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최저임금 논란’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8-07-24 20:35수정 :2018-07-2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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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공익위원들이 투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돼 공익위원들이 투표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최저임금 8350원’ 갈등 해결, 정부·국회 사활 걸어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0.9% 오른 시급 8350원으로 14일 결정됐다. 외관상으론 두해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됐지만,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소상공인 등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반발이 크다. 16.4%가 올랐던 지난해보다 갈등은 더 첨예화됐다. 정부와 국회는 영세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책뿐 아니라 이런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 해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내년 시급 8350원을 월로 환산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174만5150원(월 209시간 기준)이다. 공익위원 안은 ‘중위임금’이 아니라 ‘평균임금’을 기준 삼는 등 진전된 노력이 엿보이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파장과 고용 충격 논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 것이라는 평가를 면하기 어렵다. 우선 10.9% 인상효과가 온전히 해당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단계적으로 내년부터 최저임금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정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서 멀어진 것은 물론,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 인상률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최악의 인상률’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상여금이나 복리후생비와 별 관계 없는 소상공인들은 10.9% 인상의 충격파를 온몸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2000년과 2001년에 잇달아 최저임금이 16.6%와 12.6%씩 인상된 적 있지만, 최저임금 절대금액이나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적었던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건 무리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편의점의 월 1회 공동휴업이나 최저임금 불복종을 계획하지만, 업주들은 ‘휴업할 여지도 없다’고 호소하는 게 진짜 현실이다.

기획재정부가 이번주 내놓을 최저임금 후속대책으로는 지난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과 함께 노동자뿐 아니라 자영업자 저소득 가구에도 혜택을 줄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음은 정부 또한 잘 알 것이다.

정부는 좀더 명확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 저임금 노동자 500만명의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 양극화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본다면, 지금처럼 공익위원들에게 떠맡기는 게 아니라 큰 폭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수수료 개선 티에프를 구성중인데, 자영업자들이 체감할 방안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에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된다면, 로드맵을 제시하며 솔직하게 노동계의 이해를 구하는 방안이 차라리 낫다. 국회는 ‘서민을 위한 정치’를 매번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계류중인 민생법안 처리에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을’들의 싸움 속에 이익을 얻는 건 ‘갑’뿐이다. 이 구조를 바꿀 책임이 정부와 국회에 있다.

