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반려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가 있을지도 몰라

입력 : 2023-05-18 17:38:46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전여울

 

〈우리가 다른 우주에서 만나면〉은 세 편의 SF 동화로 이루어진 동화집이다. 세 편의 동화는 공통적인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우주라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묘하고도 재치 있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우주 어딘가에 인간을 반려동물로 키우는 고양이가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인공 지능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원주민으로 있는 행성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상상 등은 드넓은 우주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첫 번째 동화 ‘뒤바뀐 자리’의 설정은 흥미롭다. 이 동화는 우주선이라는 공간에서 인간과 반려동물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을 보여준다. 미요 행성 고양이들과, 그들이 키우는 인간들이 함께 탄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이야기이다. 새롭게 정착할 행성을 찾아 우주를 떠도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인간들은 짐칸에서 따로 생활하게 된다. 고양이인 안지가 자매처럼 생각하는 반려 인간 참치도 짐칸에 산다. 안지가 참치와 다시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참치를 ‘가족 구성원’으로 정식 등록하는 것뿐이다. 안지는 엄마에게 몇날 며칠을 조르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자신들을 ‘짐’ 취급하는 고양이들에 대한 인간들의 불만은 끝내 폭발하고 난동을 부린다.

하지만 새로운 행성을 찾지 못하면 고양이들과 반려동물인 인간은 공멸할 수도 있다. 급박한 상황에서 낯선 말씨의 생명체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들은 투투 행성민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가 미요 행성 고양이들의 우주선으로 와서 헬멧을 벗는다. 그들의 얼굴은 통역기가 꼭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 그 자체였다. 과연 고양이와 인간들은 예전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두 번째 동화 ‘어니를 찾아서’는 지구가 더는 살 수 없는 땅이 되자 우주 난민 수용소로 오게 된 날과 어니의 애틋한 우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날과 어니는 난민 수용소에서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고 버티며 더없이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각자 다른 거주 행성을 배정받으며, 둘은 아쉬운 이별을 맞이한다. 어니가 이주한 곳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인공 지능 로봇이 원주민으로 살고 있는 TH-5 행성. 날과 어니가 연락을 이어 가던 어느 날, TH-5 행성에 큰 사고가 일어나면서 어니와의 연락이 끊어진다. 한참 뒤 어니는 날의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만, 어니는 어딘지 모르게 달라져 있다. 과연 이 어니는 ‘진짜 어니’일까?

세 번째 동화 ‘바다 저편으로’는 심해어를 인간화하여 인류 멸종을 막으려 하는 사람들과, 실험의 부당함에 맞서 그들을 막으려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상반신은 인간의 몸이 되었지만, 하반신은 여전히 물고기의 몸인 채로 남아 있는 인간화 실험 대상이 된 얀. 실험의 가속화를 위해 얀에게 유전자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선택된 유리. 유리는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의 얀을 보면서 자신이 실험 참가자이자 얀의 친구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수상한 청소부 할머니가 나타나면서, 실험에 대한 유리의 확신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유리는 실험을 막기 위해 그리고 얀을 위해 어떤 결심을 하게 될까?

이처럼 세 편의 동화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구 수의 급증, 인공 지능 기술의 발달, 동물 실험 등 이슈를 다뤘다. 날로 고도화되는 과학 기술과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이기심, 인공 지능과의 공존 등 인문학적 주제를 던진다. 전여울 글/sujan 그림/키다리/168쪽/1만 3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https://youtu.be/OHafa0i7Cp8

 

저자 소개 (1명)

