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요즘 왜 이러지? 한국에서도 드디어 초신타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가? 여기저기에서 '다작의 대왕' 초신타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2003년, 그의 초년작인 <임금님과 수다쟁이 달걀부침>(천둥거인 펴냄)이 한국에 알려진 이래로 '한국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식을 깨고 해마다 꾸준히 그의 작품이 번역·출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초신타의 팬이자 그림책 기획 일을 하는나만 해도처음 그의 작품을 봤을 때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소위 어린이 그림책이라는 틀 속에서 볼 때, 그의 작품은 너무 낯설고 이질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특별한 교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캐릭터나 그림은 더더욱 아니다. 단지 현란한 색상이 돋보인달까? 아마도 이건 그의 작품을 접하는 어른들의 공통적인첫인상일 것이다.왜 일까. 그건 우리 어른들의 마음 속에 쌓인 온갖 편견과 선입견들에 순수한 마음의 눈이 가려져 있기 때문일는지도 모른다. 무슨 그림책이 이래? 그게 바로 매력! 초신타는 사실, 어른들이 열광해서 인정받은 작가는 아니다. 그의 그림책은 초창기에 많은 도서 관계자, 아동 도서 기획자, 부모들에게서 혹독한 비평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다.천재적이고 일탈적인 초신타의 냉소는 독자들, 특히 어른들이 보기에는 '대략난감'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은 그는, 한마디로 난센스의 천재다. 한국에서 번역된 그의 순수 창작 그림책을 살펴보면, <퉁!> <양배추 소년> <모두 깜짝> <왜 방귀가 나올까?> 등이 있는데, 모두 사건의 관점이 매우 단적이고 엉뚱하다. 그럼에도이들 책들이 일본을 뛰어넘어 국내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번역되고 있다.겉으로 보기엔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가 충실하게 담은 '진심'을 발견하는 우리 독자의 눈이 성장하기라도 한 걸까. <모두 깜짝>의 장난기 많은 원숭이가 코끼리 엉덩이에 몰래 그린 낙서를 보고 웃고, 코끼리 엉덩이를 보고 기절할 듯이 놀라 물 밖으로 튀어오르는 물고기들을 보고 박장대소하고, 원숭이가 직접 낙서를 지우며 자연스럽게 화해를 하는 장면을 보고 안심하는 한국의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초신타의 '난센스'적 기질과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 그의 유작을 정리했다는 일본의 서점 Tomsbox 대표이자 유명 출판기획자인도이 아키후미(土井章史)씨에 따르면, 어느 강연회에서 관객으로부터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초신타가 "전 오징어나 낙지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오징어나 문어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해서 강연장이 웃음바다가 되었다고 회고한다.그러면서 그는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제 아들이 3~4살에 '나는 소방자동차가 될 거야'라고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소방수'가 아닌 '소방자동차'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듯, 초신타는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생각을 거침없이 화폭에 옮긴다. 그리고그러한 웃음 뒤에 '화합', '더불어 살아가기'라는 자연스러운 공존에 대한 결말을 담고 있다.재미와감동이 있는 그림책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것이다. 그 공존의 대상이 생명이 있는 동식물이든 사물이든 관계없다. 모든 존재의 이유에 대해 초신타는 단지 '그대로 거기에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초신타의 난센스, 이해 못해도 괜찮아 1980년 출간되어 1981년 일본 그림책 대상을 탄 이 책은 초신타의 대표작 중 하나로, 그림책을 잘 아는 일본인에게 질문을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책이 바로 <양배추 소년>이다. 길을 가다가 양배추군과 돼지 아저씨가 만난다. 배가 고팠던 돼지아저씨가 대뜸 양배추 군을 먹어야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데, 양배추 군이 "나를 먹으면 양배추가 될 거예요" 한다.