[중앙일보 사설]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 내려놓고 대국민 설득해야

내년도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올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을 올해 7530원보다 820원 오른 8350원으로 지난 13일 결정했다. 이로써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은 2018년 16.3%, 2019년 10.9% 올라 2년간 29% 급등했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러웠다. 사용자 측은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최저임금 동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근로자 측은 1만790원으로 43.3% 올려야 한다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사용자 측이 위원회 참여를 거부해 공익위원과 근로자위원들만으로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확정안에 대해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안 주는 게 아니라 지불능력이 안 돼 못 주는 것’이라며 불복종 운동마저 거론하고 있다. 노측도 ‘상여금의 최저임금 산입과 물가 등 이런 저런 요인을 빼면 실질 인상률이 2.2%밖에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갈등의 근본 원인은 최저임금을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이 지적했듯 ‘최저임금은 정부가 정하지만 비용은 시장이 감당하는 문제’다. 우리 기업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근거로 최저임금이 정해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2020년 1만원 달성’ 공약에 맞춰 진행돼 왔다. 이러다 보니 결정된 최저임금에 대해 사측은 ‘지키지 못하겠다’고, 노측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됐다’고 각각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공약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건 좋다. 하지만 현실을 살피는 것도 지도자의 책무다. 올해 한국 경제는 3% 성장도 버거운 형편이다. 게다가 반도체 등 일부 산업만 특수를 누릴 뿐 조선·철강·자동차 등 주력산업 다수가 경기 침체 속에서 신음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 속에서 고군분투하느라 지금의 최저임금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이들이 “최저임금 불복종” “폐업 불사”를 외치며 반발하는 이유다. 정부도 이를 인정해 카드 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의 보완책을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또 다른 시장 왜곡이라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 2020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될 경우 적용 대상 근로자가 전체의 25%, 500만 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비현실성을 말해 주고 있다.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문제는 대통령이 풀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당사자인 노사와 중재자인 정부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 필요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지층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한반도 대운하’와 ‘노령연금 100% 지급’ 공약을 “100%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사과한 바 있다. 청와대가 15일 내놓은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으로는 갈등을 풀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부터 내려놓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을들의 싸움 부르는 구조 바꿔야”…중앙 “1만원 공약 내려놓고 국민 설득해야”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지난 14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오른 8350원으로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겨레와 중앙의 평가는 모두 부정적이다. 한겨레는 “2020년 1만원 공약 달성에 시간이 걸린다고 판단한다면, 로드맵을 제시하며 솔직하게 노동계의 이해를 구하는 방안이 차라리 낫다”고 충고한다. 공약을 달성하려면 내년에 또다시 최저임금을 19.7% 인상해야 한다. 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중앙 또한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문제는 대통령이 풀 수밖에 없”으므로,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부터 내려놓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는 두 사설의 입장이 완전히 갈린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번 인상으로 임금이 오르는 근로자의 수를 50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 전체 노동자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이를 중앙과 한겨레는 전혀 다른 맥락으로 받아들인다. 중앙은 “적용 대상 근로자가 전체의 25%, 500만명이나 된다는 사실도 급격한 최저임금 상승의 비현실성을 말해주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가 최저임금 상승분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반면 한겨레는 “저임금 노동자 500만명의 생계에 직접 영향을 주는 최저임금 제도가 소득 양극화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이라고 본”다.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극심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겨레는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에 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을 끌어올리는 만큼,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 불균형 해소에 효율적인 정책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물론 한겨레도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우리 경제의 뿌리 깊은 소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한다. 카드 수수료, 임대료, 프랜차이즈들의 본사 로열티 등을 손보지 않으면 최저임금 상승의 부담은 오롯이 소상공인들의 몫이 되어 버리는 탓이다. 이 경우 소득 불균형이 해소되기는커녕 ‘을과 을의 갈등’만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한겨레는 “(최저임금의) 큰 폭 인상을 감당할 수 있는 제도적·구조적 대책을 함께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겨레 사설 속에 등장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근로장려세제’(EITC), ‘카드수수료 개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은 최저임금 상승을 보완할 정책 패키지라 할 만한 것들이다. 한겨레는 또 국회가 말로만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게 아니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 민생법안 처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한겨레는 결론적으로 “지금처럼 을들의 싸움으로 변질된 최저임금 인상 논란 속에서 이익을 얻는 건 갑뿐”이라며 “이 구조를 바꿀 책임이 정부와 국회에 있다”고 주장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그러나 중앙은 과연 우리 경제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견딜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최저임금은 정부가 정하지만 비용은 시장이 감당하는 문제”라는 표현에는 중앙의 입장이 오롯이 담겨 있다. 경제 문제는 수요과 공급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이를 “경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접근”할 때는 숱한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 중앙은 “올해 한국 경제는 3% 성장도 버거운 형편”이라는 사실을 적시한다. 이런 처지에서 최저임금만 “2년간 29% 급등했다”. 경제 성장률을 웃도는 임금 상승분은 고스란히 기업과 국가의 재정 부담이 된다. 중앙은 많은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불복종”을 외치며 반발하는 것은 이들이 생존의 위협에 몰려 지금의 최저임금도 감당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중앙은 “카드 수수료 인하나 임대료 상승률 제한” 등 한겨레가 최저임금 상승을 보완할 정책 패키지의 예로 들고 있는 사안들이 “또 다른 시장 왜곡이라는 풍선효과를 낳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중앙은 결론적으로 “대선 공약에서 비롯된 문제는 대통령이 풀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1만원 공약부터 내려놓고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안광복(중동고 철학교사·철학박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54708.html#csidx6057c2a65980da7b3bc9845dc5bfce4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 결의

 

[동아일보 사설-20161122] 국회는 공소장 토대로 탄핵안 신속히 발의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당도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야 3당 주도로 박 대통령 탄핵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을 뿐 탄핵 시기 등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1 야당이 탄핵 발의를 질질 끌면 끌수록 국가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뿐이다.

