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되는 점 한두개 아냐”…빅토르안·김선태 국내 복귀 추진에 빙상지도자연맹 성명

입력 : 2023-01-13 17:25:45 수정 : 2023-01-16 07: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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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청에서 열린 시청 빙상팀 코치직 면접에 참석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러시아로 귀화했던 빅토르 안(37·한국명 안현수)과 김선태(46) 전 중국대표팀 감독이 국내 성남시청 코치직에 지원한 가운데 한국빙상지도자연맹이 “성남시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13일 지도자연맹은 성명을 통해 “성남시의 직장운동부 쇼트트랙 코치 공개채용 과정을 보면 우려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연맹은 “한국 빙상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건 비단 성적 때문이 아니다”며 “성적이라는 미명 아래 온갖 거짓으로 성폭력과 폭행 등 빙상계에 뿌리박힌 범죄를 은폐해 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빙상이 국민들께 다시 신뢰받고 사랑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지도자의 정직한 직업윤리와 건강한 마음가짐”이라고 진단했다.

 

김선태 전 중국 감독에 대해 연맹은 “김선태 전 감독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격려 차 훈련장을 방문했을 때 폭행 피해로 부재중이었던 심석희 선수가 감기로 나오지 못했다고 사실을 은폐하고, 거짓으로 허위보고를 했다”며 “김선태는 심석희 선수의 폭행 및 성폭력 피해가 올림픽 직후 드러나며 빙상연맹으로부터 지도자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에 대해선 “러시아인 빅토르 안은 한국 국적을 버리고 러시아로 귀화했을 당시 매국 논란이 일자 ‘이중국적이 가능할 줄 알았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귀화 직전 올림픽 금메달 연금을 일시불로 받아간 사실이 추후 드러났다”며 “이중국적이 안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돈을 일시불로 받아간 뒤 몰랐던 척 했던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연맹은 “이 둘은 징계와 논란으로 국내 지도자 활동이 어려워지자 자숙하는 방식 대신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중국 대표팀을 맡는 선택을 한 바 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김선태는 편파 판정으로 중국이 메달을 따갔다는 의혹이 일자 ‘판정은 심판이 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뱉으며 올림픽 정신에 오점을 남기기까지 했다”고 힐난했다.

 

지도자 연맹은 “직업 선택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직업 선택의 자유가 스포츠의 최우선 가치인 공정을 넘어설 순 없다”고 강조했다.

 

그들이 지원한 성남시청에 대해선 “성남시는 한국 빙상의 메카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코치를 선임해 한국 빙상이 다시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돼야 한다”라며 “논란이 일면 거짓말로 찰나의 순간을 모면하고, 공정 대신 사익을 취하는 건 제대로 된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지금 한국 빙상에 필요한 건 국민들의 신뢰 회복이기 때문이다”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전날 빅토르안은 경기도 성남시청에 마련된 빙상팀 코치직 공개채용 면접시험장에 모습을 드러내며 러시아에 귀화한지 12년만에 국내 지도자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말씀드리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성남시청 빙상팀 코치직 1명을 뽑는 공고에는 빅토르 안을 포함해 총 7명이 지원했다. 성남시는 오는 31일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성남시청엔 쇼트트랙 한국 여자 대표팀 간판 최민정, 김길리 등이 속해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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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의 의미와 이동권 보장의 과제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

글과 사진. 배융호/사)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책임연구위원 기사입력   2022-05-30 13:49      7,189회

 
장애인 이동권이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은 2001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장애계는 끊임없이 이동권의 보장을 요구해 왔지만, 사회적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알리고 이를 위해 장애 대중을 조직화하고 법과 제도를 위한 투쟁이 대대적으로 시작된 것이 2001년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장애인 이동권이 대두된 지 2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을 외치며, 이동권의 보장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 이동권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가?
 