동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미디어오늘> 기자,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2010년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현재 업무용 문서 매뉴얼 제작 및 글쓰기 컨설팅 전문업체인 (주)커뮤니케이션컨설팅앤클리닉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업무용 글쓰기 강사로 활동 중이다. 1980년대 후반 문예지 <녹두꽃>에 두 차례 글을 실었으며 다양한 책을 썼다. 불교 분야로는 《싯다르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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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말하기와 글쓰기가 주목받은 적은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이 주목도는 앞으로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결코 낮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p.13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를 ‘마스터키(master key)’라 부릅니다. 우리말로 ‘곁쇠’라고 하지요. 최재천 교수는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곁쇠라고 봤습니다. 저는 최 교수의 주장에 크게 공감하면서 더 본질적인 ‘곁쇠’는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공부하는 것은 교양적 지식을 축적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상대의 말과 글을 잘 이해하고 말과 글을 통해 상대를 설득하는 능력, 공감과 동의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진정한 인생의 마스터키입니다.
---p.23

대학이 취업할 학생에게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아이디어를 정리하여 글로 쓰거나 말로 표현하는 능력’이다. -피터 드러커
---p.25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글쓰기가 사고력을 개발하는 데 전부”라면서 ‘6페이지짜리 문서(6 Page Narrative Memo)’ 작성법까지 창안해 아마존 회의에 활용했습니다.
---p.26

독서에 대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움직일 수 없는 진리인 것처럼 굳어진 통념을 깰 필요가 있습니다.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강박에 사로잡히면 독서는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 됩니다. 그렇게 읽은 책은 관용과 이해가 아니라 오히려 아집과 편견을 키우게 됩니다.
---p.32

“어떤 책은 맛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소수의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해야 한다”고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했습니다. 아이들이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자유로운 스타일의 독서법을 익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합니다.
---p.37

아이들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는 독서 방법은 슬로리딩, 이야기 바꾸기, 요약 세 가지가 있습니다.
---p.53

요약은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을 선택해 분리하는 작업입니다. 이를 통해 각자 중요한 것의 기준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p.73

아이들은 한평생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합니다. 설득을 잘할수록 기회와 성공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집니다. 설득을 잘할수록 인간관계가 풍성하고 부드러워집니다. 행복의 제일 조건이 여기서 나옵니다. 설득이야말로 가장 큰 배움입니다. 이 큰 배움을 독서와 요약이라는 사소한 행위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p.85

“좋은 글은 질서가 있다.”
---p.107

부모가 아이에게서 소통의 장벽이 느껴질 땐 그 원인을 아이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서 찾아야 합니다.
---p.117

부모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음과 영혼으로 듣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한마디로 경청을 배워야 합니다.
---p.138

아이가 글을 쓰면 무조건 박수를 쳐야 합니다. 아이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을 몇 개의 자음과 모음을 결합한 문자로 옮긴다는 사실은 기적입니다.
---p.145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쓰는 방법은 육하원칙, 고유명사, 숫자, 오감(색, 소리, 냄새, 맛, 촉감)을 빠뜨리지 않는 것입니다.
---p.175

글의 시작 부분에서 독자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중간을 이어가고 마무리에서 메시지를 던져야 좋은 글이 만들어집니다.
---p.201

두 문화권의 차이로부터 비롯된 것이겠지만 익명보다 실명을 밝히는 것이 더 원활한 소통의 방법이며, 그런 사회가 더 자유롭고 민주적일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실명을 들어 소통하는 것의 중요성과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p.223

커뮤니케이션 이론엔 ‘메시지보다 메신저’라는 말이 있습니다. 말의 내용보다 말의 주체가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말을 할 때는 메신저의 존재를 표현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드러납니다. 글에서 자신이 겪은 경험과 사실을 이야기해야 메신저의 존재가 드러납니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이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 가장 설득력이 높은 콘텐츠란 사실을 잘 인식시키면 좋겠습니다.
---p.227

출판사 리뷰

읽기, 말하기, 글쓰기를 통해 키우는 리더십-문해력, 소통, 공감 능력
책 읽기는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이자, 진정한 리터러시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 것
아이와 부모의 눈높이에 맞춘 쉽고 구체적인 설명, ‘한 걸음 더’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실전 연습


