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

책소개

너무 익숙했던 서울의 낯선 매력을 발견하다!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그려낸 프랑스인이 있다. 앙굴렘 유럽고등이미지학교에서 만화를 공부하는 저자 사미르는 한국 유학생들을 만나 우연찮게 한국 음식을 맛보고 ‘떡볶이의 향기’에 매료됐다. 그는 ‘음식을 맛보았던 경험은 비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향하는 길’이었다고 말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한국의 전통 탈, 그중에서도 ‘말뚝이’에 주목하였다. ‘시각적 풍요와 다양한 의미를 프로젝트에 녹여 내기’로 한 것이다.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는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진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그려낸 책이다. 저자 사미르는 이 책에서 서울의 거리, 골목, 풍경과 함께 무엇보다 서울 사람들을 낯선 시선으로 관찰하고 묘사한다. 당연함이 낯설어지는 순간 우리는 사고의 전환, 의미의 재배치를 이룬다. 그의 그림과 글들을 보다 보면 그동안 몰랐거나 스쳐 지나갔던 서울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보문고 제공]

저자소개

저자 : 사미르 다마니
저자 사미르 다마니 Samir DAHMANI는 프랑스 북부 프랑슈콩테 지역 출생. 프랑스 앙굴렘 유럽고등이미지학교(?ESI D'Angoul?me)에서 만화 석사 과정을 수학하면서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국의 음식에, 그러다 점차 한국 사람들의 삶에 애정을 갖게 되었다. 졸업 후 한국에 관한 만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였고, 그때마다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해 메모하고 스케치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진행했던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주한프랑스문화원(Institut Fran?ais)의 프로젝트 공모에 당선되었다. 프랑스 앙굴렘 작가의 집(Maison des Auteurs) 레지던스에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작은 디테일까지 이해하고 싶어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그의 목표는 한국과 프랑스의 장점을 모두 배우고, 한국에 정착해 살면서 작업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다.

역자 : 윤보경
역자 윤보경 Bokyoung YUN은 서울 출생. 공주대 만화예술학 석사 졸업 이후, 프랑스 앙굴렘 유럽고등이미지학교(?ESI D'Angoul?me)에서 만화 공부를 계속했다. 한국에 귀국 후 대학 출강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며 박사 과정 중에 있다.

[교보문고 제공]

 

이벤트&기획전

“서울은 살아 있고,
자신을 표현하며,
일상의 삶 위에 녹아 있다.”