 
장애인 이동권의 의미
장애인 이동권(Rights to Mobility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은 이동권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것은 비장애인에게는 사실상 이동권이라는 권리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비장애인도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이동이 자유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물리적인 장벽과 마주하지는 않기에 이동권은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동권은 접근권에 포함된다. 접근권(Rights to Access)은 건축물에 대한 이용과 접근권, 이동권, 정보접근권을 모두 포함하고 있는 개념이다. 그래서 유엔의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장애인권리협약, Convention on Rights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에서도 제9조 접근성(accessibility) 안에서 건축물, 교통 등 이동, 주택 등을 모두 다루고 있다. 물론 제20조 개인의 이동(Personal Mobility)이 있지만, 제20조는 말 그대로 보조기기를 사용한 개인의 이동을 다루고 있으며, 우리가 이야기하는 대중교통 등 교통수단을 이용한 이동은 제9조에서 함께 다루고 있다.
 
이동권은 가장 협의적으로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자유로운 이동이 이동권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비차별의 원칙과 이동의 방식도 중요한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동권을 처음으로 규정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제3조에서는 이동권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제3조(이동권)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교통약자법에서 정의하는 이동권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이동권은 비장애인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도로를 장애인도 이용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교통약자법에서는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의 범위를 법 제2조(정의)에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로 ‘모든’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이 이용의 대상은 아니다. 고속버스 등 시외버스, 전세버스 등이 누락되어 있는 것도 바로 제2조(정의)에서 누락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토교통부의 책임이 크다.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지도 벌써 16년이 지났지만 관련 법률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교통수단, 모든 여객시설, 모든 도로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하려면, 이와 관련된 법률들을 검토해서 필요한 교통수단, 여객시설, 도로가 누락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 법률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궤도운송법에 의한 궤도 차량이 추가되도록 개정된 것이나, 시외버스가 여전히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은 충분한 검토 없이 이슈가 되거나 요구가 높아질 때마다 하나씩 추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매번 법 개정을 해야 하고, 추가되지 않은 교통수단은 여전히 이용할 수 없기에 이동권의 보장은 더욱 지체될 수밖에 없다.
 
↑ [그림 1]  독일 MAN LION’ CITY 사의 광역 저상버스(Man Lion’s City 홈페이지 캡쳐)
 
둘째,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교통시설을 이용해서 이동해야 한다. 모든 교통수단과 교통시설 이용의 원칙은 비차별이다. 교통수단에 있어서의 차별은 물리적인 장벽으로 인한 탑승의 어려움이나 불가능, 보조기기 또는 안내견 등의 탑승 거부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처럼 교통수단과 교통시설에서의 물리적 장벽은 차별 없는 이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저상버스가 100%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차별 없는 동등한 이용에 있다. 버스는 가장 대표적인 대중교통 수단이다. 따라서 장애인 역시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버스를 이용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이용 가능한 저상버스가 시내버스로 100% 도입되어야 한다. 광역 교통수단 역시 마찬가지다. 시외 및 고속버스에 대한 접근과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이미 광역버스로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여러 도시에서 운행하고 있다(그림 1). 따라서 우리나라도 광역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하여 운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 안전하게 이동해야 한다. 목적지까지 이동한다고 해서 이동권이 보장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안전하지 못한 이동의 대표적인 예는 도시철도 역사에 설치된 경사형 휠체어 리프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사형 휠체어 리프트는 고장이 나면 작동이 중단되며, 운행 중 고장이 날 경우 고공에서 휠체어 리프트에 앉아 수리를 기다려야 한다. 또한 휠체어 리프트를 타거나 내릴 때 추락의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사형 휠체어 리프트가 정당한 편의제공이 아니라고 결정하였으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휠체어 리프트 대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것과 현행 휠체어 리프트에 대해서는 안전조치를 할 것을 권고하였다.(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2009.3) 이처럼 이동권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넷째, 편리하게 이동해야 한다. 안전과 함께 중요한 것은 편리함이다. 도시철도 역사의 개찰구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도시철도역사의 경우 세 가지 형태의 개찰구가 존재한다. 하나는 회전형 일반 개찰구로서, 이 개찰구는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는 물론이고 큰 가방이나 자전거를 가진 사람도 통과할 수 없다. 두 번째는 비상 개찰구로서 개찰구 옆의 작은 버튼을 누르면 역무실과 통화가 되고, 이유를 이야기하면 역무실에서 확인 후 개찰구를 열어주는 형태이다. 이 비상 개찰구는 문이 열리면 휠체어 사용자, 유모차, 자전거 이용자, 큰 가방이나 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모두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호출버튼을 누르고 역무실에서 확인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며, 휠체어 사용자가 문을 열고 닫기가 힘들고 불편하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는 넓고 좌우로 열리는 개찰구이다. 이 개찰구는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최근에 건축된 역사에만 설치되어 있다. 개찰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세 번째 개찰구가 이동권의 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째, 적절한 비용으로 이동해야 한다. 경제적 접근성도 이동권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KTX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휠체어 사용자용 좌석은 특실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요금 감면이 있었지만, 일반실에서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경제적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다행히 KTX산천이 도입되면서 휠체어 사용자용 좌석이 일반석에도 설치되어 요금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다.
 