 

 검찰이 20일 밝힌 박 대통령의 혐의는 헌법이 정한 탄핵 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651)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최순실 일당에게 넘겨 사유화(私有化)시켰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을 사실상 주도했다. 검찰은 “대통령 혐의는 99% 입증이 가능한 것만 포함시켰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합법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탄핵 절차 돌입엔 소극적이었다. 탄핵 성사가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는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다. 당장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의결할 정족수(200)를 채우려면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외에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동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동조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족수를 채우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내년 1,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3월 퇴임하면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만 남고 이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이 기각되는 문제가 있지만 헌재가 민심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재는 180일 내에 탄핵소추안 심판을 하게 돼 있으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63일 만에 기각했듯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그보다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도 있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 정국을 계속 끌고가고 싶은 것도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망설인 이유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26일의 촛불집회까지 지켜본 뒤 탄핵 추진에 나서겠다면 나라와 국민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혼란을 부추기고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4·19 때처럼 혁명적 상황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농단한 국정을 헌법 절차에 따라 복원하는 일에 머뭇거려선 안 된다. 야당은 신속하게 탄핵 발의를 해 조기에 헌재의 심판이 내려지도록 여당과 여론을 설득하는 데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61122] '대통령 탄핵', 국정 공백 시간 줄일 지혜 모아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彈劾)을 추진키로 공식 결정했다.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한다고 보고 탄핵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1·2 야당이 이런 방침을 정함에 따라 '최순실 정국''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불법 설립 및 강제 모금, 기밀문서 유출 등을 공모한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청와대가 최순실 민원 창구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사실상 탄핵 심판을 요청한 만큼 탄핵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 탄핵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 말처럼 큰 국력 소모가 예상되는 절차다. 정부 회계 조작 혐의를 받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 절차는 지난해 12월 시작돼 지난 10월에 끝났다. 브라질 대법원의 탄핵 무효 소송 기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기간에 브라질 경제 침체는 가속됐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모두 부정적이었고, 지금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고,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브라질의 길'을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 탄핵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한다.

 

 2004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3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회 내 탄핵 찬성 의원 숫자가 당시보다 불확실하다. 야당에선 신중론도 적지 않아 자칫 시간이 늘어질 수도 있다. 국회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전반기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가부간(可否間) 결론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가 노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64일이 걸렸다. 헌재는 공정하고 신중한 심판이 되도록 하되 최대한 심리를 집중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야당의 움직임이다. 야당 일각에는 탄핵 절차가 지지부진해지고 국정 혼란이 이어져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한다. 이어질 대통령 선거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이런 야당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총리 추천을 거부해 탄핵안 가결 시 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도 야당이다. 탄핵 절차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들면 국민의 염증은 야당으로도 향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61122] 국회, 박 대통령 탄핵 절차 신속하게 밟으라

 

* 3, 대통령 탄핵 추진 한목소리…국회·헌재 거부 우려해 시기 저울질

 

 국회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강하긴 했지만 탄핵 목소리가 있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퇴진 주장을 하면서도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이 그제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이들과 공모 관계가 있는 피의자로 판단함으로써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와 추진 방안을 즉각 검토하고, 탄핵 추진 검토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탄핵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탄핵 카드’를 일제히 뽑아 들었다. 국민의당도 탄핵 의결에 필요한 200명 이상 서명을 받기 위해 야 3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에 필요한 정치적·도덕적·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며 탄핵 발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며 내일이라도 야 3당 대표 회동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를 계기로 야 3당이 대통령 탄핵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 30여명도 탄핵과 출당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 된 박 대통령이 더이상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박계 의원들만 남게 됐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를 국정 해법의 유일한 출구로 인식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는 한 탄핵소추 외에는 대안이 없는 까닭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먼저 탄핵 절차를 밟으라고 역공을 펴고, 그것도 모자라 특검에서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탄핵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야 3당 특히 민주당은 국회와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거부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발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서의 탄핵 논의는 정치권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절차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촛불 민심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발의의 명분과 형식은 이제 갖춰졌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재 판단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 최장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국회는 더이상 탄핵안 발의에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나가는 것이 국정 공백을 하루라도 줄이는 길이다. 청와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탄핵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다.

■ 박 대통령 검찰 수사 거부와 강제 수사의 필요성

 

[한국일보 사설-20161122] 적극적 강제수사 필요성 일깨운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거부”

 

 박근혜 대통령 측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객관적 증거가 무시된 상상과 추측”이라고 비판하면서 검찰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시간을 끌다가 마지못해 조사를 받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못 받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입으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했다가 뒤집은 것은 수사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리한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한 약속마저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행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대통령의 거부는 특검 활동이 12월 첫째 주에나 시작될 수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우선 버티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 사이에 최대한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과 홍보물 표현 등에서 최순실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지만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뒤에는 그만두었다고 했다. 그러나 공무상 비밀을 담고 있는 문건 47종을 포함해 180종을 올해 4월까지 최씨에게 넘긴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또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면서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는 듯이 말했지만,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 정도의 말 바꾸기나 거짓말은 일반인이라면 구속 사유가 될 만하다. 혹시라도 특검이 앞으로 박 대통령의 증거 인멸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 책임은 검찰에도 돌아간다. 검찰에 특단의 각오와 의지가 요구되는 이유다.

