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을 통한 미술의 이해'

 

'엄마,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아요'

쉽고 재미있는 그림읽기 (어린이강원2014.9.25)

 

어린이 강원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황흥진 선생님입니다. 오늘부터 선생님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그림이야기를 8회에 걸쳐 함께 하려고 합니다. 목적은 누구나 쉽게 미술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요, 또 여러분이 새롭게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면, 언니 누나 오빠 부모님께도 그림을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네요.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세계 미술사에 너무나 유명한 피카소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해보겠습니다.

'거울 앞의 여인'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고요'

  선생님이 한번은 미술시간에 우리 반 친구들에게 이렇게 물어 봤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위대한 화가는 누구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우리 친구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피카소를 가장 많이 대답 했는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그런데 그 다음 질문의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에는 거의 대답을 못했거나 유명 하니까요’ ‘책에 많이 나와서등 피카소의 작품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왜 유명한가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답니다.

 

  그러나 20세기 최고의 미술가 피카소는 우리가 배우는 모든 미술교과서에 소개되어 있고요, 어떤 통계조사를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화가로 뽑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피카소의 작품에 대하여 우리 모두가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은 3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피카소전이 열렸을 때 입니다.

 

  관객의 대부분은 학생들이었는데, 선생님은 이 전시장에서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와 엄마와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는 전시장의 몇 작품을 보더니

엄마, 피카소 그림은 괴물 같고요” “내 보다 훨씬 못 그린 것 같은데요!”

라며 너무나 직설적으로 말했고, 당황한 엄마는

그러니까 설명을 똑똑히 읽어 보란 말이야

라며 아이의 말을 피해 가는 듯 했습니다. 선생님도 얼른 그림 아래 설명을 읽어 보았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아리송했고, 더군다나 우리 초등학생의 수준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암호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첫 이야기로 피카소의 작품을 함께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게르니카'

 

 

사실적인 표현에 대한 실망

  자, 그렇다면 피카소는 작품에 무엇을 표현하였기에 그토록 유명한 예술가가 되었을까요?

먼저 피카소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볼까요. 눈은 이쪽에, 귀는 저쪽에, 손이 아래에 있는가 하면 발은 꼭대기에 있고, 입은 오히려 그 아래 있기도 하며, 배꼽이 있어야 할 자리에 눈을 그려 넣는 상식 밖의 피카소 그림에 대하여 괴물이라고 한 그 아이의 평가는 너무나 솔직하였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피카소는 왜 이렇게 괴상한 모습으로 표현하였을까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피카소의 초기 작품(10-20)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네요. 한번 비교해서 살펴볼까요? 아래 그림을 보면 그의 초기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의 보통 작품과는 달리 지극히 사실적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피카소의 초기 젊은 시절에는 대상의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세상의 진실을 나타내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피카소는 20대 후반에 오면서 사실적인 기법으로는 더 이상 대상의 진실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다며 좌절하고 고민에 빠진답니다. 사람의 눈은 한 면밖에 볼 수 없고 따라서 전체가 아닌 부분만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이유를 그는 심각하게 본 것입니다.

피카소의 초기 사실적인 작품들(10-20)

 

 

인간 감각의 무능함과 입체화의 탄생

   그러나 그는 또다시 그의 사랑하는 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완벽하게 화면에 담기 위해 캔버스 앞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그 날도 역시 인간의 감각으로는 더 이상 대상을 만족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애인의 앞모습을 보면 뒷모습이 보이지 않고 뒷모습을 보려고 돌아가면 다시 앞모습을 볼 수 없는 자신, 즉 인간의 시각은 한 면밖에 볼 수 없고, 이런 단면적 감각은 곤충의 더듬이 보다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하게 됩니다.

 

  그러나 피카소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랑하는 애인을 마주하고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애인의 주변을 빙 둘러 사방에 거울을 설치합니다. 바닥과 천정까지 거울을 설치한 그는 거울에 비친 그의 애인을 열정적으로 그려 나갔고 마침내 그는 한자리에서 애인의 위, 아래 좌, , , 뒤 모든 모습을 한 화면에 완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탄생한 그림은 일명 입체화로 불리게 되고 피카소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이 되었답니다.

우는 여인

우리의 자화상

  그러나 피카소가 여러 시점의 모습을 한 화면에 겹치고 또 겹쳐 완성한 모습은, 삐뚤고 틀어지고 튀어나와 그 아이의 말처럼 괴물처럼 보이게 된 것이죠. 이것은  한 면 이상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부족과 한계를 억지로 극복하려는 오만과 욕심의 결과가 빚어낸 우리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이렇듯 피카소의 진정한 예술적 가치는 천재적인 작가를 뛰어 넘어, 인간이 세상에 대하여 보다 겸손하기를 일러주고 비춰주는 우리의 영원한 거울이 아닌가 합니다.

<동해중앙초 황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