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텃밭 잘 활용하는 학교들
지난 6월12일 서울북한산초등학교 학생들이 학교텃밭에서 지렁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지렁이 키우고 퇴비 만들며
생태계 순환 아이들이 알게 해
배추 키워 직접 김장 체험
경로당 보내고 학교급식 사용
흡연, 태도 불성실한 ‘불량학생’
금연·정서교육에도 활용 ■ ‘자연은 순환 그 자체’ 스스로 체득하게 해 이날 수업시간에는 식초도 등장했다. 달걀껍데기를 부스러뜨려 식초와 섞어 2주 정도 놔두면 칼슘성분이 풍부하게 나온다. 이걸 물로 희석해 밭에 뿌리면 훌륭한 비료(난각칼슘)가 된다. 액비·난각칼슘 만들기, 지렁이 키우기 등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 입으로 들어가는 곡물?야채가 자연의 순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는 걸 깨우칠 수 있다. 자신들이 직접 키워서일까? 아이들은 학교 텃밭에서 크고 있는 식물에 대한 애착이 컸다. 정예닮군은 한 강낭콩 줄기를 가리키며 “이 콩은 제가 키운 건데 식물이 잘 자라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며 기뻐했다. 텃밭을 잘 활용하고 있는 학교 가운데 하나가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양동초등학교다. 텃밭은 50평 정도. 전교생이 71명으로 한 학년이 한 반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꽤 크다. 양동초는 텃밭에서 배추를 길러 11월 중하순에 학생들이 김장을 한 뒤 부근 경로당에도 보내고 학교급식에도 쓴다. 김경화 영양교사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하면 배추 모종을 300개 정도 심는다. 물론 농약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250포기 정도 수확하는데 11월 중하순에 김장을 해서 학교 주변 경로당 3곳과 다문화지원센터 등에 절반 정도 보낸다. 나머지는 학교급식으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깨?감자?시금치?상추?열무?아욱?고추 등을 보면서 ‘텃밭 식물 관찰 기록지’도 작성하고 수확 뒤 요리도 한다. 감자샌드위치도 만들고 학교 안에 있는 매실나무에서 열매를 따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진액을 만들어 요리에도 사용하고 음료로도 먹는다. 김 교사는 “채소가 자라는 걸 직접 관찰하고 따서 먹으니까 건강에 좋고 맛있다는 걸 아이들이 잘 안다. 특히 편식하지 않는다”며 “거기에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감사하는 마음도 가진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초등학교는 기존에 있던 화단을 텃밭으로 사용한다. 김주현 영양교사는 “텃밭이 교실에서 좀 떨어져 있으면 일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만 물을 주는 등 관심이 제한될 수도 있다”며 “화단은 아이들이 자주 지나는 곳에 있고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접근성이 좋은 곳에 텃밭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역시 11월 중하순에 배추 100포기 정도를 수확한다. 아이들과 함께 김장을 해 동사무소를 통해 독거노인들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아이들 가정에서도 맛보게 한다. 김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김치를 잘 안 먹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자기 손으로 김장을 하니까 애착이 남다르다. 김치를 참 잘 먹는다”며 “집에 가져간 김치가 맛있다고 부모님이 칭찬해줬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두 학교는 식생활교육 광주네트워크로부터 텃밭 가꾸는 데 일부 예산을 지원받았다.
권 교사는 “이 아이들은 가정에서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다”며 “텃밭에서 함께 땅을 파고 모종도 심으면서 서로 정을 나누고, 수확한 농작물로 함께 음식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마침내 담배를 다 끊었고 모두 잘 졸업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올해 권 교사는 학교폭력에 관련된 학생들을 데리고 텃밭을 일구고 있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 또는 토요일에 텃밭을 가꾼다.
“교육이라는 게 누가 시킨다고 쉽게 되는 게 아니다. 교육은 스스로 깨우치고 정화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텃밭 일이 고되지만, 아이들이 잘 자라는 나무와 작물을 보면서 스스로 정서가 많이 순화된다. 이게 학교 텃밭의 효과다.”
김태경 <함께하는 교육> 기자 ktk7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