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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고 맑은 한가위 보름달 마음까지 듬뿍 받으시고, 온 가족 행복한 추석 되시기 바랍니다.
2016.9.12 동아리'미술과 친구되기'활동록
* 작품감상-안윤모, 이중섭 / 그림과 표현
- 안윤모님의 보름달그림 영상앨범
* 작품감상
- 이중섭의 예술 주제는 ‘가족’ <어린이강원2016.9.1>
‘시인 구상의 가족’ 1955년
올해는 국민화가 이중섭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이중섭은 황소 그림과 담배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중섭 탄생100주년 기념전시회 ‘백년의 신화’에서 확인 된 그의 예술 중심 주제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이중섭은 유학시절 일본 여학생 마사코와 결혼하고 귀국하여 세 아들을 낳았지만 한 아들을 전염병으로 잃고 맙니다. 그 후 6.25전쟁이 터지자,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피신하게 합니다. 이때부터 그의 표현 중심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대부분을 이루게 됩니다.
‘세 아이들’ 1953년경
‘아빠가 자전거 사 줄게요’ 1954년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두 아들에게 보낸 그림편지입니다. 이중섭은 두 아들에게 누구도 편애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편지의 그림을 마치 복사한 것처럼 똑같이 두 장을 그려 각각에게 보냈고 특히 ‘자전거를 사 주겠다’는 약속도 똑같이 써서 보냈답니다.
일본의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1953년경
태현이에게. 멋진 아들 태현아. 편지 고마워요. 덕분에 아빠는 더욱 더 힘을 내어 열심히 그림을 그려요.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보았던 영화, 재미있었나요? 아빠가 나중에 한 달쯤 지나서 도쿄에 가면 꼭 자전거 사줄게요. 마음 놓고 건강하게 공부도 열심히, 엄마랑 태성이와 사이좋게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는 하루 종일 태현이와 태성이와 엄마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곧 만날 생각을 하니 아빠는 너무 즐거워요. 아빠가 태성이에게. 용감한 태성이, 잘 지내나요? 아빠는 건강하게 그림 잘 그리고 있어요. 태성이가 늘 엄마 어깨를 주물러 준다면서요. 정말 착한 아이네요. 아빠는 태성이의 상냥한 마음에 감격했어요. 한 달만 있으면 아빠가 도쿄에 가서 자전거 사 줄게요. 건강하게 엄마랑 태형이 형하고 사이좋게 아빠를 기다려주세요. 아빠가 구구절절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고, 일본에 가면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약속은 다른 편지에서도 여러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끝내 사주지 못한 자전거’ 이중섭의 친구 ‘구상’은 가족과 떨어져 가난과 질병으로 외롭게 지내는 이중섭에게 자신의 집근처로 화실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위 작품은 이중섭이 구상의 가족을 표현하고 선물한 ‘시인 구상의 가족’입니다. 작품은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들과 놀아주는 구상은 즐겁고, 부인과 딸은 아들과 아빠의 모습을 보며 행복하네요. 그러나 그림 오른쪽 평상에 앉아 이 장면을 부러운 듯 무뚝뚝하게 지켜보는 이중섭 자신은 초라하게 풀이 죽었습니다. 일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마다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몇번이고 약속했지만, 끝내 자전거는 사주지 못했고 일본으로 돌아갈 여비조차도 없었답니다. 이중섭 선생님은 살아서 궁핍했으나, 죽어서는 오늘날 가장 한국적인 국민화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흰 소’ ‘달과 까마귀’ ‘투계’ 등의 걸작을 남기고 40세의 짧은 나이로 마감했습니다. 가족과 이별하고 거식증이라는 정신병까지 앓으며, 그 누구도 지켜보지 않은 가운데 쓸쓸하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불같은 열정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신화처럼 우리 가슴에 남았습니다.
* 그림과 표현
귀 뚜 라 미
올 여름은 얼마나 바빴던지 간만에 창가에 앉아 본다.
베란다 창을 여니 웬 귀뚜라미 한 마리가 기다렸다는 듯이 풀쩍 뛰어들었다.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 우리식구들이 얼른 생각났지만 모른 척 그냥 두었다.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꼭 3년 전의 일이다.
그날의 9월1일은 내가 사십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첫 수업을 하던 날로 생일만큼 중요한 기념일이 되었다.
전날 나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
준비한 첫 수업 원고를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외우다 시피 하였고 중간 중간 웃기는 이야기도 준비하여 내 딴에는 최선을 다하였다.
미술전담 교사였던 나는 미술실로 1시간 일찍 출근하여 준비한 수업을 최종 점검하고 드디어 첫 수업 80분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시작부터 심상찮았다.
