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 정신검사... 학생 230만명이 '위험'?
교과부 '졸속' 실시 눈총... 여고생들 울음 터뜨리기도
12.06.12 19:01 ㅣ최종 업데이트 12.06.12 20:43 윤근혁 (bulgom)
교과부 매뉴얼에 있는 학생정신검사 체계
ⓒ 교과부
학생정신검사

지난 5월 서울의 한 여자고등학교 교실. 교과부가 올해 처음으로 전국 700만 명의 초중고 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하도록 지시한 학생 정서 행동발달검사(학생정신검사)를 받던 여학생들이 줄줄이 울음을 터뜨렸다.

"1차 학생정신검사에서 우리 반 40명 가운데 9명이 자살 위험이 있다고 판정이 났어요. 그래서 그 학생들을 뽑아 2차 검사를 하던 중 자괴감 속에서 울면서 무너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학교 김아무개 교사의 전언이다. 대부분 고등학교가 그렇듯 이 학교에는 상담교사가 없다. 담임교사가 1, 2차 학생정신검사를 벌이다 보니 '학생 낙인'과 이에 따른 '당사자의 좌절'이라는 악순환이 생긴 것이다.

여고생들은 왜 울음을 터뜨렸나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교장은 자신의 학교 학생들의 정신검사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의 정신 위험 수준이 다른 학년보다도 높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A교장의 말이다.

"초등학생은 학부모 검사지로 1차 선별을 했는데 정신 위험 판정을 받은 학생 비율이 1, 2학년이 더 컸어요. 이게 말이 됩니까? 그 어린 학생들을 다시 정신 '관리군'으로 해서 2차 선별을 해야 하니 교과부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 기관인지 모르겠습니다."

교과부가 최초로 전국 700만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학생정신건강검사를 한다고 발표한 때는 올해 4월. '학생의 정신건강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에서였다. 6월 말까지 검사를 마감하는 것이 당초 교과부의 목표였다.

교과부 매뉴얼에 따르면 선별검사는 모두 3차에 걸쳐 진행하는데 1차는 학부모(초등학생만 해당), 교사와 학생 설문지(중고등학생)를 병행해 실시한다. 1차에서 기준 점수를 초과하는 학생은 '관리군'으로 분류해 2차 검사를 받는다. 이 검사에서 다시 점수가 초과되면 '주의군'으로 분류해 외부 정신보건센터 등에 의뢰해 3차 검사를 받도록 한다. 3차 검사에서도 문제가 나타나면 이 학생들은 '위험군'으로 분류되어 신경정신과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1차, 2차 선별검사 결과 기준점 이상을 초과하는 정신 위험 학생이 당초 예상 비율을 훌쩍 뛰어넘었다는 것.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정신 관리군 학생은 전체의 30%인 230만 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2차 주의군 학생도 검사 대상자의 5∼10%인 35만 명∼7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예상치보다 정신 위험 학생들이 많은 사실이 감지되자 교과부가 당초 검사 마감일을 올해 6월 말에서 올해 말까지로 돌연 늦춰 잡기로 한 사실이 12일 확인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검사 기일이 짧다는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신 위험 학생 폭발에 따른 외부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학교 밖의 신경정신과와 Wee센터(부적응학생 심리치료 등을 목적으로 교과부가 만든 기구) 규모로는 감당이 어렵다는 이유다.

한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과부가 검사 기일을 연기한 것은 위험군 학생들이 넘쳐 연계기관이 미처 준비하지 못할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초등학생용 검사지.
ⓒ 교과부
학생정신검사

위험 학생 폭발에 놀란 교과부, 검사 마감 돌연 늦춰

이에 따라 교과부가 학교폭력 예방 대책 일환으로 학생건강검사를 준비 없이 밀어붙인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범훈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은 지난달 2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학교폭력 전수조사 발표는 바보 같은 짓"이라면서 "학생 700만 명을 정신검사 하겠다니 좋아할 학부모가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교조 광주지부(지부장 고익종)는 12일 성명에서 "전국의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의 규모에 비추어 봤을 때, 매우 졸속인 시행"이라면서 "정보집적과 사생활침해, 수준 낮은 검사지 등의 문제를 해결한 뒤에 학생정신검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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