한곳에 오래 머물며 시간을 보내면 여행도 어느덧 일상이 된다. 낯선 사람들, 낯선 풍경, 낯선 음식, 낯선 냄새 등에 익숙해지면 더 이상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일상을 살게 된다. 현명한 여행자라면 다른 곳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 때이다. 하물며 여행자가 아닌 생활인이라면 이미 일상이 되어 버린 장소에 감흥을 느끼기는 어렵다.
인구 1,000여만 명이 사는 거대한 도시, 서울. 서울에 사는 사람은 물론이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서울은 이미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숙하고 익숙한 장소이다. TV, 영화, 심지어 소설이나 노래 가사에도 서울이 인용되고 소비된다. 강남은 가수 싸이 덕에 전 세계로 알려졌을 정도다.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필히 외국인일 것이다. 외국인이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해진 서울을 낯선 시선으로 그린 프랑스 만화가가 있다. 스위스와 국경이 맞닿은 프랑슈콩테 지역에서 태어난 아랍계 프랑스인 사미르 다마니(Samir Dahmani)이다. 리옹에 있는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다 앙굴렘에 있는 유럽고등이미지학교(?cole europ?enne sup?rieure de l’image d’Angoul?me)로 옮겨 만화를 공부한 전력이 이채롭다.
저자 사미르는 앙굴렘 유럽고등이미지학교에서 만화를 공부하는 동안 한국 유학생들을 만난다. 당시 저자는 우연찮게 한국 음식을 맛보게 되는데, 이후 이 음식의 향기에 사로잡힌다. 바로 떡볶이의 향기였다. ‘떡볶이의 향기는 일종의 유령과 같아서 나는 보이지도 않는 존재를 후각을 통해서만 정확히 인지’하였다고 말한다. ‘음식을 맛보았던 경험은 비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향하는 길’, 즉 한국 문화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어느덧 저자는 ‘향기의 유령이 내게 주었던 속삭임을 더듬어 떠올려 가며’ 한국을 그리기 시작했다.
저자의 그림을 보고 주변 지인들은 저자가 한국을 여러 차례 가보았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저자는 ‘한국에 대해 풀어낸 부분을 단지 우연으로’ 남기지 않고, ‘직접 눈으로 본 것을 나만의 방식대로 소화하고’ 싶어 한국으로 떠나고자 했다. ‘내가 이야기하고 그린 것들이 보다 실제로 느껴지고 더욱 풍요’로워지길 바랐다.
저자의 바람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해외만화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해결해 주었다. 프로그램 공모에 붙어 약 두 달 동안 한국에 머물 기회를 얻은 저자는 한국의 문화와 전통을 공부하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특히 한국의 전통 탈, 그중에서도 ‘말뚝이’에 주목하였다. ‘시각적 풍요와 다양한 의미를 프로젝트에 녹여 내기’로 한 것이다.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에 등장하는 유령 같은 존재는 말뚝이탈을 쓰고 있다. 낯선 거리와 사람들을 관찰하는 저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역시 말뚝이탈을 쓰고 있는 인물은 저자의 차기 프로젝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이방인으로서 서울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탈을 쓰고 스스로 낯선 인물이 되어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익숙해진 거리와 풍경 들을 낯설게 바라본다.
저자는 서울의 거리, 골목, 풍경과 함께 무엇보다 서울 사람들을 낯선 시선으로 관찰하고 묘사한다. 그의 그림과 글들을 보다 보면 그동안 몰랐거나 스쳐 지나갔던 서울의 또 다른 모습이 우리에게도 낯설게 다가오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너무 익숙해서 외면하거나 무시했던 공간이 한 이방인에 의해 새롭게 조명되고 의미를 다시 부여받는다.
당연함이 낯설어지는 순간 우리는 사고의 전환, 의미의 재배치를 이룬다. 전환되고 재배치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묘한 기시감이 머릿속을 살금살금 간지럽게 한다. 《사미르, 낯선 서울을 그리다》가 주는 최고의 즐거움은 ‘일상에 엉큼하게 숨어 있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자연스런 행동 변화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추천의 글]

사미르는 고향을 찾아들 듯
서울로 날아 와서 이국의 풍경을 구석구석 더듬었다.
천 년도 훨씬 전에 동방으로 찾아 든 처용처럼
인연의 끈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은 그의 눈과 손을 만나 사미르적이며 한국스럽게 드러났다.
그림 광대 사미르, 그대는 영판 우리네 말뚝이로세~.
- 이희재(만화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

이방인의 시선은 언제나 거기에서 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불편함과 동시에 그럴 수 있다는 놀라움, 신선함을 준다. 떡볶이의 향기를 쫓아 서울에 온 프랑스인 사미르에게 우리는 ‘한 줌의 태양 광선도, 한 방울의 빗방울도 맞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이다. 그가 한국의 장마에 대해 그릴 때 나는 한 이방인의 눈이 되어 나에게는 너무나 일상적인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사미르는 우리에게 다시 보라고 요구한다. 새로움은 항상 익숙한 것 속에 있다.
- 함성호(시인, 건축가)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책을 다 보았다. 글을 다 읽고 그림을 다 보았는데, 어쩐지 찜찜하다. 뭔가 덜 본 것 같다. 다시 읽고 다시 보았다. 두 번 보았는데도 여전히 찜찜하다. 익숙한 한국의 풍경인데, 어째서 이 그림들은 이토록 낯선 것일까. 다시 책을 들여다보다가 수많은 그림 속에 환하게 웃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뒤통수가 찍힌 사진을 우연히 보았을 때처럼 당혹스러운 그림들이다. 왜 아무도 웃지 않을까. 내가 아닌 것 같고, 우리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서로를 향해서 환하게 웃지만, 혼자일 때는 이토록 시무룩하고 외로운 사람들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우리를 들여다보면, 우리는 모두 참 낯선 사람들이다. 나는 그림을 보다가 환하게 웃어 보았다. 그러고 싶어졌다. 그림 속 외로운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람을 웃게 만드는 책이다.
- 김중혁(소설가)