여섯째,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KTX산천의 경우 휠체어 사용자용 좌석은 일반석에만 설치되어 있어 특실을 이용할 수 없다. 반대로 KTX는 특실에만 설치되어 있어 일반실을 이용할 수 없다. 결국 휠체어 사용자용 좌석을 특실 또는 일반실에만 설치하여 좌석 선택권을 침해한 셈이다. 완전한 이동권의 보장은 좌석 선택권 또는 열차 선택권을 포함해야 한다.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은 모든 교통수단•모든 여객시설 등에 대한 이용을 보장해야 하며, 비장애인과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적절한 비용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이동 수단에 대한 선택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인 이동권의 완전한 보장을 위한 향후 과제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교통약자법 및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 관련 법률을 검토하여 모든 여객시설 및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장애인의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최근 세종시와 파주시에서 운행하고 있는 수용 응답형 모빌리티인 셔클, 인천시의 수용응답형 버스인 I-MOD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모두 일반버스 형태로서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그림 2). 이렇게 추가로 도입되는 모든 교통수단에 대해서도 휠체어 사용자의 탑승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검토 및 교통약자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즉, 교통약자법에서 향후 도입되는 비장애인이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에는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교통약자의 접근과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림 2]  셔클 차량(셔클 홈페이지 캡쳐)
 
둘째, 보행 환경을 정비하여 안전하게 만들고 연속 보행을 통해 목적지까지 이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보행은 이동의 기본이다. 보도를 정비하여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연속 보행이 가능하도록 기준에 맞는 턱 낮춤, 적절한 유효폭, 평탄함, 1/24 이하의 기울기 확보, 횡경사 (좌우 경사) 방지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
 
셋째,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을 100%로 올려야 한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27.8%(국토교통부)이다. 30%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노선에 따라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저상버스 비율이 50%가 넘는 노선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대도 없는 노선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노선의 편차 때문에 휠체어 사용자들은 저상버스 이용을 꺼리게 된다. 실제로 본인이 원하는 노선에 저상버스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상버스 보급과 함께 인프라 구축도 시급하다. 저상버스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버스 정류장 연석의 높이가 일정하여 저상버스에서 경사로가 내려왔을 때 어려움 없이 승하차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저상버스 승하차 예절에 대한 시민교육도 급선무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있을 경우 휠체어 사용자가 제일 먼저 타고, 내릴 때는 제일 나중에 내리는 것이 운전자도, 시민도 모두 지키는 공공 교통 예절이 되어야 한다.
 
넷째, 고속버스와 같은 광역버스, 관광버스와 같은 전세버스 등 모든 버스에 대한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현재 각종 셔틀버스, 관광버스, 통학 버스 등은 모두 전세버스로 운행이 되고 있다. 필자가 2000년 초 LA의 호텔에 묵었을 때, 그 호텔에서는 ADA(장애를 가진 미국인 법)에 의해 공항에서 호텔까지 운행하는 셔틀버스 중 한 대를 휠체어 사용자가 승하차할 수 있는 버스로 운행하고 있었다. 우리도 이러한 셔틀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교통약자법에서 이동편의시설의 설치 대상 시설을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그리고 전세버스까지 확대해야 가능해진다.
 
