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일상/치유정보.뉴스

치유농업, 인증은 ‘오리무중’…제도는 ‘탁상공론’-농민신문2023.5.21

황샘 2023. 6. 6. 18:14

 

치유농업, 인증은 ‘오리무중’…제도는 ‘탁상공론’
입력 : 2023-05-21 13:26
 
  •  
  •  
내년 우수 시설 선정 앞두고도
구체적인 설비·자격 기준 없어 
농지법 저촉 요소도 해결 안돼
치유농업 참여자들이 농장을 돌보고 있다. 농민신문DB

농촌진흥청이 추진하는 치유농업 정책에 정작 농민과 농업 현장에 대한 고민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가 치유농업사 자격증 시험이나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 설립 등 보여주기에만 급급하고, 정작 치유농업을 시행하는 주체인 농민과 농촌에 대해서는 몰이해를 드러내서다.

 

◆인증 기준 불분명…이용 대상 기준 분류 마련돼야=특히 당장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 기준이 비판의 중심에 서 있다. ‘치유농업법’에 따르면 ‘치유농업시설’이란 치유농업과 관련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용자의 치유 효과와 안전을 고려해 적합하게 조성한 시설을 뜻한다.

그러나 문제는 애초에 인증을 받은 시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치유’라는 이름이 붙은 농장·목장과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운영되고 있으나,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을 제외하면 정부는 치유농업과 관련된 공식 시설을 사실상 인가한 적이 없다. 인증을 받은 시설이 없는데 ‘우수 인증’을 가려낼 수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세밀한 기준이 없단 것도 문제로 꼽힌다. 농진청은 테스트 인증을 통해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 기준을 고도화하겠다며 치유농장 10곳을 대상으로 4월부터 테스트 인증을 시행했지만 구체적인 시설·설비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도에 참여하려 준비하고 있다는 농민 정모씨(52)는 “내년부터 우수 시설 인증을 시작하겠다면 어떤 시설과 자격이 있어야 하며, 어떤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지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아직까지 세부 기준도 없다면 농촌 현장에서 준비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치유농장 이용 대상을 일반인과 특수목적인(장애인·중독자·위기청소년 등)으로 나눠 별도의 인증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체장애인 등 특수목적인은 이동 편의성 확보를 위해 실내교육장과 편의시설 등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예방형 치유농업시설은 기존 교육농장 등의 프로그램과 차별화하도록 농장을 폭넓게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의미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위해 기존 법령 정비 필요” 주장도=실내가 아닌 현장에서 치유농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기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농지 산책 프로그램을 마련한 뒤 여름철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해 잡초가 우거진 농지에 자갈이나 야자매트를 깔아 토지를 개조하는 건 현행 농지법상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 외 농지에 이용객을 위한 간이 화장실·조리시설 설치도 까다롭다.

치유농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청년농 김모씨(35)는 “무슨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농지법에 저촉되는 부분이 많다”며 “외국처럼 창의적이고 성공적인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한국치유농업인협회장은 “지금까지 농진청이 치유농업의 큰 틀에서 정책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현장 중심의 정책을 시작할 때이지 않겠냐”며 “그러지 않으면 치유농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