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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2)
표현이란 무엇인가?
안녕하세요, 황흥진 선생님입니다. 오늘은 ‘표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우리와 같은 친구들의 작품을 소개하며 진행하겠습니다. 참, 지난 호의 괴물 같은 피카소의 그림 이야기는 이해가 좀 되셨나요? 피카소의 표현력 정말 대단하죠.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친구들 작품에서도 피카소와 다름없는 예술성과 창조성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모두가 창조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고요, 다만 ‘표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올바른 이해만 있다면 이런 능력을 쉽게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 귀뚜라미의 의미
색연필 '나'
선생님이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 경험했던 안타까운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겠습니다. 16년 전 선생님이 처음 근무하게 된 학교는 탄광마을의 어느 초등학교였는데요. 미술 전담교사였던 선생님은 여기서 한 학생을 만나게 됩니다. 첫날 수업에서 각자의 소개를 설문지에 기록하고 뒷면에 각자의 자유그림을 그리게 했는데 바로 이 그림 이었습니다. 무엇을 나타낸 그림인지 너무나 궁금해서 다음 주의 미술시간까지 참지 못하고 다음 날 아이를 미술실로 불러 물어 봤답니다. 4학년 여학생이었는데요 아빠와 단 둘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었고 탄광에 다녔던 아버지는 직장마저 실직되면서 거의 절망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자포자기의 절박한 상황을 귀뚜라미로 표현하였습니다. 자신이 어디로 뛸지 모른다는 것이었죠. 자신의 상황을 곤충으로 나타내는 4학년의 표현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미술 동아리활동을 권했고, 어떻게 도와줄 방법을 찾던 중 두달쯤 흘렀나요, 그는 돌연 전학을 가고 말았습니다. 경북 어디론가 할머니 댁으로 가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아무튼 그는 무슨 드라마처럼 그의 그림처럼 떠나 버렸습니다. 그의 스케치북에 핸드폰 번호를 똑똑히 써 주었지만 아직까지 아무 연락이 없습니다.
◆ 그림으로 말하기 그런데 그가 그린 귀뚜라미는 무엇을 표현하고 있나요? 그의 그림은 귀뚜라미의 모습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표현이란 어떤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 경험, 의견을 그림으로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고무판화‘가정교육을 잘하자’ 3학년 박아영
◆ 왜 이렇게 크게 그렸을까?
영화 로빙화 ‘팔러가는 새끼돼지’ 고아명
작품의 예를 하나 더 들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영화‘로빙화’에 나오는 주인공 고아명이 그린 그림입니다. 가난한 농촌 살림에 고아명이 병까지 걸리자, 병원비가 급했던 아버지는 울먹이며, 아직 어린 새끼 돼지를 뗏목에 싣고 강건너 장에 팔러가는 장면을 그린 것입니다. 그런데 그려진 새끼 돼지의 크기를 한번 보세요. 새끼돼지를 사람보다 훨씬 더 크게 그린 이유는 뭘까요? 네, 비록 새끼돼지지만 아버지가 장에 가서 돈을 많이 받아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대상의 실재모습 보다, 자신의 간절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죠. 이와 같이 좋은 표현이란 대상을 보이는 모습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마음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 보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
‘알’ 르네 마그리트
위 그림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는 상상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알’입니다. 이 그림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지금 그림 속의 화가는 대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신중하게 화면에 옮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화가가 보고 있는 것과 그리고 있는 것이 우리의 상식을 깨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 눈에는 알이 보이는데요, 그는 하늘을 날고 있는 새를 그리고 있지요. 그는 알을 보면서, 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화면에 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알을 보면서 알을 그대로 옮겼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표현의 주인인 작가의 생각과 의견은 전혀 없고, 오로지 사물과 대상 그 자체에만 몰두하고 재현한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것은 생각하는 동물 인간의 활동이라기보다 대상을 그대로 복사하는 기계와 다름 아니죠. 결과는 사진기보다도 훨씬 더 못할 겁니다.
세상을 렌즈와 같은 눈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가슴으로 바라보기를 권하는 마그리트의 ‘알’을 다시 한번 새기면서 오늘의 표현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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