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초록봉에 올랐다.
바닥이 초록으로 변한 요즈음 산불의 흔적이 더 뚜렷하다.
처참하다.
소나무는 거의 전멸했다.
마치 발라먹고 남은 생선 뼈다귀같다.
모퉁이에 노루오줌이 눈에 띄었고
키만한 엉겅퀴가 위안이 되었다.

6월 1일 이제는 여름이다.
돌배 밭을 돌아봤다.
4월말경 돌배가 새알만 했을때
진딧물이 떼거지로 달라 들어 가슴 아팠는데 잘 견디고 이렇게  
땡실땡실하다.
pls라는 것이 있는데도
굳이 주인의 무농약 억지에
우리 친구들이 고생이 많다.
신초들이 발갛게 싱싱 올라와
괜찮다고 한다.
이쁘고 대견하다.


감이 꽤 달렸다.
아직 새알 수준인데 벌써 가지가 무겁다.
그래도 잔인한 적과는 안할 참이다.
중간에 탈락하면 부지런히 주워서
자연 발효식초로 승화시켜 보리라~~
올해는 꼭 실천하겠다.

도장지는 눈에 보일 때마다
부지런히 잘랐는데
잘라도 잘라도 또 올라온다.
도깨비방망이처럼~~
미우면서 이뿌다.


감나무 아래 이쁜 풀이 보였다.
키도 자그만한 것이 표정이 순하고 참하다.
이름이 궁금하다.
즉시 찾아보니 개석잠풀이란다.
이런 풀은 잘 가꾸면 돈 주고 사는 것 보다 몇 배 낫다.
좀 많이 퍼져서 밉상 도깨비풀을 대신하면 좋겠다~
돌배밭 사이로 개망초도 살랑살랑거린다.
부슬부슬 빗방울에 젖어 색시같다.
이 정도 키를 넘지 않으면 딱 좋겠다.


잊고 있었는데 호박이 눈에 띄었다.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세개 중 하나가 벌레의 공격으로 보드라운 순에 구멍이 숭 숭 뚫렸다.
어떤 놈인지 살펴보니 안 보인다.
여름에 된장찌개와 이파리 쌈으로 너무너무 착한 식재료다~
풀도 막아주는 고마운 친구
파종때 너무 바빠서 밑거름도 못했는데
자리를 더 굳히면 잘 삭힌 맛좋은 퇴비
한 바가지씩 꼭 안겨 줘야겠다.


올해도 제 스스로 댑싸리가 송이송이 무리를 이루고 싱싱하다.
저 멀리 두타산이 안개에 묻혔고
구룡골 모든 친구들이 부슬부슬 약비로 행복한 오늘이다.
일년의 반을 맞이 한 오늘
이렇게 또 하루의 반이 흘렀다.

아름화원에서 라벤더20주 구입하여 밭에 식재하였다.
차에 실었더니 라벤더향이 확 퍼졌다.
마침 비가 내려 너무 좋았다.
상추 밭에 3포기, 파밭에 5포기, 나머지는 한 군데 모아 심었다. 수국2개를 덤으로 얻어서 함께 심었다.
앞으로 먹는 식물보다 보고 즐기는 식물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