 

 검찰은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으며 청와대에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안철수 등 대권주자들이 촉구한 강제 수사는 박 대통령 체포가 기소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나 체포가 어렵다고 손을 놓을 게 아니라 출석 요구서를 보내는 등 적극적 수사를 이어 가야 한다. 검찰 내부에도 이 정도로는 땅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며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고 한다. 검찰은 20일의 수사결과 발표로 국민의 부정적 시선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었지만, ‘최순실 사건’ 수사에 쏠렸던 의심의 눈길을 완전히 털어내지는 못했다. 수사 초기의 소극적 태도는 차치하더라도 끝내 3자 뇌물죄 관련 혐의를 밝히지 못하는 등의 한계를 보였다.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보거나 주저할 이유도 없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는 그날까지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서는 것이 지금 검찰에 주어진 으뜸 가는 책무다.

 

 

[한국일보 사설-20161122] 박 대통령,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자신을 위해 순리 따르라

 

 청와대가 순리를 거스르고 민심과 맞서기로 아주 작정한 모양이다. 20일 최순실씨 국정농단사건 검찰 중간수사 발표를 깡그리 부인하고 검찰조사 거부를 선언하더니 21일에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했던 ‘국회 추천 총리’에 대해서도 다른 말을 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은 대통령이 제안과 다른 뜻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이 좀 달라졌으니까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국회 추천 총리 제안을 철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만하다.

 

 

 정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국회의장 방문 시 대통령이 총리 권한에 대해 한 말씀에서 입장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내심은 뻔해 보인다. 지금 야 3당은 탄핵절차를 구체화하기에 앞서 황교안 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바에 따라 국회의 총리 추천을 서두르려 한다. 청와대는 여기에 다른 조건을 내세워 야당이 바라는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국혼란 조기 수습에 협조하기보다는 정치게임에만 몰두하는 셈이다. 국민이 납득할 만한 총리 후보자를 추천하지 못하고 미적거린 야당에도 문제가 있지만 어깃장만 놓으려는 청와대의 자세는 참으로 개탄스럽다.

 

 청와대가 검찰의 조사를 거부하면서 ‘중립적 특검’을 거론한 것도 또 하나의 꼼수로 비친다. 박 대통령이 2차 대국민사과 담화에서 특검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국회에서 통과된 특검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야당이 추천하는 특별검사 후보에 대해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특검 조사 진행 과정에서 제동을 걸 개연성은 충분하다.‘중립적 특검’은 바로 이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에서 드러난 범법사실만으로도 박 대통령은 더 이상 국정을 이끌 자격과 권위를 상실했다.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고 아무리 부정해 봐야 드러난 사실들은 너무나 구체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 엄연한 현실을 인정하고 나라와 국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엇이 최선의 선택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은 주말마다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 촛불시위의 주축은 과격단체나 전문적 시위꾼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다. 박 대통령이 버티면 버틸수록 정국 수습은 더디고 국정 공백과 혼란은 가중될 뿐이다. 질서 있는 퇴진이든, 탄핵절차 진행이든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박 대통령의 협조가 필요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현명한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1122] 불리한 건 다 거부하는 ‘무법 대통령’, 그냥 둘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과 국가 체제에 맞서 버티고 있다. 촛불로 모인 국민의 퇴진 요구를 한사코 거부하더니, 검찰 조사도 거부하고 검찰 수사 결과까지 부인했다. 이제는 국회가 시도하는 최소한의 수습 조처까지 걷어찰 태세다. 퇴진도, 수사도, 수습도 다 거부하고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선전포고’다.

 

 박 대통령은 법적 책임 모면에 안간힘을 쓰는 듯하다. 자신을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규정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자 검찰 조사를 아예 거부했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치졸한 핑계다.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대통령 비서들의 수첩과 휴대전화 등 움직일 수 없는 증거로 확인된 것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해명도 듣지 않았다’지만 애초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은 대통령 자신이다. ‘선의’ ‘국정 운영의 일환’이라는 등 여러 변명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이미 무너져버린 핑계와 변명을 녹음기처럼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대통령 자신이 국가 사법체계를 부인하는 것이야말로 헌정 파괴다.