문해력, 공감 능력, 소통. 이 단어들은 현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꼭 익혀야 할 삶의 기술이자 리더의 필수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아주 어릴 적부터 스마트폰 등 각종 영상기기에 노출된 아이들의 소통 능력과 문해력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눈떠서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만 쳐다보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스마트폰’에서 구하고 말하기, 글쓰기를 잘하는 ‘인생 마스터키’를 갖게 할 방법은 없을까? 이 책은 책 읽기와 글쓰기로 이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기 아이 가르치기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부모만큼 좋은 스승이 또 어디 있겠는가? 부모가 먼저 제대로 된 말하기, 책 읽기, 글쓰기를 익히고 아이와 함께한다면 아이 또한 책을 좋아하고, 조리 있게 말하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며 글을 잘 쓰는 아이로 자라지 않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강력한 무기, 말하기와 글쓰기’

생물학자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가진 학자이자 글 잘 쓰는 학자로 정평이 난 최재천 교수는 신문 기고를 통해 인문학과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것이 아이들의 ‘인생 마스터키’, 즉 곁쇠가 되어줄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옥스퍼드나 하버드, 예일 같은 유수의 대학들이 세상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것이다. 저자는 거기에 더해 더욱 본질적인 인생의 곁쇠는 말하기와 읽기, 글쓰기 능력이라 말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2004년 존 케리 대선후보 지지 연설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체스키,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 최고의 석학이나 기업가들도 글쓰기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때, 탄탄한 말하기, 글쓰기는 그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할 강력한 수단이 되어줄 것이다.

‘책 잘 읽는 아이로 바꿀 슬로리딩, 낭독, 이야기 바꾸기’

어릴 적엔 책과 친하다가 어느 순간, 스마트폰에 몰두하면서 책 읽기와는 담을 쌓는 자녀를 지켜보며 부모는 가슴이 답답하다. 아이가 독서량이 부족해 공부에 뒤처지고 교양 없는 무식자가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아이를 책과 친하게 할까? 방법은 하나다.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도 맞지 않는 독서목록을 내밀기보다 만화든, 학습참고서든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를 선택해 스스로 책을 고르고 실컷 읽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아이를 독서의 주인공으로 만들자고 제안한다. 아이에게 어려운 내용은 부모가 이해하도록 설명을 곁들이고 슬로리딩과 낭독으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고, 이야기 바꾸기, 요약 등을 통해 아이가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놀이처럼 함께하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책을 붙들고 있는 모습에만 만족할 게 아니라 아이가 독서와 글쓰기에서 주도성을 발휘하도록 끊임없이 도와야 한다.

‘말 잘하는 아이, 경청하는 부모로부터’

말을 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을 근거와 내용을 갖춰 표현하는 것이자 상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저자는 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정서와 이치에 맞게 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서와 이치에 맞는 말하기’의 중요성을 소크라테스의 최후의 변론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소크라테스가 밀레토스 등에게 고발당해 법정에 섰을 때, 자기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기보다 배심원을 설득하는 변론을 했더라면 아마도 사형을 면했을 것이라고 한다. 아울러 육하원칙에 따른 말하기는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중요한 기술이다.

아이와 대화할 때, 부모는 주장을 가장 나중에 하는 미괄식 말하기를, 아이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장을 먼저 하는 두괄식 말하기를 권한다. 특히 아이와의 대화에서 부모는 자기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먼저 아이의 말을 마음과 영혼을 다해 듣고 공감해주고 나서 의사를 전달하라고 하라고 조언한다. 말을 잘하는 아이는 경청을 잘하는 부모로부터 나온다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빨간펜보다 아낌없는 박수가 이끄는 글 잘 쓰는 아이’