돼지아저씨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자신이 양배추로 변신한 커다란 모습이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신기한 돼지아저씨는 양배추 군에게 "뱀이 너를 먹으면, 너구리가 너를 먹으면, 고릴라, 개구리, 사자, 코끼리 등이 양배추 군을 먹으면…" 하고 이상한 동물을 상상하면서 길을 간다. 그렇게 상상하면서 길을 가다보니, 돼지아저씨는 할 말을 잃게 되고 이를 불쌍히 여긴 양배추군이 저 너머 가게에서 맛있는 거를 사주겠다며 돼지아저씨를 인도한다는 게 이 책의 내용이다. 이 엉뚱한 상상은 이후 그의 작품에서 커다란 특징이 된다. 전혀 상상하지 못하는 것들을 만들어내면서 웃음을 이끌어 내는 초신타. 이 책을 보다가 벼룩이 양배추 군을 먹었을 때를 상상하며 올려다 본 장면에서 갑자기 텅 빈 하늘이 나올 때, 나는 뒤로 나자빠지는 줄 알았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돼지아저씨의 말에 양배추 군은 "벼룩은 너무 쪼그매서 안 보여요"라고 말한다.뭔가 '펑펑' 나타났나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을 때의 허무 개그랄까. 돼지아저씨도 내 마음과 같은지 "아무것도 없어서 깜작 놀랐잖아" 하면서 화를 내는데…. '낄낄' 웃음이 절로 난다. 또한 아직 한국에서 출간되진 않았지만, <뭘 먹었게?>(なにをたべたかわかる?)라는 그림책도 눈여겨 볼 만하다.제법 큰 물고기를 잡은 고양이가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고양이 어깨에실려 가던 물고기는 그 사이뒤에서 따라오던 동물들을 하나하나 잡아먹으면서 점점 커진다. 고양이는 온갖 동물들을 잡아먹어 점점 무겁고 커지는 물고기를 별 의심 없이 어깨에 메고 집으로 돌아와 그 물고기를 말끔히 먹어치운다. 자, 고양이는 대체 무엇을 먹었을까? 초신타는 이런 그림책을 통해'그것이 거기에 있었기 때문에 먹었다'라는, 단순하고 순수한 마음의 눈을 뜨게 해 준다. 이것이 그의 작품을 보고 허탈한 웃음으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라면이유다. 낙서하듯 그린 그림, 그 안에 빠진 '순수' | | ▲ 초신타가 그린 그림책 <모두 달아났네> 잠자리를 잡으러 갔는데... 도망갔네. | | ⓒ 최은경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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슥슥 낙서하듯 그린 그림, 지평선, 엉뚱한 상상. 내가 초신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림책은 인간의 맑고 순수한 영혼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때론 짓궂고 어수룩하고 바보처럼 굴어도 곧 삶의 무게를 툴툴 털어내고 다시 세상에 대해 꿈을 품는 아이로 돌아가게 해 준다. 그래서 그림책은 나이에 상관없이 아이와 어른이 같이 보고 감동하는 소중한 인류의 자산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은 초신타와 같이 어른이 되어도 순수한 마음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 통쾌한 카타르시스에 동참하고 싶다면 복잡한 생각일랑 뒤로 던지고 편안한 자세로 그림책을 펼치자. 어느 날 문득 당신 앞에 초신타가 파 놓은 삶의 오아시스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 초신타는 누구? | 1927년 히로시마에서 출생한 초신타의 본명은 스즈키 슈지이다. 그는 1947년 마이니치신문사에서 개최한 만화 콩쿠르에서 <롱스커트>라는 작품으로 입선을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마이니치 신문사에 입사한 초신타는 본명이 너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당시 편집부에서는 그의 작품 <롱스커트>에서 '길다'라는 의미의 長(장)과 새로운 신인이라는 新(신), 그리고 앞으로 대성하라는 의미의 太(태)를 붙여 '초신타'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20대를 만화가로 활동하던 초신타는 그 유머러스한 난센스가 빛을 발할 때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림책 작가로 유명하던 호리우치 세이치의 권유에 의해 처음 그림책을 그리게 된다. 그림책은 단색의 만화 세계에서 어린이책의 세계로 가는 그의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그 후, 1957년 <임금님과 수다쟁이 달걀부침>으로 문예춘추만화상을 수상하고, 1981년 <양배추 소년>(비룡소)으로 일본그림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2005년, 중인두암으로 타계하기 직전까지도 그림책 작업을 했고, 덕분에 그의 유작은 그 다음해에도 끊임없이 발표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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