 

 

 청와대가 검찰 대신 ‘중립적인 특검’ 수사에 대비하겠다는 것도 ‘시간끌기’다. 지금 태도라면 박 대통령은 특검 수사도 중립적이지 않다며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상황을 반전시켜 보겠다는 계산도 하는 듯하다. 특검까지 박 대통령을 공범, 주범으로 규정해도 탄핵 확정 때까지 끝내 버틸 태세다. 나라를 몇 달씩 마비시키고 결국 망가뜨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그런 사태를 수습하려는 시도도 청와대의 방해를 받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 퇴진 및 탄핵 추진’과 함께 ‘국회 주도의 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을 논의하기 시작하자, 청와대는 “국회 추천 총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대통령 임기 보장이 전제된 총리가 아니라는 이유다. 어떤 경우든 대통령 자리를 놓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도저히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범죄 피의자가 대통령 자리를 방패 삼아 버티겠다는 꼴이다.

 

 이런 대통령을 그냥 둘 순 없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법 위에 있을 수 없거니와, 저 살자고 나라를 망치도록 방치할 수는 더더욱 없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막무가내 버티기에 속수무책이어서는 안 된다. 3당을 비롯한 국회는 이제 사태 수습의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지혜를 모아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 탄핵이 불가피해진 만큼, 대통령을 국정에서 배제하고 국정 공백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할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여야가 함께 총리 선임을 논의하는 것이라든지,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불가능해진 상황에 맞춰 분야별로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정부-국회 간 협의 창구를 갖추는 등 다양하고 실효성 있는 조처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조사 거부가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강제수사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은 당장에라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박 대통령이 중대 범죄의 피의자로 입건됐으니 끝내 소환 요구에 불응하면 체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도 특검에 미루지 말고 수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 법을 무시한 채 범죄 혐의를 뭉개도록 방치할 순 없다.

 

 

[동아일보 사설-20161122] 책임총리·검찰수사 말 바꾼 , 국민과 맞서겠다는 건가

 

 

 국회에 책임총리를 추천해 달라던 청와대가 어제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재검토를 시사했다가 다시 번복했다. 정연국 대변인은 “야당이 다른 뜻으로 국회 추천 총리를 요구하고 있다”라며 “조건이 달라져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입장에 변화가 없다”라고 서둘러 진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의 자체는 유효하지만, 대통령 퇴진을 전제로 한 총리 추천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박 대통령이 여야와의 협의 없이 김병준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뒤 이달 8일 국회로 정세균 국회의장을 찾아가 총리 추천을 요청한 것은 국민에게 한 약속이었다. 야당이 총리의 ‘권한’을 어디까지 줄 것이냐고 따지며 지금껏 총리 추천을 마다한 것은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이 약속을 뒤집는 구실이 될 수는 없다. 새 책임총리보다는 지금의 황교안 총리가 그대로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거나 책임총리 문제를 대야(對野)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계산일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국민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할 때만 해도 박 대통령은 자숙 모드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후 은근슬쩍 국정 복귀 시도를 하더니 20일 검찰 수사 발표 뒤에는 공격 모드로 돌아섰다. 국가 최고의 수사기관인 검찰이 대통령 심복들의 진술과 메모 등을 근거로 박 대통령의 혐의를 특정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는데도 청와대는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고 폄훼했다. 대통령이 자신이 임명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수사를 부정하면서 어떻게 법치를 말할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앞으로 검찰의 직접 조사 협조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고 중립적인 특검의 수사에 대비하겠다”라고 말한 것도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특검 2명의 추천을 모두 야당이 하기로 돼 있는 것과 관련해 ‘중립성’을 문제 삼아 특검 임명을 지연시키거나 여차하면 특검 조사마저 거부하겠다는 자락을 깐 것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던 약속을 뒤집고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것도 대통령답지 못하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범법 행위에 이용한 것만도 있을 수 없는 일로 백배 사죄해야 마땅하다. 하물며 대통령의 권한을 방패막이로 이용해 검찰 조사까지 기피하면서 뻗대기로 나오는 것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과 맞서겠다는 노골적인 도전이나 다름없다.

