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에 갇힌 학생·교사에게 전하는 미안함과 감사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 이상석 글 /박재동 그림 /양철북 /1만5000원

세상의 교사로 살다- 윤지형 지음 /교육공동체 벗 /1만4000원

   
창배는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고 몸도 약하다. 추운 겨울, 가정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이상석 교사를 마중하는 창배는 홑껍데기 점퍼 차림이다. 이 교사는 창배에게 "스스로 봄이 되라"고 격려한다. 이 교사의 친구인 박재동 화백이 그렸다. 양철북 제공
# 이상석 교사

- 경남공고서 4년여 근무하면서
-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글로
- 친구 박재동 화백이 그림 그려

# 윤지형 교사

- 두 해에 걸쳐 두 달에 한 번씩
- 학교 밖 교사 찾아 다니며 대화
- 그들의 삶과 철학 책으로 엮어

스승의 날을 앞두고 부산 교사 두 명이 낸 책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한 권은 학생에, 또 다른 한 권은 교사에 초점을 맞췄다. '아이들을 그렇게 사랑할 수 없는 선생님'이 경남공고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이야기인 도대체 학교가 뭐길래!와 '교사 만인보'를 쓰고 싶었던 선생님의 학교 밖 교사 이야기인 세상의 교사로 살다이다.

우선 책을 쓴 교사들을 만나보자.

올해 정년을 맞는 신도고교 이상석 교사는 "30년 전 교육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내가 지금까지 뭘 했나' 자문한다. '학교가 뭐길래'하며 통분하는 아이들을 감싸줄 제도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고 오히려 입시 경도 현상이 심해지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졸업생들을 모아 그룹별로 문집을 내고 싶다. 그들이 몸담은 각자 분야에서 느낀 점을 책으로 엮는 일이다. 세상을 조금 더 밝게 만드는 일을 '어른 글쓰기'를 통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사와 세상 사람과의 대화를 주선하는 내성고교 윤지형 교사는 "많은 사람이 교육 문제를 이야기한다. 교사는 존경받기보다 비난을 받기 일쑤다. 존경받는 사도상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교사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사가 변해야 학생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곳곳에 이런 좋은 교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예전에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유일한 공간이 학교라면 지금은 사회 전체가 학교다. 그래서 교사탐구 1, 2에 이어 이번에는 '세상이라는 학교'의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이제 책으로 돌아가자.

   
이 교사는 2004~2007년 경남공고 아이들과 부대끼며 쓴 글을 4부로 묶었다. 1부(야들아, 뭐 하노?)는 교직 25년째를 맞아 새롭게 시작되는 공고 생활 1년 이야기, 2부(가난이 너희를 키웠구나)는 가정방문 이야기, 3부(내가 만난 아이들)는 울퉁불퉁한 아이들 이야기, 4부(삶을 가꾸는 글쓰기)는 아이들과 함께한 글쓰기 이야기다.

이 교사는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전교 1등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던 찬우와 1학년 때부터 3학년을 두들겨 패서 코뼈를 내려 앉힌 태영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찬우는 최근에도 만나 아무 말 없이 고기만 실컷 먹고 헤어졌으며, 태영이는 '회사(조폭)에 다니긴 하지만 함부로 주먹을 날리지는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한 이후로 연락이 없다고 덧붙였다. 윤 교사는 두 해에 걸쳐 두 달에 한 번씩 '세상의 교사'를 만나러 다녔고(이 인터뷰는 '오늘의 교육'에 연재됐다), 이것이 '교사탐구3'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3부로 나눠 1부에서는 카페 버스정류장 박계해, 우포늪 지킴이 이인식,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임은혜, 교육농연구소 박형일 2부에서는 부천실고 이주항, 노들야학 박경석, 불이학교 이철국 3부에서는 부산교육연구소 이광호, 대안학교 코디네이터 심수환, 청계자유발도르프학교 김훈태 씨를 소개한다.

윤 교사는 화가인 심수환 씨가 대안교육 코디네이터라는 새로운 직함을 만든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다 교육에 관심을 가졌고, 잘못된 미술교육 체계를 개선할 방안을 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며 화가로서, 미술 교사의 교사로서, 교육운동가로서 초지일관 달려온 짧지만은 않은 여정의 한 종착점이 됐다."

두 교사의 프로필을 소개하며 이들의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 교사는 한국글쓰기연구회에서 이오덕 권정생 김수업 선생의 가르침을 받아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공부했다. 전교조 결성에 간여한 일로 5년 동안 '거리의 교사'로 지냈다. '한겨레 그림판'을 그렸던 박재동 화백과 고입 재수 시설에 만나 지금까지 둘도 없는 동무로 지내고 있는데, 이 책에 그의 그림을 실었다.

윤 교사는 1985년 부산진여고에서 교직을 시작했다. 청년 교사 시절 미션으로 '교사를 위한 변명'이란 책 쓰기를 세웠던 그는 '가장 시적인 것이 가장 혁명적이며 진리와도 상통한다고 믿고 있다. 오는 23일 오후 6시30분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에서 이 책 출간 기념 토크 콘서트를 마련한다. 윤 교사와 이인식 심수환 씨, 조향미(영도여고) 김경애(연산중) 교사 등이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