저자는 사람들이 글쓰기에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유를 초등학교 일기 쓰기에서 찾는다. 요즘 아이들은 매일 일기 쓰기를 숙제로 제출하고 선생님은 검사의 일환으로 때론 빨간펜으로 첨삭까지 한다. 일기처럼 사적인 영역의 글에 문법이니, 바람직한 글쓰가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래서 저자는 아이들의 일기에 빨간펜 첨삭을 하지 말아달라고 선생님들께 간곡히 호소한다. 빨간펜의 기억이 아이들로 하여금 글쓰기를 어려운 일로 여기고 담을 쌓게 하는 원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가 말을 배울 때, 한 단어라도 입 밖으로 내면 부모는 발음의 정확성 따윈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말을 했다는 사실만으로 즐거워하고 경이로움을 느낀다. 바로 그것이다. 부모는 아이가 글쓰기를 그 자체로 경이롭게 바라보며 칭찬하고 반겨야 한다. 아낌없는 칭찬은 아이의 글쓰기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하게 하는 단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하기, 글쓰기, 책 읽기의 의미와 중요성에서 출발해, 그 실행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한 걸음 더’를 통해 그 내용을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했다. 아울러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저자의 경험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아이의 책 읽기, 글쓰기와 대화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에게 아이를 탓하기에 앞서, 부모의 말과 태도를 먼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리터러시와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사람이 더 좋은 삶의 기회를 얻고 삶을 더욱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아이를 리터러시와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아이로 키울 방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추천평

모든 부모의 소망이 무엇인가. 자녀의 행복 아닐까? 이를 위해 자녀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할까. 읽고 쓰고 말하는 능력 아닐까? 잘 읽고 쓰고 말하면 일하기가 수월하고 관계가 원만해진다. 무엇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 삶이 바뀐다.

백승권 작가는 말과 글이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몸소 보여준다. 농부에서 대통령의 글을 쓰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두 딸의 말과 글을 가르치는 아빠에서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표 글쓰기 코치로 자신의 삶을 일궈왔다.

이 책은 10년 넘게 글쓰기 강의를 해오며 터득한 읽기, 쓰기, 말하기의 방법과 지도 요령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화작가인 그답게, 부모는 물론 초등학생도 읽기 쉽게 썼다. 수시로 등장하는 두 딸과의 체험 실화는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강원국 (작가)

아이들의 독서와 글쓰기 지도에는 오래된 관행이 있다. 관행은 선입견에서 비롯된 잘못된 부분도 있고 시대에 맞지 않은 낡은 부분도 있다. 이 책의 참신함은 과감한 배제에 있다. 실용 글쓰기의 대가답게 저자는 어린이의 독서와 글쓰기 교육에서도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 관념은 철저히 무시한다. 현실의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을 실용적으로 뽑아내어 부모에게 안내한다. 분명 다르다. 그리고 힘이 있는 책이다.
-서천석(정신건강의학과 ·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우리 두 딸은 어린 시절 책벌레였다. 하지만 슬금슬금 책과 멀어지면서 부모의 속을 썩이더니 대학에 들어간 후에야 다시 책과 친해졌다. 이건 거의 모든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는 이 문제를 스마트폰이나 한국 교육 시스템의 책임으로 돌린다. 나도 그랬다. ‘문서의 신’ 백승권은 다르게 본다. 『말 잘하는 아이 글 잘 쓰는 아이』는 이래라저래라 참견하거나 멋진 말로 근사한 주장을 하는 대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생활하면서 주도적으로 독서하고 글을 명확하고 재밌게 쓰게 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자녀교육 지침서라고만 하기에는 아깝다. 나를 위한 책이다. 심지어 소크라테스도 이 책을 읽었다면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녀가 있는 부모와 교사에게 강권한다. 궁금하다. 백승권은 여태 뭐 하다가 이제야 이 책을 냈단 말인가!
-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당신을 책으로 써서 영광입니다, 안중근 의사님

[책이 나왔습니다] 혼신을 다해 쓴 책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19.12.18 17:37l최종 업데이트 19.12.18 17:4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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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가 된 시민기자라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표지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표지
ⓒ 사계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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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에서도 교정을 보다

어느 저자인들 자기 이름으로 펴낸 책에 공을 들이지 않으랴. 이번에 나온 나의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사계절)은 그동안 펴낸 책 가운데 가장 정성을 많이 들이고, 교정을 많이 본 작품이다. 원래 이 책은 안중근 의거 110주년이 되는 2019년 10월 26일을 겨냥해 그날보다 10일 쯤 앞선 10월 중순에 발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저자와 출판사 간 교정쇄가 무려 예닐곱 차례나 오가다가 그만 데드라인을 훌쩍 넘겨버렸다.