사미르 다마니는 프랑스 앙굴렘에서 서울을 만났다. 뿌옇고 희미한 이미지였지만, 그것은 그의 머릿속에 거대하고 매혹적인 도시의 그림을 그려 놓는다. 실제 서울에 오게 된 이후부터 그의 그림은 현실적이면서 때때로 몽환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는다. ‘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상반된 개념은 그의 작품에서 주요한 주제로 떠오른다. 사미르가 붓과 펜으로 만들어 내는, 일상을 담고 있는 황홀한 미장센에 나 역시 특별한 인상을 가졌다. 해체/분석된 서울의 모습, 외부 방문객처럼 그림 속에 묶여 버린 일반 시민들, 사람들의 정체성 상실, 대도시가 뿜어내는 염세적 분위기까지, 이 모두를 애정 넘치는 존중의 시선으로 다듬었다. 그 특별하고 희귀한 시선이 한국 독자들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 다니엘 올리비에 Daniel OLLIVIER(주한프랑스문화원 원장)

입시에 갇힌 학생·교사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감사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이상석 글 /박재동 그림 /양철북 /1만5000원

세상의 교사로 살다- 윤지형 지음 /교육공동체 벗 /1만4000원

   
창배는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몸도 약하다. 추운 겨울,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상석 교사를 마중하는 창배는 홑껍데기 점퍼 차림이다. 이 교사는 창배에게 "스스로 봄이 되라"고 격려한다. 이 교사의 친구인 박재동 화백이 그렸다. 양철북 제공
# 이상석 교사

- 경남공고서 4년여 근무하면서
-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글로
- 친구 박재동 화백이 그림 그려

# 윤지형 교사

- 두 해에 걸쳐 두 달에 한 번씩
- 학교 밖 교사 찾아 다니며 대화
- 그들의 삶과 철학 책으로 엮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부산 교사 두 명이 낸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권은 학생에, 또 다른 한 권은 교사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할 수 없는 선생님'이 경남공고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이야기인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와 '교사 만인보'를 쓰고 싶었던 선생님의 학교 밖 교사 이야기인 세상의 교사로 살다이다.

우선 책을 쓴 교사들을 만나보자.

올해 정년을 맞는 신도고교 이상석 교사는 "30년 전 교육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내가 지금까지 뭘 했나' 자문한다. '학교가 뭐길래'하며 통분하는 아이들을 감싸줄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오히려 입시 경도 현상이 심해지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졸업생들을 모아 그룹별로 문집을 내고 싶다. 그들이 몸담은 각자 분야에서 느낀 점을 책으로 엮는 일이다.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만드는 일을 '어른 글쓰기'를 통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와 세상 사람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내성고교 윤지형 교사는 "많은 사람이 교육 문제를 이야기한다. 교사는 존경받기보다 비난을 받기 일쑤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변해야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곳곳에 이런 좋은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유일한 공간이 학교라면 지금은 사회 전체가 학교다. 그래서 교사탐구 1, 2에 이어 이번에는 '세상이라는 학교'의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자.

   
이 교사는 2004~2007년 경남공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쓴 글을 4부로 묶었다. 1부(야들아, 뭐 하노?)는 교직 25년째를 맞아 새롭게 시작되는 공고 생활 1년 이야기, 2부(가난이 너희를 키웠구나)는 가정방문 이야기, 3부(내가 만난 아이들)는 울퉁불퉁한 아이들 이야기, 4부(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아이들과 함께한 글쓰기 이야기다.

이 교사는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찬우와 1학년 때부터 3학년을 두들겨 패서 코뼈를 내려 앉힌 태영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찬우는 최근에도 만나 아무 말 없이 고기만 실컷 먹고 헤어졌으며, 태영이는 '회사(조폭)에 다니긴 하지만 함부로 주먹을 날리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한 이후로 연락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교사는 두 해에 걸쳐 두 달에 한 번씩 '세상의 교사'를 만나러 다녔고(이 인터뷰는 '오늘의 교육'에 연재됐다), 이것이 '교사탐구3'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3부로 나눠 1부에서는 카페 버스정류장 박계해,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임은혜, 교육농연구소 박형일 2부에서는 부천실고 이주항, 노들야학 박경석, 불이학교 이철국 3부에서는 부산교육연구소 이광호, 대안학교 코디네이터 심수환,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김훈태 씨를 소개한다.