 [그림 3]  뉴욕의 휠체어 사용자도 탑승이 가능한 택시
 
다섯째, 해외처럼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이 가능한 일반 택시를 도입하고 요금을 지원해야 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호주, 영국, 일본, 대만 등은 이미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있는 일반 택시를 도입하여 운행하고 있다(그 림3). 미국은 휠체어 사용자가 탑승할 수 없는 뉴욕 택시는 ADA 위반이라는 자립생활센터의 소송에 대해 법원이 승소 판결을 내림에 따라 뉴욕시 택시의 50% 이상을 휠체어 사용자도 탑승이 가능하도록 되었으며, 이는 뉴욕에서 미국 전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반면,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교통약자들도 탑승이 가능한 UD택시(Universal Design Taxi)를 도입해 운행을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택시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어, 휠체어 사용자도 이용이 가능한 택시 도입의 길은 열렸다. 이제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비장애인과 휠체어 사용자가 함께 이용 가능한 택시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경우 휠체어 사용자 등 교통약자에게는 택시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장애인은 높은 요금 때문에 이용이 어려울 것이다.
 
여섯째, 특별교통수단 차량을 증차하고, 즉시 신청과 예약이 동시에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특별교통수단은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예약으로만 신청을 받는 곳과, 예약은 안 되고 즉시 신청만 받는 곳으로 나뉘어 있으며, 서울시처럼 아침 7시, 8시, 10시에만 전날 예약을 받고, 그 외에는 즉시 신청만 받는 곳도 있다. 그러나 예약으로만 신청할 경우 갑자기 이동이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으며, 즉시 신청만 가능할 경우 약속 시간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즉시 신청을 기본으로 하되, 일정 비율의 차량은 예약으로 이용이 가능하도록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예약에 필요한 차량만큼의 증차가 있어야 즉시 신청 이용자가 어렵지 않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항만 및 여객 터미널을 정비하여 선박 이용 부문의 이동권을 확대해야 한다. 2020년 국토교통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객선의 경우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여객선이 전체의 52.8%, 기준 미적합이 11.8%로서 교통약자법에 따라 적합한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한 여객선은 35.4%에 불과하였다. 뿐만 아니라 여객선을 타기 위한 여객선터미널의 경우에도 전체의 15.1%가 이동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객선에 대한 이동권의 확대가 시급하다.
 
여덟째, 경전철, 트램, 버스 정류장, 택시 정류장 등을 포함한 모든 여객시설의 접근과 이용이 보장되어야 한다. 대전시는 2027년에 총길이 37.8KM에 이르는 트램(노면전차)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트램은 도로 위를 달리는 전차로서 트램의 승강장은 보도 위에 설치된다. 이때 트램과 승강장 사이의 간격과 높이 차이가 문제가 된다. 도시철도에서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단차와 간격과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이 등장할 때마다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교통약자의 이동과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 이동권의 보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동권의 보장은 법제도의 정비, 인프라의 구축, 시민 및 관계자에 대한 교육 등이 함께 추진되어야 완전한 보장이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모든 관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장애인 이동권의 완전한 보장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핵심적인 권리이다. 

덴버에서 ADA까지...美 장애인 이동권 투쟁도 '점거·교통방해' 였다

입력2022.04.03 13:00

미국의 장애인 이동권 투쟁
1978년 콜로라도주 버스 앞 점거 시위가 기원
전국 시내 광역 교통수단으로 확대
90년 제정 장애인법(ADA), 탑승권 보장 강행 규정

 

1978년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진행된 최초의 장애인 버스 점거 시위 현장. 덴버공립도서관 이미지

 

버스 점거, 경찰은 체포 거부, 장애인 시위로 교통 마비

미국 일간지 덴버 포스트, 1978년 7월 6일자

1978년 7월 5일, 콜로라도주 덴버 도심의 콜팩스 애비뉴와 브로드웨이 사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19인이 버스를 막아서고 길거리에서 밤을 지샜다. 이들의 목표는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덴버지역 교통지구(RTD)에 휠체어로도 이용할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된 버스를 도입하도록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틀 동안 이어진 점거 끝에 이들은 RTD와 덴버시로부터 휠체어로도 탈 수 있는 버스를 도입할 것이라는 약속을 일부나마 받아냈다.