“선생님 어디서 오셨어요? 사투리만 계속 해보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40년 간 배인 어쩔 수 없는 경상도 사투리와 두서없는 오락가락으로 아이들은 연방 깔깔거렸고 80분을 마쳤을 때, 나는 거의 땀범벅이 되었다.
흥전초등학교 4학년 ***
이렇게 첫 수업을 끝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학습지 뭉치가 첫날의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그 날 퇴근 후, 나는 각 장에 기록된 하나 하나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그려나갔다.
이 때 비로소 진짜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한참 진행되었을까, 한 아이의 학습지가 나의 순조로운 작업을 정지시켰다.
이름을 보니 4학년 여학생인 듯 했다.
앞면의 글씨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었지만 뒷면의 그림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잘 못 그렸다가 아니라 특이하였다.
그는 메뚜기 같은 곤충 한 마리에 자기 이름표를 크게 붙여 놓았다.
아무리 살펴 보아도 아이의 의도를 알 길이 없었다.
모든 상상력을 동원하여 보았으나 수수께끼 같은 그림의 어떤 실마리도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의 학습지를 일단 접어 표시하고 다음 미술시간에 본인에게 직접 묻기로 하였다.
그날 밤도 설치고 말았다. 다음 날 그의 담임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났다.
나는 당연히 물었다.
“여기가 탄광지역이라 그런 아이들이 한 두 명이 아니지만 특히 이 아이가 좀 그렇습니다.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집에 무슨 일이 있어요?”
“엄마가 있는지 없는지 저도 확실히 모르는데, 집에 같이 살지 않는 건 확실합니다.”
담임의 설명에도 메뚜기 그림의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나는 다음 미술시간까지를 참지 못하고 방과 후 그를 미술실로 불렀다.
“이게 무슨 그림 이예요. 메뚜기?”
혹, 성의 없이 그린 그림 때문으로 오해 할까봐,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설명을 하고 물었다.
그러나 입을 열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아버지는 석공(석탄공사)에 다니니?”
“우리 아빠 짤렸어요!!”
그의 대답은 매우 거칠었고, 나는 그의 눈치를 보며 더욱 숨을 죽였다
“내일부터 미술실에서 특기적성교육이 있는 데 같이 할래? 회비는 안내어도 돼, 준비물도 미술실에 다 있거든”
“저, 그림 못 그려요. 이 그림도 선생님이 못 알아 보시잖아요?”
“아냐, 그림은 알아보게 그리는 것보다 어떤 생각으로 그리느냐가 더 중요해. 선생님은 네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그렸는지 참 궁금하구나? 이게 뭐니?”
그러나 그는 엉뚱한 곳만 쳐다보았다. 한참을 그러더니 갑자기
“이건 귀뚜라미 예요”
그는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것은 메뚜기가 아니라 귀뚜라미였다.
“귀뚜라미! 왜 귀뚜라미야?”
“제가 어디로 뛸지 아무도 몰라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존재를 곤충으로 표현하는 초등학교 4학년의 놀라운 표현력에 미술교사로서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 후 그는 나를 무척 따랐으며, 미술반 아이들과도 잘 어울렸다.
강원일보사 사생대회에서 입선하였을 때는 선생님 덕분에 생전 처음 상을 받았다며 여간 기뻐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같은 미술반에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 보다 훨씬 대견하고 예뻤다.
이런 나의 초보교사 생활이 2달쯤 지난 11월 초였다.
그 날은 겨울을 재촉하는 가을 비가 부슬부슬 떨어지고 있었으며 나는 3교시 수업 중이었다.
그 아이가 미술실 문을 두들겼다.
고무판화
“선생님 인사하러 왔어요. 저 오늘 전학가요”
“전학!! 갑자기 왜”
“몰라요. 아빠가 할머니 집으로 이사 간대요. 아빠가 교문에서 기다려요. 시간 없다고 빨리 나오래요”
나는 얼떨결에 그의 물감과 스케치북 등을 허겁지겁 챙겨주며
“할머니 집은 어디니? 꼭 전화해야 돼, 알았지”
스케치북 표지에 핸드폰 번호를 급히 써 주었을 때, 나의 눈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어디로 뛸지 모른다던 그 아이는 무슨 연극처럼 그렇게 가버렸고, 1년 뒤 나는 다른 학교로 옮겼다.
그 아이는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다.
오늘 밤, 우리 집으로 뛰어든 귀뚜라미가 밤새도록 울었으면 좋겠다.
<강원랜드2001.11 미로초 황흥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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