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새벽 지하철에서 20대 남자가 쓰러졌다

심정지로 의식 잃은 20대 살린 역무원 홍은기씨 이야기

입력 2019-12-12 04:05
예상치 못하는 순간에 위기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지난 5일 인천시 연수구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에서 급작스러운 심정지로 쓰러진 김동현(28)씨에게 닥친 일이 그랬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 연합뉴스

역무원인 홍은기(38)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한명이 쓰러졌다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심정지로 쓰러진 김씨였습니다. 홍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얼굴이 검게 변한 상태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홍씨는 즉각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습니다. 또 119에 전화를 걸어 구급대원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김씨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안타깝게도 환자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 때부터 홍씨와 119구급대원의 빠른 판단과 호흡이 빛을 발했습니다. 홍씨는 구급대원의 안내를 받아 역사에 배치된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김씨의 맥박이 희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때마침 구급대원도 현장에 도착해 김씨를 안전하게 가천대 길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AED 자동화 관리시스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시스템 덕에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에서는 원인재역의 AED를 누군가가 사용한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습니다. AED에 저장된 김씨의 심정지 기록은 길병원 의료진에게 전달됐고, 치료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병원에 이송된 뒤 김씨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받았고,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치료를 맡은 양혁준 인천응급지원센터장(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5~10분에 불과한데 역무원의 침착한 대처가 한 생명을 살렸다”고 칭찬했습니다.

인천시 연수구 인천지하철 1호선 원인재역에 근무하는 홍은기 역무원.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침참한 대응으로 한 생명을 구한 역무원 홍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님이 쓰러져 있으니까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생사가 갈린 일이기에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건 다음날 아들의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김씨의) 아버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일분일초가 매우 급한 상황에서 내린 선택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꼈다”고 뿌듯해했습니다.

갑작스런 위기를 맞았던 김씨의 이야기는 길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평소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누군가 나에게 손길을 뻗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도와주신 시민들, AED를 사용해 구조해 주신 역무원, 뇌손상을 줄이기 위해 애써준 의료진, 그리고 걱정해주신 직장 동료, 선후배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김씨가 살아난 데는 체계화된 의료 시스템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준비돼 있었다고 한들 ‘사람’과 ‘선의’가 없었다면 김씨는 과연 살아날 수 있었을까요.

이른 새벽 쓰러진 누군가를 지나치지 않고 역무원을 불러준 무명의 시민과 재빠르게 움직인 역무원 홍씨의 힘이 모여 김씨는 살아났을 겁니다.

그래서 조용히 결심을 해보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위기 상황을 만난다면 그때는 내가 ‘원인재역의 홍씨’가 돼보겠다고 말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영철 인턴기자

'30년째 폐지 모아'..70대 할아버지 상품권 100만원 기부

입력 2019.12.05. 15:04

 

사진 가운데가 장광래씨 [천안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30년째 폐지를 모아 생활하는 70대 할아버지가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어려운 가정에 전달해 달라며 기탁했다.

충남 천안시는 5일 장광래(75·영성동)씨가 100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을 중앙동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고 밝혔다.

장 씨는 해마다 관내 저소득층에 다양한 후원 물품을 기부하며 이웃사랑의 정을 실천해 오고 있다.

폐지를 수거해 모은 돈으로 적금을 부어 연말에 쌀과 라면 등의 물품을 기탁하는 것이다.

그는 중앙동 주민자치위원과 행복키움지원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매일 아침 빠짐없이 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교를 위해 교통 안전지도도 하고 있다.

장 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며 "폐지 수거 활동으로 더 활력 있는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밝혔다.

jung@yna.co.

[아직 살만한 세상] 소년의 장례식, 스포츠카가 수천대 운집한 이유

입력 2019-11-18 15:23
수천 대의 스포츠카들이 알렉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모여 있다. CNN 캡쳐

죽음을 앞둔 14살 소년은 스포츠카 수천 대가 자신의 마지막을 배웅해주기를 바랐습니다. 소년의 꿈은 이루어졌습니다. 비록 소년은 자신을 추모하는 스포츠카 행렬을 볼 수 없을지라도.

미국 CNN은 “알렉 인그램(14)이 4년간의 투병 생활 끝에 7일 사망했다. 소년의 마지막 소원은 장례식에 스포츠카가 모이는 것이었다”며 “2100대가 넘는 스포츠카와 70대의 오토바이가 17일 소년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워싱턴으로 모였다. 공동체는 알렉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알렉을 위한 스포츠카’ 이벤트는 다나 크리스티안 맨리가 기획했습니다. 맨리는 과거 암과 싸우던 8살 딸 시드니를 잃었습니다. 그는 이후 말기 암과 싸우고 있는 어린이들의 버킷리스트를 이뤄주는 단체 ‘Sydney’s Soldiers Always’를 조직했죠.

