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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4)
세상을 바꾼 그림이야기 ‘인상, 해돋이’
유명화가들의 전시장에 가면 이런 그림은 얼마쯤 될까? 하고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올해 6월 그림 경매시장에서 모네의 작품 ‘수련’(1906년작)이 550억에 팔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격은 최고가 아니랍니다. 2008년에 비슷한 그림 ‘수련’(1919년작)이 816억에 팔렸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데요, 더 놀라운 사실은 모네는 똑같은 소재를 반복해서 그림을 그렸는데 ‘수련’만 무려 250여점을 그렸다고 하니, 대충 어림해도 그림 값이 상상을 넘습니다. 모네의 그림이 이렇게 팔리자, 사람들은 "대박! 모네 수련이 550억이라니? 모네 그림은 잘 모르지만 비싸니까 좋겠지." 등의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렇다면 모네의 그림이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모네의 표현에 담긴 그림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죠. 그래서 오늘은 세상을 바꾸는데 앞장섰던 모네의 그림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수련’ 1919년 모네
‘수련’ 1906년 모네
◆ 임산부에게 위험합니다. ‘인상, 해돋이’
사실은 모네의 그림 중에서 유명한 작품은 ‘수련’이 아니라, ‘인상, 해돋이’(1872년)라는 작품입니다. 처음 이 작품이 나왔을 때, 당시 화가들과 비평가들은 모네의 작품을 쓰레기 취급하듯 무시하였는데요, 어떤 비평가는 그의 작품을 ‘이 그림은 임산부에게 위험합니다!’ 라고 붙이는가 하면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라고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인상, 해돋이’ 1872년 모네
모네의 그림이 이렇게 천대받은 이유를 알기 위해서 그 때의 상황(16-19세기미술)으로 한번 되돌아 가 보겠습니다. 그 당시의 화가들은 ‘절대미’라고 하는 완벽한 조형만을 추종하였습니다. ‘절대미’란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최고의 형태와 색을 말하는데요, 예를 들면 ‘눈 코 입모양’ ‘남자의 근육’ ’여자의 피부‘등 최상의 ‘미(美)’기준을 정해 놓고 무조건 따르도록 하였답니다. 이 때의 그림들을 보면 하나같이 거의 완벽하고 정교함에 놀라게 되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모네의 ‘인상, 해돋이’그림은 그냥 아무렇게나 그린 매우 무성의한 작품으로 보인 겁니다.
◆ 오로지 왕실과 귀족을 위한 미술
16C-19C의 절대미의 완벽하고 정교한 그림들
당시는 조형예술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전반이 오로지 왕실과 귀족들의 취향과 권위를 위한 절대적 가치만 강요 되었습니다. 또 화가를 양성하는 국립미술학교는 이러한 규칙만을 가르쳤고, 공모전 ’살롱 전‘에서도 이 기준에 어긋나면 예외 없이 탈락시켜 개성적인 화가의 시도를 철저히 막았답니다. 해부학과 카논(그리스 조각의 신체비례)의 공식에 맞추어, 여인을 8등신 비례와 우유 빛 피부로 맹목적으로 묘사하였습니다. 남자는 늙은 노인과 죽은 사람의 몸 조차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근육으로 표현하기도 했답니다. 표현에 작가의 개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고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이 때의 많은 화가들은 왕실에서 월급을 받거나, 오로지 귀족들의 돈을 받고 요구대로 완벽한 그림만을 그려왔기 때문이죠.
◆ 세상 만물은 빛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그러나 모네는 당당하게 반기를 듭니다. ‘화가들이여, 제발 현장으로 나가 보라’ ‘빛으로 변화 무쌍한 세계를 살펴보라’ 이렇게 외치며 출품한 그림이 바로 ’인상, 해돋이‘랍니다. 해가 뜰 때의 하늘과 바다는 푸른빛이 아니라, 태양의 붉은 정열을 품게 되고, 당연히 붉게 물들며, 화가의 마음까지도 붉어진다며, 세상 만물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빛에 의해 변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당연히 탈락이었습니다. 한 비평가는 모네의 작품을 이렇게 조롱했습니다. “인상만 대충 그려놓은 미완성이잖아!”그러자 모네는 이렇게 대답했죠. “인상! 좋아, 그럼 내 그림 제목을 ‘<인상, 해돋이>로 하지” 모네는 기꺼이 그 조롱을 받아들이고 이렇게 제목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살롱 전에서 낙선한 작가들과 함께 ‘낙선전람회’을 열었는데 의외로 세계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모네를 중심으로하는 인상파는 이렇게 철저한 따돌림으로 탄생 되었습니다. 그 후 모네로 부터 용기를 얻은 무명화가들은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하였는데요, 세잔, 피카소, 뭉크, 샤갈, 몬드리안 등 다양한 화풍의 천재적인 예술가들이 줄줄이 탄생하게 됩니다.
인상파는 미술계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전반을 개성과 자율이 존중되는 창조 분위기로 확산시켰습니다. 특히 모네는 같은 소재를 연작으로 그렸는데요, 이유는 같은 소재를 같은 장소에서 반복 그렸지만, 자연과 빛의 변화로 모두가 다름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화면의 형상보다, 그의 작품과정을 통해 고정된 절대 진리는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몸소 보여주고자 했던 겁니다. 모네가 최고의 가치로 인정받아야 할 확실한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 표현에 용기를 가지시길
모네는 이와 같은 예술업적에도 불구하고 생전 가난과 병마로 시달렸답니다. 팔리는 그림보다 오로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자, 그렇다면 여러분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그리고 싶나요? 실제 이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정말 신나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아, 뭘 그리지?’ 하면서 더욱 힘들어하는 우리 친구들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표현의 자유에 익숙하지 않은 탓일 겁니다. 이 문제는 평소, 여러분에게 스스로 의도하고 자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얼마나 주었는지 선생님도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무튼 표현은 주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모네의 표현에 담긴 소중한 뜻 여러분 가슴에 꼭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호는 ‘광주 비엔날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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