 

 

[중앙일보 사설-20161122] 박 대통령, 다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하라

 

공권력의 중추를 대통령이 부정

검찰·특검·국회총리 다 거부하나

사람 값어치는 물러날 때 드러난다

 

 

 사람의 값어치는 나아갈 때보다 물러날 때 잘 드러나는 법이다. 잘못을 부인하고 거짓말로 꾸미며 잔명(殘命)에 연연하는 건 추하다. 검찰 공소장을 받아든 박근혜 대통령의 행태는 일국의 대통령답지 않다. 지난 4년간 그를 대한민국의 국정운영 책임자로 여겨온 상당수 국민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박 대통령은 무엇보다 대한민국 공권력의 중추인 검찰권을 총체적으로 부정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서 도저히 객관성과 공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군과 함께 대통령 통치권의 양대 기둥인 검찰의 존재와 역량을 이렇게 정면으로 부정했으니 자기 모순과 국기(國基) 부정이 도를 넘었다. 현직 검찰총장을 임명한 대통령이 총장이 지휘한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부정하다니 이 자체가 또 하나의 국기문란 사건이라 할 것이다.

 

 한때 원칙과 신뢰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박 대통령이 이런 원칙 없고, 신뢰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돌변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국가의 운명이나 국민의 안녕이야 어떻든 자신의 임기만 끝까지 채워 신상의 안위를 챙기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문제적 인격은 세상과 공감을 거부하는 성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이틀간 변호인의 공소장 반박문과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을 면밀하게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검찰, 특검, 탄핵, 국회 추천 총리의 4대 국정수습 경로를 모두 부정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에 불응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중립적인 특검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특검이면 특검이지 구태여 ‘중립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임으로써 국회가 통과시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암시한 것이다. 특검법은 특검 2명을 모두 야당이 추천하기로 돼 있는데 박 대통령은 그게 ‘중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시위한 셈이다. 탄핵과 관련해선 “공소장에 기재된 대통령의 관여 여부나 ‘공모’ 기재는 사법기관의 최종 판단 없이는 법률상 무의미한 것”이라고 반격했다. 국회가 탄핵 추진의 근거로 삼고 있는 공소장의 효력이 무의미하다고 혼자 외친 것인데 대통령이 스스로의 세계에 갇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박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에게 새 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한 게 지난 8일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만인 어제 “상황이 좀 달라졌으니 좀 지켜보자”고 한발을 뺐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13일 전 대통령의 제안을 반대했던 야당이 지금은 입장을 바꿨다는 점이다. 막상 국회 추천 총리가 나오려 하니까 갑자기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인가.

 

 박 대통령은 다 내려놓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특검을 군말 없이 수용하고, 탄핵에 시비 걸지 말고, 국회가 추천할 새 총리를 선뜻 받아들여야 한다. 그 뒤의 운명은 사법부와 국회, 국민의 흐름에 맡겨라. 18대 대통령으로서 깨끗하게 뒤처리를 함으로써 국민의 수치심이 더 깊어지지 않게 해줘야 할 것이다.   .

 

 

 

[중앙일보 사설-20161122] 검찰, 박 대통령 뇌물혐의 입증에 주력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향후 검찰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대해 특별수사본부는 “특검 수사 이전까지 대면조사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집된 증거에 따라 객관적이고 엄격하게 판단했다”면서 “앞으로도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을 상대로 한 검찰 조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다면 특검 출범이 예상되는 다음달 초까지 검찰이 해야 할 수사는 박 대통령의 뇌물혐의 입증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정 농단 의혹 등이다. 이 모두 향후 특검 수사 대상이지만 검찰이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마무리를 짓는 것이 모양새가 나아 보이기 때문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을 비롯한 수사팀은 박 대통령에게 뇌물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보강 조사를 벌이고 있다. 법조계 내에서도 기업체에서 받은 돈의 성격을 놓고 법리적 논란이 일고 있지만 뇌물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체로 수긍하고 있다. 검찰은 대통령이 기업 총수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은 협박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강요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는 넓게 보면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 이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때 대법원 판례까지 나왔다.

 

 특히 검찰은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우 전 수석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우 전 수석의 횡령사건을 담당했던 윤갑근 특별수사팀장 등에 대해서도 조사가 병행돼야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과 의혹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국정 농단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최순실씨 등을 비호한 의혹을 사고 있는 김 전 비서실장과 관련해서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시중에는 두 사람이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을 부추긴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국민들은 이 두 사람에 대한 수사도 박 대통령 못지않게 중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 결의

 

[동아일보 사설-20161122] 국회는 공소장 토대로 탄핵안 신속히 발의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국민의당도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해 야 3당 주도로 박 대통령 탄핵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을 뿐 탄핵 시기 등 구체적인 방법은 추후에 논의키로 했다. 1 야당이 탄핵 발의를 질질 끌면 끌수록 국가 리더십의 공백 상태가 장기화될 뿐이다.