맨리는 골육종과 싸우던 알렉의 버킷리스트도 이뤄주고 싶었습니다. 알렉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을 물었습니다. 알렉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지만, 딱 하나 마지막 소원을 이야기했습니다. 스포츠카가 자신의 장례식에 모이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스포츠카 차주들이 알렉의 장례 행렬에 동참하기 위해 각지에서 모였다. CNN 캡쳐

맨리는 워싱턴에 있는 임마누엘 루터교회에서 알렉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한 스포츠카를 수천 대 모집했습니다. 맨리는 CNN에 “알렉은 제 딸 시드니의 장례식에서 모터사이클 3500대가 에스코트 해준 것을 알고 있었어요. 알렉은 그 모습도 엄청 멋지지만 모터사이클보다는 스포츠카가 더 낫다고 얘기했어요. 이것이 우리가 ‘알렉을 위한 스포츠카’ 행사를 기획한 이유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시민들은 맨리의 요청에 화답했습니다. 각지의 스포츠카 운전자들이 알렉의 마지막을 배웅하기 위해 대륙을 횡단해 워싱턴으로 모였습니다. 장례식 당일, 수천 명의 사람이 알렉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사람과 차가 너무 많아서 도로는 두 시간 넘게 폐쇄됐죠.

맨리는 CNN에 “내 아들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는 알렉 어머니의 말을 전하면서 “암과 싸우고 있는 모든 가족은 서로의 가족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준규 객원기자

[아직 살만한 세상] 납치당하는 소녀 구한 두 남자의 ‘콤비 플레이’(영상)

입력 2019-11-27 14:45 수정 2019-11-27 16:28
유괴범이 소녀를 납치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소아성애자 유괴범에게 납치당하는 소녀를 구한 용감한 러시아 소년이 ‘영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소년과 함께 소녀를 구한 20대 남성은 ‘훌륭한 시민상’을 받았습니다.

러시아 언론 ‘시베리안 타임즈’는 26일(현지시간) “비아체슬라프 도로시첸코(16)와 그레프 시지크(26)가 합심해 러시아 동부 이르쿠츠크에서 9살 소녀를 유괴하려는 48살 유괴범을 잡았다”며 “시지크는 경찰로부터 ‘훌륭한 시민상’을 받았으며, 소년은 이번 주 학교 친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영웅’ 상을 받을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도로시첸코는 농구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한 남성이 소녀를 차에 억지로 태우려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소녀는 “도와주세요”라며 비명을 질렀지만, 남성의 완력을 당해내지 못하고 차로 끌려가고 있었죠. 주변에 설치된 CCTV에는 당시 아찔했던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비아체슬라프 도로시첸코(16, 왼쪽)와 그레프 시지크(26)가 소아성애자 유괴범을 추격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도로시첸코는 ‘남성이 소녀를 유괴하고 있다’고 직감했습니다. 하지만 혼자로는 일을 해결할 수 없겠다는 판단에 도움을 줄 주변 사람을 찾았죠.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던 시지크가 때마침 길가에 있었습니다. 도로시첸코는 시지크에게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시지크도 흔쾌히 청을 받아들였죠.

두 남자는 서서히 유괴범을 향해 다가갔습니다. 눈치가 빠른 유괴범은 소녀를 차에 태워 재빨리 도주했습니다. 시지크와 도로시첸코는 곧장 차를 몰고 유괴범을 쫓았습니다. 유괴범은 도주 끝에 막다른 골목에 몰렸죠. 궁지에 몰린 유괴범은 “아이가 내 동생인 줄 알았다”는 궤변을 늘어놓다가 소녀를 차에서 내리게 하고 다시 도주했습니다. 시지크와 도로시첸코는 공포에 떨고 있던 소녀를 달랬죠.

유괴범이 죄를 인정하고 사과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주한 유괴범을 1시간 만에 체포했습니다. 유괴범은 즉시 죄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알고 보니 남성은 이미 2번의 성폭행으로 징역형을 살고 나온 소아성애자 전과자였죠. 소녀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상담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두 남자의 콤비 플레이가 소아성애자의 희생양이 될 뻔했던 소녀를 지켜낸 것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영상이 노출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박준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