결론'이라는 흐름을 제대로 써야 한다"고 전했다. 박규환 교수도 "자기의 글을 잘 편집하고 범주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기환 입학처장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등에 대한 사전 지식을 사교육 현장에서 배워와 그대로 쓴다면 답이 산으로 간다"며 "대학별로 제시된 문제의 요지와 지문의 맥락을 파악해 논리적으로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인터뷰 명단
·유기환 한국외대 입학처장
·박종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문계 출제위원장)
·박규환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자연계 출제위원장)
·유홍준 성균관대 학부 학장(인문계 출제위원장)
·최철용 성균관대 생명과학 교수 (자연계 출제위원장)
·조성문 한양대 국어국문 교수(인문계 출제위원)
·박춘길 한양대 수학과 교수(자연계 출제위원)


※최근 실시된 고려대, 이화여대, 한국외대의 모의논술 분석 결과는 조선에듀(http://edu.chosun.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