 

1975년 오하이오 출신 장로교 목사 웨이드 블랭크가 설립한 장애인 공동체 '애틀랜티스'가 주도한 이 시위는, 미국에서 최초로 등장한 장애인 이동권 점거 시위로 꼽힌다. 도로를 점거하고 체증을 유발했으니, 당연히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덴버포스트의 헤드라인은 이런 시선을 반영했다.

시내버스 운영사 RTD는 '예산에 한계가 있고 필요성이 많지 않다'는 이유를 대며 시위대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RTD는 당시 리프트가 장착된 버스 12대를 운영하고 있었고 '가까운 시일 내에' 18대를 더 도입할 것이라면서, 시위대가 요구한 231대 도입 요구에 대해서는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게 될 때' 진행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또 장애인들이 자주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버스를 "가끔씩만 필요로 할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시위에 참가한 25세의 한 장애인은 덴버포스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버스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우리의 권리가 있다. 장애인들은 집에 묶여 있다. 쇼핑, 영화, 스포츠,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

 

 

덴버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퍼진 '버스 앞 휠체어' 시위

 

1985년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대중교통협회(APTA) 앞에서 대중교통권을 원하는 미국 장애인 모임(ADAPT)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 덴버공립도서관

미국에서 최초로 장애를 '차별받지 말아야 할 소수자성'으로 인정한 법률은 1973년 제정된 재활법 504조다. 이 조항은 연방기금 수혜자가 장애 때문에 차별받지 않도록 했다. '연방기금의 수혜를 받는 지역버스는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논리의 기반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법이 도입된다고 해서 현실에서도 권리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구체적으로 보장돼야 할 권리가 무엇이고, 차별받지 말아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는 법정 소송을 거쳐야 했다. 당시는 법원조차도 장애인 권리 보호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그 결과 투쟁의 주요한 무대는 거리가 됐다. 1978년 덴버 시위는 장애인들이 RTD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덴버 지방법원이 '휠체어를 탈 수 있는 버스를 도입하지 않는다고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결과적으로 덴버 시위는 1983년 설립된 전미 단위 조직 '대중교통권을 원하는 미국 장애인 모임(ADAPT)'으로 그 세를 키웠다. 이들은 덴버를 넘어, 전국 각 지방정부와 대중교통협회(APTA)를 대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버스를 막아섰고, 일부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버스 계단을 손과 팔을 이용해 기어올랐다. 이들은 '접근권은 곧 시민권'이라는 구호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을 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에서 보장해야 할 권리로 내세웠다.

 

시내버스에서 그레이하운드로

 

ADAPT 회원들이 그레이하운드 버스 앞을 막아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

곳곳에서 벌어진 투쟁의 결과로 시내버스에 휠체어 보급이 늘어난 후, 투쟁의 무대는 시내버스에서 주(州)간 교통수단인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바뀌었다. 1988년 9월에 미국 14개 도시에서 이들은 시내버스 때와 같은 방법을 썼다. 그레이하운드 버스 정류장을 막아선 것이다. 이들은 '그레이하운드는 더티 독(dirty dog·비열한 자를 뜻하는 속어로, 그레이하운드가 개의 한 품종이라는 점에서 착안한 언어유희로 볼 수 있다)이다. 우리는 그 개를 타야겠다(We will ride)'라는 구호를 외쳤다.

