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교육부의 후안무치

 

입력 : 2016.11.01 03:16

지난해 4월 강원도 한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전국에서 모인 교수들이 교육부 평가위원 앞에서 면접을 봤다. "학생들 실습은 제대로 시키고 있나요?" 교수들은 답변에 진땀을 뺐다. 여기서 매긴 점수로 대학별 입학 정원과 예산 지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면접이 끝나고 한 교수가 총장으로부터 긴급 문자를 받았다. "B등급 이하 받으면 학교에 돌아오지 마!"

▶교육부가 올해 대학에 나눠준 돈이 9조원이 넘는다. 학생이 줄어 돈줄 마른 대학들은 정부 예산 받으려고 '쟁탈전'을 벌인다. 한 지방대 교수가 하소연했다. "연줄 없으면 대학 총장이 교육부 과장 만나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대학마다 교육부 관료를 자기 학교에 모시느라 애를 쓴다. 아예 교육부 출신이 총장·부총장 되면 교육부로 가는 고속도로를 놓는 것이라고 한다. 증거 자료가 있다. 교육부 4급 이상 공무원 중 70%가 퇴직 후 대학으로 갔고, 교육 관료가 간 대학 중 92%는 구조조정 평가에서 낙제를 면했다. '교피아'는 대학과 교육부 간의 이런 갑을 관계를 먹고 산다. 

[만물상] 교육부의 후안무치
▶대학가에서는 올해 이화여대가 교육부 예산을 싹쓸이한 일이 화제였다. 이대는 교육부 주요 재정 사업 9건 중 8건을 차지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 준 교수는 1년 새 나랏돈 55억원을 받았다. 정씨가 결석으로 제적당할 상황에 놓이자 훈련 서류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하는 학칙(學則)도 만들었다. 그간 의아해하던 사람들은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대학은 비선 실세 딸에게 특혜 주고, 실세는 그 대가로 교육부 관료를 움직여 나랏돈 몰아준 거 아닌가.'

▶ 31일 이화여대 캠퍼스에 교육부 직원 10여 명이 들이닥쳤다. 정씨 입시 특혜 의혹을 감사(監査)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대가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을 어떻게 받게 됐는지는 감사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자기들이 잘못한 부분만 빼고 감사하겠다는 것이다. 130년 사학(私學)을 엉망으로 만든 '공범'이 도망가려는 것 같다.

▶지난해 구속된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도 청와대 들어간 후 자기 출신 대학에 대한 규제를 풀라고 교육부 간부에게 압력을 넣었다. 권력이 대학을 움직이려고 할 때 중간엔 늘 교육부 관료가 있었다. 교육부는 이대에서 입시 비리를 확인하고 서둘러 감사를 끝내고 싶을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권력과 교피아, 그리고 대학의 삼각관계에서 어떤 비리를 저질렀는가 하는 것이다. 이대보다 앞서 감사를 받아야 할 곳은 교육부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