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속 수학이야기](31) 루이스캐럴의 ‘거울나라 앨리스’(경향2007년 08월 14일)

[예술 속 수학이야기](31) 루이스캐럴의 ‘거울나라 앨리스’

입력: 2007년 08월 14일 09:43:04

－수학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판타지－ ‘이상한 나라 앨리스’를 쓴 루이스 캐럴의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1832~98)으로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교회에서 수학을 가르쳤으며 수학과 논리, 언어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캐럴은 수줍음과 말더듬 때문에 사교 모임에 참석해서도 몇 시간씩 한마디도 꺼내지 않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어린 아이들과 단둘이 있을 때는 수줍음과 말더듬은 온데간데 없고 어린 소녀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고 한다. 앨리스가 벽난로 뒤의 거울로 들어가는 그림. 루이스 캐럴이 만난 매력적인 소녀들 중에도 단연 으뜸은 바로 신학교 학장 헨리 조지 리델의 딸인 앨리스였다. 앨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소설로는 널리 알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있다. 그의 속편인 ‘거울나라 앨리스’(최인자 역·북폴리오) 또한 그 상상의 세계가 흥미진진하다. ‘거울나라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소파에 앉아 실을 감으며 고양이 키티와 끊임없이 이야기를 한다. 앨리스는 문득 벽난로 뒤의 거울을 보며 그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게 되고 이윽고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거울나라 앨리스’를 읽으면 거울에 비추는 모습을 자주 상상하게 되는데 이는 대칭에 대한 사고를 길러준다. 또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수학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들의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앨리스는 말하는 꽃들이 사는 정원을 도착하게 되고 거기에서 붉은 여왕을 만나게 된다. 붉은 여왕을 만나기 위해 몇 걸음 갔을 때 붉은 여왕은 놀랍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고 앨리스 자신은 다시 현관문 앞을 걷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짜증이 난 앨리스는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 보자고 마음먹는다. 몇 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붉은 여왕의 앞에 설 수 있었고 게다가 눈앞에는 그렇게도 가고 싶었던 언덕이 펼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앨리스도 자신이 거울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거울 속에 비춰져 좌우가 바뀐 형태로 봐야 하는 상황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언덕 위에 이르렀을 때 거기서 내려다 본 마을은 초록색 울타리로 구획이 나누어진 체스판 같았다. 여왕의 졸이라도 되고 싶다는 앨리스의 말에 붉은 여왕은 “네가 좋다면 하얀 여왕의 졸이 될 수 있단다. 둘째 칸에서 시작해서 여덟째 칸에 도착을 하면 너도 여왕이 될 수 있다.” 바로 그 순간 그들은 웬일인지 달리기 시작했고 여왕은 연방 “더 빨리!”를 외쳐 댔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 그들 주변에 있는 나무며 다른 것들의 위치가 전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앨리스가 지쳐서 달리기를 멈추었을 때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붉은 여왕이 앨리스의 손을 잡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그림. “어머나, 우리가 계속 이 나무 아래에 있었던 건가요? 모든 것이 아까와 똑같은 자리예요!” “당연하고말고. 어떨 거라고 생각했지?” 여왕이 물었다. “글쎄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한참 동안 빨리 달리면 어딘가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되거든요.” 앨리스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느림보 나라 같으니! 자, 여기에서는 보다시피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려면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단다. 어딘가 다른 곳에 가고 싶다면 최소한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만 해.” 여기에서 속도와 시간, 그리고 거리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 거울 밖의 현실에서는 (속도)=(거리)/(시간)이다. 즉 속도와 거리는 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동안에 속도가 빨라지면 이동한 거리는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거울나라에서는 이와 반대로 (속도)=(시간)/(거리)이 된다. 그러므로 거리와 속도는 반비례 관계가 되고 속도를 빨리할수록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속도를 최대한 빨리한다고 할 때 비로소 제자리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거울나라 앨리스에는 여러 가지 수학적 상황이 등장하는데, 문제를 푸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인 ‘거꾸로 풀기’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도 나온다. “그럼 당신이 가장 잘 기억하는 건 어떤 종류의 일이에요?” 하얀 여왕은 가볍게 대답했다. “아, 다음 다음 중에 일어날 일들이야. 예를 들어서 지금 왕의 심부름꾼이 감옥에 갇혀서 벌을 받고 있다고 하자.” 하얀 여왕은 손가락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면 재판은 다음 주 수요일이 지나서 열리는 거고, 죄는 그 다음에야 짓는 거지.” 이처럼 수학적인 상황을 잘 생각하면서 동화를 읽으면 수학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으며 동화의 내용을 더욱 재미있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강문봉|경인교대 수학교육과〉 〈자료제공|김정하·인천 건지초등학교 교사〉 〈예문·삽화 발췌|‘거울나라 앨리스’(최인자 역·북폴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