당시 상황을 보면, 그레이하운드는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보장하겠다는 이유로 사실상 이런저런 탑승 제한 조건을 걸었다. 휠체어 이용자들은 버스에 무료로 탑승할 수 있었지만 대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반드시 동반해야 했다. 또 비장애인이 장애인인 척 무료로 버스를 이용하는 '부정 수급'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은 의사의 장애 증명서를 지참해야 탈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시위에 참여한 스무 살 시위자 줄리 패러는 당시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에 "그레이하운드는 매우 시혜적이고 차별적 장애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내가 시내버스를 탈 때는 필요가 없는 증명서가 왜 그레이하운드를 탈 때는 필요하느냐"고 밝혔다. 30분에서 1시간 가까이 버스 운행이 지연되자 불만을 드러내는 시민들에게 그는 "하루 동안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의사당 앞 계단 기어오르며 만든 장애인법(ADA)의 힘

 

조지 허버트 부시 미국 대통령이 1990년 7월 미국장애인법(ADA)에 서명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1990년 제정된 미국장애인법(ADA)은 재활법 504조와 더불어 장애인권을 획기적으로 격상시킨 법률로 꼽힌다. 이 법은 연방 보조가 들어간 법률을 넘어 민간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막는 법률이다. 재계는 대기업과 소기업을 막론하고 입법에 반대했다. 반대자들 가운데는 당연히 이동권 투쟁의 최전선에 놓인 그레이하운드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보수 정당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입안하고, 그의 후임인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ADA는 발효됐다. 이에 앞서 ADA 법안의 의회 통과를 눈앞에 뒀을 때 장애인들은 또다시 휠체어를 비롯한 보조 장비를 버린 채 국회의사당 계단을 기어오르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그레이하운드는 법안의 통과에도 쉽게 변하지 않았다. 연방 교통국은 버스 회사의 "현실"을 감안해 일정한 유예를 인정했다. 2006년까지 전체 버스의 절반에, 2012년까지 모든 버스에 리프트를 설치하도록 규정한 것이다. 장애인 단체는 1997년에도 버스 앞을 점거하고 표 판매를 방해하는 시위를 벌이면서 항의했다.

입법 30년이 지난 현재 ADA는 결과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2019년에도 그레이하운드는 장애인 이동권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했다는 판정을 받고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차이점이 있다면 장애인 단체가 아닌 정부가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는 그레이하운드에 장애인 2,100명을 대상으로 총 300만 달러(약 36억3,000만 원)가 넘는 배상금을 지불하도록 명령했고, 그레이하운드는 이를 이행했다. 법무부는 "그레이하운드가 리프트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장애인 접근성에 소홀했고 부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사설] 전장연 기습시위, 불법 방치 말라는 시민 요구 커진다

      

입력 :2022-12-19 20:16ㅣ 수정 : 2022-12-19 23:59    

▲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19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에서 지난 14일 지하철 탑승 시위 중 무정차 통과 조치에 규탄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가 251일째 이어지고 있다. 어제는 종전과 달리 기습 시위로 바꿔 열차 운행을 지연시켰다. 이들은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의 필요성을 알린 뒤 용산역까지 승하차를 반복하면서 시위 시간을 끌었다. 평소 7~8분 걸리던 시청역에서 용산역까지의 운행 시간은 40분으로 불어났다. 시민들이 얼마나 우왕좌왕했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다.

이런 식의 전장연 시위는 출근길 시민을 볼모로 잡은 횡포가 아닐 수 없다. 지하철 승하차를 고의로 지연시키는 행위는 철도안전법 위반이다. 시위자 17명이 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동안 전장연은 최대한 연착 없이 5분 이내로 탑승하며 시위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운행 지연 사태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은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발이 묶이는 일이 이제는 불편을 넘어 공포스럽다는 호소마저 쏟아낼 지경이다. 서울교통공사의 무정차 통과 방침이 그래서 나왔고 지난 14일에는 실제로 4호선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시민 출근길을 볼모로 한 지하철 시위를 자제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많은 시민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에 공감하는 까닭에 생업에 지장을 받더라도 계속된 불편을 감수해 왔다. 장애인 이동권, 탈시설 등과 관련한 전장연의 요구가 아무리 절실하더라도 더는 이런 행태로는 동의를 얻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전장연에 시위 자제를 촉구하며 맞불 시위를 펼치겠다고 하겠나. 전장연은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새겨 봐야 한다. 입법권을 가진 국회를 상대로 시위를 해야 한다. 이런 불법을 더이상 방치하지 말라는 시민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