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무원인 홍은기(38)씨는 이날 오전 6시30분쯤 역사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한명이 쓰러졌다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고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심정지로 쓰러진 김씨였습니다. 홍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김씨는 얼굴이 검게 변한 상태로 아무런 움직임 없이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AED 자동화 관리시스템도 제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이 시스템 덕에 중앙응급의료센터와 인천응급의료지원센터에서는 원인재역의 AED를 누군가가 사용한 사실을 실시간으로 파악했습니다. AED에 저장된 김씨의 심정지 기록은 길병원 의료진에게 전달됐고, 치료에 큰 도움을 줬습니다.
병원에 이송된 뒤 김씨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집중치료를 받았고,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로 옮겨졌습니다.
치료를 맡은 양혁준 인천응급지원센터장(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5~10분에 불과한데 역무원의 침착한 대처가 한 생명을 살렸다”고 칭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침참한 대응으로 한 생명을 구한 역무원 홍씨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님이 쓰러져 있으니까 당황스러웠지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며 “생사가 갈린 일이기에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사건 다음날 아들의 상태가 호전돼 일반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김씨의) 아버님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며 “일분일초가 매우 급한 상황에서 내린 선택으로 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 보람도 느꼈다”고 뿌듯해했습니다.
갑작스런 위기를 맞았던 김씨의 이야기는 길병원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평소 몸 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이번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다”며 “누군가 나에게 손길을 뻗지 않았다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도와주신 시민들, AED를 사용해 구조해 주신 역무원, 뇌손상을 줄이기 위해 애써준 의료진, 그리고 걱정해주신 직장 동료, 선후배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물론 김씨가 살아난 데는 체계화된 의료 시스템의 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준비돼 있었다고 한들 ‘사람’과 ‘선의’가 없었다면 김씨는 과연 살아날 수 있었을까요.
이른 새벽 쓰러진 누군가를 지나치지 않고 역무원을 불러준 무명의 시민과 재빠르게 움직인 역무원 홍씨의 힘이 모여 김씨는 살아났을 겁니다.
그래서 조용히 결심을 해보았습니다. 언젠가 이런 위기 상황을 만난다면 그때는 내가 ‘원인재역의 홍씨’가 돼보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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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