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예술 주제는 '가족

 

‘시인 구상의 가족’ 1955년

 

올해는 국민화가 이중섭선생님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동안 우리에게 이중섭은 황소 그림과 담배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만 이중섭 탄생100주년 기념전시회 백년의 신화에서 확인 된 그의 예술 중심 주제는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이중섭은 유학시절 일본 여학생 마사코와 결혼하고 귀국하여 세 아들을 낳았지만 한 아들을 전염병으로 잃고 맙니다. 그 후 6.25전쟁이 터지자,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피신하게 합니다. 이때부터 그의 표현 중심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이 대부분을 이루 됩니다.

 

 

‘세 아이들’ 1953년경

 

 

 

 

아빠가 자전거 사 줄게요

1954년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두 아들에게 보낸 그림편지입니다. 이중섭은 두 아들에게 누구도 편애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편지의 그림을 마치 복사한 것처럼 똑같이 두 장을 그려 각각에게 보냈고 특히 자전거를 사 주겠다는 약속도 똑같이 써서 보냈답니다.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1953년경

 

 

 

태현이에게.

멋진 아들 태현아. 편지 고마워요. 덕분에 아빠는 더욱 더 힘을 내어 열심히 그림을 그려요.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보았던 영화, 재미있었나요? 아빠가 나중에 한 달쯤 지나서 도쿄에 가면 꼭 자전거 사줄게요.

마음 놓고 건강하게 공부도 열심히, 엄마랑 태성이와 사이좋게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는 하루 종일 태현이와 태성이와 엄마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곧 만날 생각을 하니 아빠는 너무 즐거워요. 아빠가

 

 

태성이에게.

용감한 태성이, 잘 지내나요? 아빠는 건강하게 그림 잘 그리고 있어요.

태성이가 늘 엄마 어깨를 주물러 준다면서요. 정말 착한 아이네요.

아빠는 태성이의 상냥한 마음에 감격했어요. 한 달만 있으면 아빠가 도쿄에 가서 자전거 사 줄게요. 건강하게 엄마랑 태형이 형하고 사이좋게 아빠를 기다려주세요. 아빠가

 

 

구구절절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있고, 일본에 가면 자전거를 사주겠다는 약속은 다른 편지에서도 여러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끝내 사주지 못한 자전거

이중섭의 친구 시인 구상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가족과 떨어져 외롭게 지내는 이중섭에게 자신의 집근처로 작업실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위 작품은 구상의 가족을 그려  선물한 시인 구상의 가족입니다. 구상은 세발자전거를 타는 아들과 놀아주며 흐뭇하고, 부인과 딸은 아들과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하네요. 그러나 그림 오른쪽 평상에 앉아서 이 장면을 부러운 듯 무뚝뚝하게 지켜보는 이중섭 자신은 매우 초라합니다. 일본의 아들에게 보낸 편지마다 자전거를 사주겠다고 번번이 약속했지만 자전거는 끝내 사주지 못했고, 일본으로 돌아갈 여비조차도 없었습니다.

 

이중섭 선생님은 살아서 궁핍했으나, 죽어서는 오늘날 가장 한국적인 국민화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흰 소’ ‘달과 까마귀’ ‘투계등의 걸작을 남기고 40세의 짧은 나이로 마감했습니다. 가족과 이별하고 거식증이라는 정신병까지 앓으며, 그 누구도 지켜보지 않은 가운데 쓸쓸하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불같은 열정과 가족에 대한 절절한 사랑은 신화처럼 우리 가슴에 남았습니다.   <어린이 강원 201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