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탑, 지드래곤은 왜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을까

등록 :2020-01-21 18:40수정 :2020-01-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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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유명 작가·기획자 20여명 지원
방탄이 추구해 온 다양성·소통 가치
현대 미술계와 교감, 작품으로 실현

지드래곤·하정우·심은하·김혜수 등
순수-대중문화 결합 사례 있었지만
프로 아티스트급 콘텐츠엔 못 미쳐

영리한 후원 시스템 마련한 BTS
브랜드·정체성 구현 수준에 주목
국내 전시는 28일 DDP에서 개막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화폭 속에 집어넣은 팝아티스트 홍경택 작가의 근작 <비티에스>(BTS). 지난해 7~8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기획전 ‘나우 케이아트’(Now K’Art)에 내걸렸다. 홍 작가의 연작 ‘훵케스트라’의 일부다.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화폭 속에 집어넣은 팝아티스트 홍경택 작가의 근작 <비티에스>(BTS). 지난해 7~8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기획전 ‘나우 케이아트’(Now K’Art)에 내걸렸다. 홍 작가의 연작 ‘훵케스트라’의 일부다.

대중음악계의 슈퍼스타인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은 왜 알쏭달쏭한 현대미술에 관심이 많을까. 왜 거액을 들여가며 미술가들의 신작 만들기를 돕는 걸까. 대중음악을 넘어 세계 현대미술계에서도 실력자로 뜨고 싶은 걸까.

방탄소년단이 이달부터 3월까지 조각 거장 앤터니 곰리를 비롯한 세계 유명 작가·기획자 20여명의 전시를 세계 다섯 도시에서 전면 지원하겠다는 내용으로 지난 14일 영국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전격 발표한 협업 프로젝트 ‘커넥트 비티에스’가 연초 미술판의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이 프로젝트는 방탄소년단이 노래에서 추구해온 다양성·연결·소통의 선한 가치를 세계 현대미술계와 교감하는 협력 작업을 통해 확산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미술판에서는 이 프로젝트의 정체가 무엇인지, 대중문화 스타가 왜 순수예술 아티스트에 접근하는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단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미술계 기획자들은 ‘커넥트 비티에스’가 아티스트로서 함께 작업하는 협업의 개념은 아니지만, 대중문화 스타와 순수예술이 만나는 전례 없는 규모의 콜라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영국의 세계적인 조각 거장인 앤터니 곰리가 지난 14일 영국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커넥트 비티에스’ 프로젝트 발표 회견에 참석해 방탄소년단이 지원하는 자신의 뉴욕 설치작업 구상에 대해 밝히고 있다.
영국의 세계적인 조각 거장인 앤터니 곰리가 지난 14일 영국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커넥트 비티에스’ 프로젝트 발표 회견에 참석해 방탄소년단이 지원하는 자신의 뉴욕 설치작업 구상에 대해 밝히고 있다.

기존 대중문화 스타들은 주로 컬렉터로서 작품을 수집하거나, 개인 취미 차원에서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는 등의 아마추어적인 모습을 보여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의 의미를 미술 작품에 실현한다는 취지 아래 거장들의 신작 창작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자신들의 이미지 프로모션도 함께하는 영리한 후원 시스템을 개발해냈다. 세계 각지의 팬 조직(아미)을 움직이는 영향력, 세계 투어와 음원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막대한 재력을 바탕으로 현대미술과도 연계해 아티스트 이미지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란 분석이다. 서구 현대미술 전공자인 임근혜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은 “대중문화의 격도 높아지고, 순수예술에 대한 대중성을 확장해주는 측면도 있어 서로 윈윈하는 순기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사로 보면, 어느 시대나 자본을 많이 가진 이들이 후원자(페이트런)이 됐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피렌체의 상업 자본가 메디치 가문이 그러했듯 21세기엔 대중문화의 스타 자본이나 럭셔리 명품 브랜드가 현대미술의 후원자로 자리 잡는 흐름을 비티에스의 프로젝트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룹 빅뱅 멤버 탑은 2016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경매사 소더비의 특별자선경매에 출품작을 직접 선정하는 기획자로 참여했다. 그해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사전 언론설명회 행사에 탑이 나와 장 미셀 바스키아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그룹 빅뱅 멤버 탑은 2016년 10월 홍콩에서 열린 경매사 소더비의 특별자선경매에 출품작을 직접 선정하는 기획자로 참여했다. 그해 9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사전 언론설명회 행사에 탑이 나와 장 미셀 바스키아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이다.