윤 교사는 화가인 심수환 씨가 대안교육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잘못된 미술교육 체계를 개선할 방안을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며 화가로서, 미술 교사의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초지일관 달려온 짧지만은 않은 여정의 한 종착점이 됐다."

두 교사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이들의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교사는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이오덕 권정생 김수업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공부했다. 전교조 결성에 간여한 일로 5년 동안 '거리의 교사'로 지냈다. '한겨레 그림판'을 그렸던 박재동 화백과 고입 재수 시설에 만나 지금까지 둘도 없는 동무로 지내고 있는데, 이 책에 그의 그림을 실었다.

윤 교사는 1985년 부산진여고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청년 교사 시절 미션으로 '교사를 위한 변명'이란 책 쓰기를 세웠던 그는 '가장 시적인 것이 가장 혁명적이며 진리와도 상통한다고 믿고 있다. 오는 23일 오후 6시30분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에서 이 책 출간 기념 토크 콘서트를 마련한다. 윤 교사와 이인식 심수환 씨, 조향미(영도여고) 김경애(연산중) 교사 등이 참여한다.

"신성 모독 성적 도발" 도덕적 잣대에 시달렸던 예술

■ 스캔들 미술관
엘레아 보슈롱, 디안 루텍스 지음ㆍ박선영 옮김
시그마북스 발행ㆍ176쪽ㆍ2만5,000원
입력시간 : 2014.02.28 19: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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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도덕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은 정당한가. 예술이 투영하는 사회의 모습이 반드시 진실과 가까워야 할까. 예술가들이 인간의 욕망을 표현할 때 도덕이란 족쇄를 풀지 못하게 한 것은 예술사를 통틀어 가장 뜨거운 논란의 장을 제공해왔다. 예술가들이 평범하고 사소한 것을 작품으로 만들었다거나, 시대의 도덕정신을 타락시켰다는 이유로 비난받는 상황을 우리는 역사의 페이지 곳곳에서 발견한다. 책은 이러한 논쟁의 한 가운데 섰던 예술작품 70점을 소개한다. 시대의 흐름 속에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며 이들 작품이 어떤 물의를 일으켰는지, 책은 작품과 함께 직시한다.

책은 '신성 모독'이라는 이유로 종교계의 눈총을 받았던 예술품들,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 당국의 검열에 부딪혔던 그림들, 의도적으로 성적인 도발을 일으켜 사회의 내밀한 금기를 건드렸던 행위예술과 작품 등을 알기 쉬운 해설과 더불어 보여준다.

미켈란젤로의 대표작 '최후의 심판'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발판이 치워지기도 전에 교황청 의전관으로부터 "외설적"이라는 공공연한 질책을 들었다. 미켈란젤로가 이에 격분, '최후의 심판' 귀퉁이에 그를 늙은 마귀로 그려 넣은 일화는 바티칸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유명하다. 미국인 작가 안드레 세라노가 예수의 십자가상을 자신의 소변에 담근 모습을 구상한 '침례'는 1987년 발표 후 20년 넘게 전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킨 문제작이다. 이 작품이 국고로 운영되는 국립예술기금(NEA)의 보조금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논쟁을 키웠다.

책의 표지로 등장한 러시아 예술가 단체 '블루 노지즈'의 사진작품 '키스하는 경찰관'은 러시아라는 정치적 폐쇄 공간과 동토가 전해주는 엄밀함의 이미지가 동성애라는 은밀함과 결합돼 적잖은 스캔들을 빚어냈다. 제복을 입은 두 남자 경찰의 농밀한 키스는 배경이 된 자작나무 숲의 긴장감과 어울려 더욱 에로틱하다.

잭슨 폴록의 추상들은 일상의 탈을 쓴 예술, 혹은 예술의 탈을 쓴 일상의 경계를 지났던 작품들이다. "작품 속으로"를 주장한 폴록의 회화를 "틀을 깼다"고 칭송한 평론가들의 주변에선 언제나 "그의 작품은 아이의 낙서와 비슷할수록 더 의미를 갖는다는 어떤 이론이 있는 듯하다"는 식의 혹평이 나돌았으니 말이다.

