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가 잘 되는 오디를 먹으면 

방귀가 뽕뽕 나와서 뽕나무래요

 

  항간에 ‘뽕나무 열매 오디를 먹으면 소화가 잘 되어서 방귀가 뽕뽕 나온다’고 나무 이름을 뽕나무라 지었다는 설이 나돈다. 그야말로 낭설이다. 1986년 이두용 감독의 영화 <뽕>에서처럼 과거 남녀가 뽕밭에서 자주 사랑을 나누다 보니 암퇘지 자궁을 ‘암뽕’이라 부르며 푸줏간에서 귀하게 팔리는 사실에 빗대어 여성의 생식기나 성행위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으나 이 또한 낭설이다. 중국 전설에 의하면 동쪽 해가 뜨는 곳에 있는 신령스러운 나무를 부상(扶桑)이라고 했다는데, 부상이 부앙>붕>뽕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여러 설 중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으나 이마저도 공인된 뽕나무의 유래설은 아니며, 오디에 대한 유래는 아예 오리무중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보게 바뀌었음을 이르는 고사성어이다. 고대 중국 동진의 갈홍(葛洪; 283-343)이 저술한 <신선전(神仙傳)>에서 유래되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뽕나무는 중국이 원산지로서, 번식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밭이란 밭은 온통 뽕밭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찍이 고구려가 비단으로 유명했고, 대를 이어 왕실에서도 왕비가 친잠(親蠶)하며 비단 짜기를 장려했다. 숲속일지라도 뽕나무가 흔한 곳은 필시 과거에 마을이 있었다는 증거로 봐도 무방하다. 이처럼 뽕나무는 누에에게 뽕잎을 먹여 명주실을 자아내게 만드는데, 남북조 시대 송나라의 범엽(范曄; 398-445)이 펴낸 <후한서(後漢書)>에 ‘중국의 전설적인 황제(黃帝)의 비였던 서릉씨(西陵氏)가 처음으로 양잠법을 가르쳐 잠신(蠶神)으로 받들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초기 때부터 선잠단(先蠶壇)을 두었고, 조선 중종 원년에는 지방의 잠실(蠶室)을 서울로 모이게 하여 그 일대가 지금의 강남 잠실동 이름으로 남아 있으며, 구한말까지 세종대왕이 심었다는 400년 된 뽕나무가 존재했다. 

 

  뽕나무는 양잠 말고도 매우 유용한 작물이었다. 중국 위나라의 무제(조조; 236-290)는 전쟁 중에 뽕밭을 발견하여 굶주림을 면하였고, 금나라 말기 대기근 때에도 뽕나무로 연명한 백성이 수없이 많았다고 전해온다. 평상시엔 잎을 누에에게 먹이고 재목은 활을 만드는 재료로 썼으나, 비상시 봄철에는 여린 뽕잎으로 나물을 무쳐 먹고, 여름에는 무성해진 잎을 말린 뽕잎 가루를 곡식 가루와 섞어 먹고, 6월 이후에는 열매를 따 먹거나 술로 담그거나 말려 가루로 먹었다.

 

  이제부턴 뽕나무 열매인 오디(Mulberry)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열매는 구형(球形)으로 6월에서 7월 사이 붉은색에서 검은 자주색으로 익으며 열매가 익은 후에는 암술대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바빌로니아에 살던 퓌라모스와 티스베라는 두 연인의 슬픈 사랑을 노래하며 그들의 죽음이 마치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처음 흰색에서 붉은색으로, 연이어 검은색으로 바뀌는 것으로 비유하며 애통히 여겼다. 스웨덴 식물학자 린네가 붙인 뽕나무의 학명은 ‘Morus’인데, 모루스는 검은색을 나타내는 켈트어 ‘모르(Mor)’에서 유래했다. 

 

  우리말로 오들개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상실(桑實), 상심(桑椹), 상심자(桑椹子)라고 한다. 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 탕액(湯液)편에서 ‘검은 오디에는 뽕나무의 정기가 가득 들어 있으므로 상복하면 좋다. 성질은 차고 맛은 달며 독이 없는 약재로 갈증과 당뇨를 주로 치료하며, 세 가지 장을 이롭게 하고 오래 먹으면 배고픔을 달래준다. 귀와 눈을 밝게 하고 장복하면 백발이 검게 되어 노화를 방지한다(黑椹桑之精英盡在於此, 性寒味甘無毒主消渴利三藏久服不飢, 明耳目, 久服變白不老)’고 기술하고 있다. 생으로 먹기도 하지만 약효가 뛰어나 당나라 때부터 약재로 사용되었다.