 

 검찰이 20일 밝힌 박 대통령의 혐의는 헌법이 정한 탄핵 요건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651)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아무런 공적 권한이 없는 최순실 일당에게 넘겨 사유화(私有化)시켰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을 사실상 주도했다. 검찰은 “대통령 혐의는 99% 입증이 가능한 것만 포함시켰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그동안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면서도 정작 합법적으로 대통령 퇴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탄핵 절차 돌입엔 소극적이었다. 탄핵 성사가 가능할지 자신할 수 없는 데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도 의식했을 것이다. 당장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의결할 정족수(200)를 채우려면 야 3당과 무소속 의원 171명 외에 새누리당에서 29명 이상의 동참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론기관들의 조사에 따르면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동조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어 정족수를 채우기가 어렵지 않아 보인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내년 1, 이정미 재판관이 내년 3월 퇴임하면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만 남고 이 중 2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이 기각되는 문제가 있지만 헌재가 민심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헌재는 180일 내에 탄핵소추안 심판을 하게 돼 있으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63일 만에 기각했듯이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그보다 신속하게 결론을 낼 수도 있다.

 

 활활 타오르는 촛불 정국을 계속 끌고가고 싶은 것도 민주당이 탄핵 추진을 망설인 이유였을 것이다. 이번에도 26일의 촛불집회까지 지켜본 뒤 탄핵 추진에 나서겠다면 나라와 국민이야 어찌 되든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기회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혼란을 부추기고 이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4·19 때처럼 혁명적 상황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박 대통령이 비정상적으로 농단한 국정을 헌법 절차에 따라 복원하는 일에 머뭇거려선 안 된다. 야당은 신속하게 탄핵 발의를 해 조기에 헌재의 심판이 내려지도록 여당과 여론을 설득하는 데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61122] '대통령 탄핵', 국정 공백 시간 줄일 지혜 모아야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彈劾)을 추진키로 공식 결정했다. 민주당은 헌법이 정한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국정 공백과 국론 분열을 최소화한다고 보고 탄핵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이날 탄핵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1·2 야당이 이런 방침을 정함에 따라 '최순실 정국''탄핵 정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불법 설립 및 강제 모금, 기밀문서 유출 등을 공모한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청와대가 최순실 민원 창구가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고 사실상 탄핵 심판을 요청한 만큼 탄핵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통령 탄핵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 말처럼 큰 국력 소모가 예상되는 절차다. 정부 회계 조작 혐의를 받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탄핵 절차는 지난해 12월 시작돼 지난 10월에 끝났다. 브라질 대법원의 탄핵 무효 소송 기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10개월이 걸린 것이다. 이 기간에 브라질 경제 침체는 가속됐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의 평가는 모두 부정적이었고, 지금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미국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고, 북한의 핵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가 '브라질의 길'을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 탄핵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하되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만 한다.

 

 2004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지 3일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엔 국회 내 탄핵 찬성 의원 숫자가 당시보다 불확실하다. 야당에선 신중론도 적지 않아 자칫 시간이 늘어질 수도 있다. 국회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전반기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가부간(可否間) 결론을 내려야 한다. 탄핵소추가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심리에 착수한다. 헌재가 노 전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64일이 걸렸다. 헌재는 공정하고 신중한 심판이 되도록 하되 최대한 심리를 집중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야당의 움직임이다. 야당 일각에는 탄핵 절차가 지지부진해지고 국정 혼란이 이어져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있다고 한다. 이어질 대통령 선거에서 오히려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민이 이런 야당을 참는 데도 한계가 있다. 총리 추천을 거부해 탄핵안 가결 시 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도 야당이다. 탄핵 절차마저 지지부진하게 만들면 국민의 염증은 야당으로도 향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61122] 국회, 박 대통령 탄핵 절차 신속하게 밟으라

 

* 3, 대통령 탄핵 추진 한목소리…국회·헌재 거부 우려해 시기 저울질

 