10월 하순에야 마지막 교정쇄를 출판사로 넘겼다. 나는 그제야 가벼운 마음으로 11월 초순 민화협이 주관하는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 만 우키시마호 순난(殉難) 현장 답사길에 올랐다. 11월 4일 오후 5시, 일본 교토부 마이즈루만 현지에서 추도제가 막 시작한 그 순간에 내 손전화가 울렸다. 사계절 출판사 편집부에서 마지막 교정 지적사항을 전했다. 

내용인즉, 어린 유동하는 결과적으로 안중근 의사에게 이용만 당한 채 뤼순재판소에서 1년 6개월의 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의거 당사자로서 아무런 사죄의 말도 없다는 것은 어린이 교육상 매우 좋지 않다는 것. 아마 안 의사도 당시 그 점을 대단히 미안해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본문 가운데 안중근 의사의 사죄 말 한 마디를 넣는 게 좋겠다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안 의사의 속마음을 꿰뚫은, 역시 어린이 책 출판사는 뭔가 다름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 숙소에서 노트북을 켰다. 그런 뒤 1909년 3월 25일 간수 지바 도시치로부터 다음 날 사형 집행이 있을 것 같다는 귀띔을 받고, 안중근 의사가 잠들기 전 기도를 드릴 때 아래 문장을 새로 넣었다.
 
"… 그리고 거사 때문에 우덕순, 조도선까지 감옥에 가게 한 것도 미안했다. 더욱이 어린 유동하를 (러시아 말 통역으로) 꾀어 이 사건에 가담시킨 게 가슴 아팠다. 그래서 그를 위해 특별히 천주님께 기도드리고 긴 묵상에 잠겼다." -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 106쪽
 
나는 이 책 후기 작가의 말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애국자요, 영웅인 안중근 의사의 생애를 어린이들에게 들려드린다. 대한의 작가로서, 교육자로서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어디 있겠는가."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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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안중근을 만나다

내가 안중근 의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50년대인 초등학교 시절이었다. 그 무렵 내 고향 구미에는 영화관이 없었다. 구미면사무소 옆 의용소방대 창고에서 영화를 상영했다. 그 시절은 영화 한 편을 감상하려면 필름이 최소한 너댓 번은 끊겼고, 화면에서는 줄곧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그때 우리들은 영화의 감독, 주인공, 배우의 이름을 잘 몰랐다. 그저 등장인물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으로 나눴다.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의 모함에 누명을 쓰고 곤경에 빠지다가 마침내 진실이 밝혀져 복수를 하면 손뼉을 치고, 나쁜 사람이 계속 좋은 사람을 해코치하면 눈물을 흘리거나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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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영화 포스터에서 악역을 맡은 배우 얼굴에 흠을 냈던, 픽션과 논픽션도 제대로 구별치 못하는 유치한 어린이였다. 영화 상영 중, 필름이 끊어지면 휘파람을 불거나 "내 돈 물리 도!" 하고 아우성쳤던 기억이 여지껏 뚜렷하다.

그런데, 그때 단체로 본 영화 중 <고종황제와 의사 안중근>만은 기억이 뚜렷하다. 주인공 안중근 역의 배우 겸 감독 전창근은 물론, 이토 히로부미 역을 맡은 배우 최남현까지.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 플랫폼에서 가슴에서 권총을 빼내 이토 히로부미를 장쾌하게 쓰러뜨릴 때 우리 악동들은 가마니를 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모두 박수를 보냈다.