사실 순수 시각문화 영역의 예술가와 대중문화 스타가 결합한 전례는 서구와 국내에서도 숱한 전례가 있다. 수년 전 영국과 미국에서 순회 전시로 선풍적 인기를 끈 데이비드 보위의 회고전과 아이슬란드 출신 가수이자 미국 설치미술 대가 매슈 바니의 부인인 비요크의 뉴욕 모마 피에스 원의 아트콜라보 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도 2015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콘셉트로 삼은 작가들과의 협업전 ‘피스마이너스 원’을 차린 바 있다. 개념미술의 주요 작가 오노 요코가 비틀스 리더 존 레넌과 결혼한 직후 유럽 각처에서 벌인 평화를 위한 침대 퍼포먼스, 앤디 워홀이 만들어 미술사의 명품으로 남은 프로젝트 그룹 벨벳 골드마인의 앨범 디자인, 초보적이지만 한국의 하정우, 심은하, 김혜수 등의 작업 등도 그 예다.

이처럼 대중문화 연예인들과 아트의 만남은 여러 층위에서 진행됐으나, 마케팅과 이미지상의 이득을 함께 노리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프로 아티스트에 걸맞은 콘텐츠를 만드는 선례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개 특정 연예인을 띄우는 장식성 행사나 피상적 내용에 그치곤 했다.

2015년 6~8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렸던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가 14팀의 협업전시 ‘피스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의 마지막 작품인 ‘룸 넘버 8’. 지드래곤의 낮은 육성과 그의 영상이 어두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이 공간설치 작품은 지드래곤과 아티스트 그룹 사일로랩이 함께 만들었다. ‘피스마이너스 원’전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마련한 대중음악 스타 기획전이었으나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색깔,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2015년 6~8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렸던 지드래곤과 국내외 미술가 14팀의 협업전시 ‘피스마이너스 원: 무대를 넘어서’의 마지막 작품인 ‘룸 넘버 8’. 지드래곤의 낮은 육성과 그의 영상이 어두운 공간에서 흘러나오는 이 공간설치 작품은 지드래곤과 아티스트 그룹 사일로랩이 함께 만들었다. ‘피스마이너스 원’전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마련한 대중음악 스타 기획전이었으나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색깔,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주로 나왔다.

이 때문에 비티에스 프로젝트는 앞으로 탄생할 콘텐츠가 그들의 선한 취지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반영하면서 진화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사실 비티에스는 수년 전부터 멤버 일부가 국내외 미술관을 관람하는 모습이 목격돼 현대미술 취향이 화제를 모은 바 있고, 꾸준히 세계적인 미술 작가들과 교류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감도 있지만, 비티에스 브랜드와 정체성이 대가 예술가들의 작업에 얼마나 도드라지게 구현될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커넥트 비티에스’는 14일 런던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개막한 미디어 작가 제이컵 스틴슨의 야생 숲 디지털 영상 전시 ‘카타르시스’를 시작으로, 이번주엔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뮤지엄에서 여러 작가의 퍼포먼스 전시를 진행한다. 오는 28일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 작가 강이연씨와 영국 작가의 한국 프로젝트 전시가 잇따라 개막할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25304.html?_fr=mt3#csidx3b7f3467d4aba85864206d09d754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