“英에 덤블도어가 있다면 우리에겐 단군 교장샘이 있죠”

한국판 해리포터 ‘산신령 학교’ 펴낸 동화작가 류은

‘영국에 호그와트 마법학교가 있다면 우리에겐 산신령 학교가 있다.’

제1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류은(43) 작가가 우리 신화와 전래동화를 들여보낸 한국형 판타지 모험 동화 ‘산신령 학교’(샘터·3권)로 돌아왔다.

▲ 한국형 판타지 모험 동화 ‘산신령 학교’(작은 사진)를 펴낸 류은 작가는 작품의 시대를 일제 강점기로 설정한 것에 대해 “근·현대사는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지’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 그 사실을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 우리 미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구름바다에 숨어 있는 산신령 학교. 꼬마 산신령들은 단군 교장 선생님이 굽어보는 가운데 산속의 동식물을 다루는 법, 변신술 등을 배워나간다. 6년 공부를 마치면 정식 산신령으로 ‘나만의 산’을 배정받기 위해서다. 대대로 훌륭한 산신령을 배출한 가문의 달봉이는 새로 전학한 학생들(고아 산신령 장군이와 선녀와 나무꾼 사이에서 태어난 두레)과 맞닥뜨리며 난생 처음 자존심에 금이 간다. 산신령 실습, 이웃나라 무사신과의 결투 등 호기심을 잡아끄는 모험의 시작이다.

마법을 배우는 학교, 남자아이 둘과 여자아이 하나라는 주요 캐릭터, 반인반신(半人半神)의 설정…. 언뜻 들으면 소설과 영화로 세계를 휩쓴 ‘해리 포터’와 겹친다. 하지만 ‘산신령 학교’는 우리식의 새로운 고전을 만들어주겠다는 작가의 단단한 야심이 빚어낸 작품이다.



“저도 제 아이들도 ‘해리 포터’에 푹 빠졌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컸어요. 그 이야기도 결국은 영국의 신화와 신화 속 인물들이 어우러진 거거든요. 우리에게도 재기 넘치는 옛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이 많아요. 조앤 롤링이 자기가 살아온 바탕에서 쌓아 올린 철학과 가치를 작품에 담아 큰 공감을 이끌어냈듯, 우리 아이들도 함께 공감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동화를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구전설화를 탐독하고 역사에 예민한 촉수를 드리운 작가답게 동화에는 단군신화, 조왕할머니설화, 선녀와 나무꾼, 연오랑과 세오녀, 일제강점기 호랑이 토벌대 등 옛이야기와 역사가 짜임새 있게 직조돼 있다. 선생님으로 등장하는 조왕할머니는 아이들에게 꿈의 가치를, 인간에 대한 편견을 허물어가는 산신령의 존재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일깨워준다.

“부엌을 관장하는 조왕할머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 일이에요.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꿈이 없다’고 말해요. 부모님들이 지나친 보살핌으로 아이들의 삶을 대신 만들어주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들도 진통을 겪으며 독립적인 인격체로 오롯이 서야 하는 순간을 맞닥뜨려야 해요. 조왕할머니는 그런 아이들에게 ‘너희 모두 가슴 속에 불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일러줍니다.”



1권 ‘꼬마 산신령들’에 이어 2권 ‘변신왕 대회’, 3권 ‘신들의 전투’는 오는 2~3월 각각 출간된다. 원고지 1200장 분량이다. 작가는 “생각보다 분량이 많이 나와 걱정”이라고 했다. 이유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아이들이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저만 해도 딸이 크면 같이 만화책을 보는 엄마가 돼야지 했는데, 책이 아닌 웹툰을 함께 봐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단조로운 말들이 반복되는 매체에 익숙해지고 학습 부담이 커지면서, 어린이책도 단편적인 정보나 지식을 전해주는 기획서가 주류를 이뤄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힘은 지식보단 지혜, 사람들과의 교류, 책 속 주인공들을 통해 간접 경험하며 느끼는 정의감, 사랑, 우정 등 다채로운 감정에서 얻죠. 아이들이 그 나이 때 느껴야 할 감정들을 한껏 누릴 수 있도록 전통과 현재를 잇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꾼이 되려고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