그 뒤 나는 역사와 지리를 배우면서 중국 하얼빈은 까마득히 먼 붉은 나라, 도무지 갈 수 없는 나라의 어딘가로 새겨졌다. 그 먼 나라를, 나는 쉰이 훨씬 넘은 1999년 8월에 중국대륙 항일유적답사 길에 들르게 됐다. 그때 하얼빈 거주 동포사학자 서명훈 선생으로부터 하얼빈역 플랫폼 의거 현장에서 그날의 상황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귀국 후 <항일유적답사기>를 집필할 때, 마치 내가 안중근 의사가 돼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마음가짐으로 그 장면을 써내려갔다. 그리고는 '누가 그의 뒤를 따르랴'라는 제목을 붙였다. 아울러 의거지 하얼빈역 플랫폼에는 아무런 표지도 없다고 국가보훈처와 광복회에 쓴소리도 했다.

여러 독자들은 그 대목이 매우 좋았다고 댓글이나 편지 또는 전화로 격려했다. 그 뒤 국가보훈처와 광복회의 노력으로 하얼빈역 플랫폼 의거지에 총을 쏜 자리와 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진 자리에 표지를 했다는 보도를 보게 됐다. 글쓴이로서 보람과 기쁨을 누렸다.
 
 이오덕 선생님
 이오덕 선생님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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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님

올해 초 사계절출판사 측으로부터 어린이용 <안중근> 이야기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그 순간 나는 가장 먼저 이오덕 선생님이 떠올랐다. 한 선배가 말했다.

"작가의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마지막에는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쓰는 일이다."

나는 이번 책으로 어린이용 도서를 올해 세 권째 펴내는데, 아마도 늘그막에 이오덕 선생님을 만나 직접 가르침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림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오덕 선생을 만나면서 '글은 쉽게 써야 한다'는 것과 '글의 민주화'를 배웠다. 

안중근! 누가 뭐래도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다. 안중근은 좌우, 남북을 막론하고 심지어 중국에서도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다. 이런 위대한 인물을 글로써 그린다는 것은 그 영광 못지않게 얼마나 부담이 되는가.

다행히 나는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기를 맞은 2009년 10월 26일, 우리나라를 출발해 러시아 연해주 연추하리(현 크라스키노 추카노프카)로 갔다. 거기서 100년 전 안중근 의사가 나라의 원수 이토 히로부미를 쓰러뜨리고자 갔던 그 길을 그대로 뒤따랐다. 안중근 의사 마지막 길의 출발점인 크라스키노에서부터 순국한 뤼순 감옥까지 150여 일의 여정을 한 치 어긋남이 없이 모두 답사했다.

당시와 똑같은 교통 기관을 이용하면서 아흐레 동안 안중근 의사 유적지를 샅샅이, 낱낱이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현지 역사가에게 유적지에 대한 증언을 자세히 듣고, 카메라로 담아왔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행 열차로 갈아탄 우수리스크 역으로 아직도 당시의 모습이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 행 열차로 갈아탄 우수리스크 역으로 아직도 당시의 모습이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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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신을 다해 쓰다

나는 국내외의 많은 문헌을 자세히 보고, 현지답사 때 직접 보고 들은 것들을 다시 대조 확인하면서 어린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혼과 정신을 다해 <독립운동가, 청년 안중근>을 썼다. 다시 태어나 쓴다고 해도 이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해 쓸 수는 없을 듯하다. 나는 최선을 다해 쓴 이 책을 감히 안 의사님 제단과 이 땅의 어린이들에게 바친다.

마침 출판사가 송진욱 작가에게 일러스트에게 의뢰했다. 본문 중간 중간에 어린이들이 아주 쉽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을 넣었다.

나는 이 책을 펴내면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대목이 있다. 바로 아직도 안중근 의사의 유언대로 당신의 유해를 고국으로 모셔 오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금이라도 남북한 동포가 한마음으로 안 의사 유해를 국내로 모셔 와 성대히 국장을 치른 뒤 비무장 지대에 안중근 성지를 만들어 온 겨레가 자유로이 참배 숭모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음의 기도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안중근 의사님, 당신이 있었기에 이 나라, 이 겨레는 영원할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도 부디 이 나라, 이 겨레를 지켜 주옵소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 뤼순감옥
 안중근 의사가 순국하신 뤼순감옥
ⓒ 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