 국회를 중심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강하긴 했지만 탄핵 목소리가 있었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퇴진 주장을 하면서도 탄핵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검찰이 그제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이들과 공모 관계가 있는 피의자로 판단함으로써 상황이 급변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시기와 추진 방안을 즉각 검토하고, 탄핵 추진 검토기구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탄핵을 포함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탄핵 카드’를 일제히 뽑아 들었다. 국민의당도 탄핵 의결에 필요한 200명 이상 서명을 받기 위해 야 3당은 물론 새누리당 비주류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탄핵에 필요한 정치적·도덕적·법적 요건이 갖춰졌다며 탄핵 발의를 늦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심상정 상임대표도 대통령 탄핵소추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며 내일이라도 야 3당 대표 회동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중간 수사 발표를 계기로 야 3당이 대통령 탄핵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새누리당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 30여명도 탄핵과 출당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피의자 신분이 된 박 대통령이 더이상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박계 의원들만 남게 됐다. 정치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를 국정 해법의 유일한 출구로 인식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모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이 스스로 대통령직을 내려놓지 않는 한 탄핵소추 외에는 대안이 없는 까닭이다. 아울러 청와대가 먼저 탄핵 절차를 밟으라고 역공을 펴고, 그것도 모자라 특검에서 조사를 받겠다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도 탄핵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야 3당 특히 민주당은 국회와 헌재에서 탄핵소추안이 거부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발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는 기우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회에서의 탄핵 논의는 정치권의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절차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촛불 민심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통령 탄핵 발의의 명분과 형식은 이제 갖춰졌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재 판단 등 절차가 마무리되는 데 최장 6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 국회는 더이상 탄핵안 발의에 시간을 지체할 이유가 없다. 탄핵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나가는 것이 국정 공백을 하루라도 줄이는 길이다. 청와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탄핵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이다.

■ 정경유착과 재벌개혁

 

[경향신문 사설-20161114] 이재용·정몽구 등 재벌총수 소환, 이제는 재벌개혁이다

 

 

 검찰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된 재벌 총수들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그제와 어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24일 청와대에서 기업 관계자 17명이 참석한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당일 오후와 다음날 모처에서 재벌 총수 7명과 차례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은 미르재단의 설립 작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던 때여서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자금 출연을 직접 요청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의 독대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에 나섰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까지 가능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댄 재벌 기업들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들은 ‘강제 모금의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에 협조한 뒤 반대급부로 각종 민원을 제기해 특혜를 받은 ‘자발적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와 같은 정경유착의 추악한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한국의 재벌들은 역대 정권에 ‘뒷돈’을 대주며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을 해왔다. 한국 재벌의 성장사는 돈과 권력 간 검은 거래의 역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검찰은 재벌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강제 모금에 응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소환해 면죄부용 조사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도, 재벌개혁을 이뤄낼 수도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61114] 재벌 총수, 정경유착 끊는 자세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직접 소환 조사했다. 지난 주말 이틀간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소환 대상인 대기업 총수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했다는 7명이다. 당시 면담은 이틀 동안 청와대 안가에서 진행됐고 삼성, SK, 롯데, CJ그룹 등 총수들이 대상이었다.

 

 박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이 독대한 시점은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석 달 전이다.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에 대기업들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기업 총수 17명과 공식 오찬을 한 뒤 7개 핵심 총수들과 따로 면담했다는 것이다. 대국민 사과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은 크다. 한두 푼도 아니고 774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재벌들이 거저 내놨을 리 없다고 의심한다. 왜 하필 그 시점에 대통령이 총수들을 비밀리에 만났는지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 커져 가는 이런 합리적 의심에는 여러 근거 정황이 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총수들과의 독대에 앞서 해당 기업들의 민원을 사전 면담자료로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계 현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총수 사면 같은 협조 민원을 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수를 소환하는 검찰의 초강수는 엄중한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기업들은 재단을 장악한 최순실 등의 압력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지만, 민심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맞춤형 특혜를 받는 조건으로 암묵적 뒷거래를 했다는 의구심이 짙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대놓고 행사하는 정치 구조에서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쉬울 수는 없다. 실세 권력에 발빠르게 줄을 대고 비위를 맞춰야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으니 기업의 권력 종속이 딱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접어줄 수는 없다. 일개 민간인의 농간에 용처도 안 따지고 수십억원씩 갖다 바친 사실은 정경유착의 고리에 재벌들 스스로 매달렸다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하다.

 

 재벌개혁의 국민 성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재벌 총수 어느 한 사람이라도 무슨 이유로, 어떤 사정에서 뭉칫돈을 내야 했는지 양심을 걸고 밝혀야 할 것이다. 국정농단에 장단을 맞춰 준 재벌들에 국민 분노가 얼마나 큰지 깨닫고 있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이 한심하고 부끄러운 난장판에서 대기업들이 한 톨의 신뢰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