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경유착과 재벌개혁

 

[경향신문 사설-20161114] 이재용·정몽구 등 재벌총수 소환, 이제는 재벌개혁이다

 

 

 검찰이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한 것으로 확인된 재벌 총수들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그제와 어제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24일 청와대에서 기업 관계자 17명이 참석한 공식 간담회가 끝난 뒤 당일 오후와 다음날 모처에서 재벌 총수 7명과 차례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은 미르재단의 설립 작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던 때여서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에게 자금 출연을 직접 요청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와의 독대 자리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의 강제 모금에 나섰다면 포괄적 뇌물죄 적용까지 가능하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자금을 댄 재벌 기업들은 청와대와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들은 ‘강제 모금의 피해자’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권력에 협조한 뒤 반대급부로 각종 민원을 제기해 특혜를 받은 ‘자발적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와 같은 정경유착의 추악한 실상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한국의 재벌들은 역대 정권에 ‘뒷돈’을 대주며 쥐꼬리만 한 지분으로 계열사를 좌지우지하는 황제경영을 해왔다. 한국 재벌의 성장사는 돈과 권력 간 검은 거래의 역사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검찰은 재벌들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강제 모금에 응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소환해 면죄부용 조사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도, 재벌개혁을 이뤄낼 수도 없다.

 

 

[서울신문 사설-20161114] 재벌 총수, 정경유착 끊는 자세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재벌 총수들을 직접 소환 조사했다. 지난 주말 이틀간 정몽구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줄줄이 소환됐다. 소환 대상인 대기업 총수는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개별 면담을 했다는 7명이다. 당시 면담은 이틀 동안 청와대 안가에서 진행됐고 삼성, SK, 롯데, CJ그룹 등 총수들이 대상이었다.

 

 박 대통령과 그룹 총수들이 독대한 시점은 미르재단이 설립되기 석 달 전이다. 박 대통령은 한류 확산에 대기업들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기업 총수 17명과 공식 오찬을 한 뒤 7개 핵심 총수들과 따로 면담했다는 것이다. 대국민 사과에서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민적 의혹은 크다. 한두 푼도 아니고 774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재벌들이 거저 내놨을 리 없다고 의심한다. 왜 하필 그 시점에 대통령이 총수들을 비밀리에 만났는지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 사이에 커져 가는 이런 합리적 의심에는 여러 근거 정황이 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총수들과의 독대에 앞서 해당 기업들의 민원을 사전 면담자료로 준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재계 현장에서는 경영권 승계, 총수 사면 같은 협조 민원을 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총수를 소환하는 검찰의 초강수는 엄중한 여론을 의식한 결과다. 기업들은 재단을 장악한 최순실 등의 압력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냈다지만, 민심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당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맞춤형 특혜를 받는 조건으로 암묵적 뒷거래를 했다는 의구심이 짙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대놓고 행사하는 정치 구조에서 정상적인 기업 운영이 쉬울 수는 없다. 실세 권력에 발빠르게 줄을 대고 비위를 맞춰야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으니 기업의 권력 종속이 딱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를 접어줄 수는 없다. 일개 민간인의 농간에 용처도 안 따지고 수십억원씩 갖다 바친 사실은 정경유착의 고리에 재벌들 스스로 매달렸다는 비난을 듣기에 충분하다.

 

 재벌개혁의 국민 성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늦었지만 재벌 총수 어느 한 사람이라도 무슨 이유로, 어떤 사정에서 뭉칫돈을 내야 했는지 양심을 걸고 밝혀야 할 것이다. 국정농단에 장단을 맞춰 준 재벌들에 국민 분노가 얼마나 큰지 깨닫고 있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 이 한심하고 부끄러운 난장판에서 대기업들이 한 톨의 신뢰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