 

  오디는 몸에 좋다는 블랙 푸드는 물론 과일의 황제라 불릴 정도로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주요 영양소를 살펴보면,

1. 비타민과 무기질_ 사과와 견주어 비타민C(5mg/100g)는 14배, 비타민B군은 70배, 남자들의 로망인 복분자에 비해 철분(2.3mg/100g)은 9배, 블루베리와 견주어 칼륨(284mg/100g)은 3.6배, 칼슘(45mg/100g)은 7.5배 정도라서 성인병 예방, 골다공증 치료, 피부미용, 활력 증진, 숙취 해소, 빈혈 등에 도움을 준다.

2. 안토시아닌_ 보라색을 띠는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이 안토시아닌이다. 오디 100g에는 안토시아닌의 일종인 C3G(cyanidin-3-glucoside)가 383mg 함유되어 블루베리보다 1.5배, 포도보다 25배, 검정콩보다 9배, 흑미보다 4배 정도 많다. 유해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력이 토코페롤보다 7배 정도 높아 노화 억제, 망막 장애 치료, 시력 개선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3.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_ 식물에서 발견되는 항독성/항산화 물질인 레스베라트롤은 육식을 즐기면서도 이 성분이 많은 적포도주를 즐겨 마셔 프랑스 사람들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이 낮다는 French paradox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디 100g에 평균 78mg이 함유되어 포도에 비해 무려 156배가 많고 땅콩에 비해서도 78배가 많다. 레스베라트롤은 인체에서 암 예방, 지질대사 제어, 혈소판응집 억제, 피부탄력 증진 등에 도움을 준다.

4. 루틴(rutin)_ 황색 색소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인 루틴은 모세혈관 강화 및 수축작용을 통해 순환계질환 치료나 고혈압치료 보조제 역할을 하는데, 메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으로 뽕잎과 오디에 함유되어 있다.

5. 유리당(1-Deoxynojirimycin)_ 뽕잎에도 있는 당 성분인 1-DNJ가 오디에도 함유되어 있어서 혈당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6. GABA(Gamma-aminobutynic acid)_ 가바는 혈압저하, 이뇨작용, 신경안정 등에 효과가 있는 아미노산 물질이다. 뽕잎과 함께 오디에도 다량 함유되어 있어서 갱년기에 발생하는 호르몬 고갈이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디를 고를 때는 꼭지가 신선하고 통통한 것을 고르되 겉은 검은색이고 무르지 않은 것이 좋다. 쉽게 물러지므로 단시간 내에 먹어야 하고, 장기간 먹으려면 물기 없는 비닐팩 속에 넣어 냉동고에 보관한다. 생 오디는 맛이 달아 아이들도 잘 먹는데, 잼이나 즙, 주스, 효소 등으로 만들어 먹으면 가족 건강에 유용하고, 성인인 경우 술을 담가 마시거나 효소액을 만들어 장복하면 성인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궁합 음식은 단연 요구르트이다. 요구르트에 생 오디를 섞어 먹거나 오디즙에 요구르트를 타 먹거나 믹서기로 함께 갈아 먹거나 하면 영양뿐만 아니라 맛도 그만이다.

 

  내친김에 오디발효(효소)액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

1st_ 싱싱한 오디를 물로 간단히 세척하여 물기를 제거한다.

2nd_ 소독한 항아리나 유리병에 오디와 설탕을 1:1 비율로 켜켜이 담고 맨 위는 설탕으로 완전히 덮어준다.

3rd_ 용기 뚜껑은 완전밀봉하지 않고 무명천 등으로 살짝 가려준다. 

4rd_ 5일 정도 지나 나무주걱으로 잘 저어주고 좋은 균들이 보글거리며 활동하기 시작하면 하루에 한두 번씩 저어준다. 이렇게 2-3개월 지나면 반응이 없어지고 발효액이 완성된다

Tip_ 설탕의 비율, 공기가 밀폐되지 않는 뚜껑과 나무주걱 사용을 준수하고 완성된 발효액은 오래 저장하지 말고 수개월 내 다 드시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