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59년간 '여직원은 결혼하면 퇴사' 강요한 금복주

     

    입력 : 2016.08.25 03:18

    주류업체 금복주와 3개 계열사가 1957년 금복주 창사 이후 59년간 여직원이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게 하고, 거부하면 업무에서 따돌리거나 직급에 맞지 않는 부서로 보내 퇴사(退社)를 강요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국가인권위가 24일 발표한 조사 결과다. 경조휴가를 줄 때도 친가 경조사만 인정하고 외가 쪽은 인정하지 않았다.

    금복주 관련사들의 정규 사무직 여직원 가운데 기혼 여성은 인권위에 진정한 1명뿐이었다. 그 여직원이 금복주에서 지금까지 '사원'에서 '주임'으로 승진한 유일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홍보팀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여직원은 승진 후 결혼 계획을 회사에 알리자 퇴사를 강요받았다며 지난 3월 인권위에 진정했다.

    요즘 세상에 이런 회사가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얼마나 여직원들을 숨도 못 쉬게 억눌러 왔으면 지금껏 공식·공개적 경로로 대항하는 여직원도 없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직원이 결혼했다고 퇴직시키는 규정을 두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니 고용노동부니 하는 부처들의 공무원들은 여태 뭘 해왔길래 이런 전근대적인 기업의 악행(惡行)을 모르고 있었나.

    정부가 10여년 전부터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면서 150조원을 쏟아붓고 이름만 근사한 각종 대책을 써왔지만 출산율은 세계에서도 바닥을 기고 있다. 결혼했다고 쫓아내면 직장 여성들의 선택은 무엇일까. 그 이전에 인권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여성 차별'이다. 금복주 같은 기업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엄중한 처분을 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 김영란법 합헌

     

    [한국일보 사설-20160729] 부패 근절이 사익 침해보다 시급하다는 헌재 결정

     

    4대 쟁점 필요성ㆍ정당성 다 인정

    정치권은 여전히 법 개정 움직임

    시행 후 문제점 있으면 보완해야

     

     헌법재판소가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대한변협과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 모두 합헌 판단했다. 이로써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김영란법은 제정안 발표 4년 만인 928일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국민 생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ㆍ사립학교ㆍ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100만원ㆍ연 3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이 공직자 외에 민간 영역까지 광범위하다 보니 ‘과잉 입법’ 논란과 일상생활에서의 ‘도덕 사찰’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어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모든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

     

     헌재는 가장 큰 쟁점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의 대상 포함에 대해 정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72의 합헌 결정으로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파급효과가 커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일부 주장대로 국가 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과 사학의 자유가 일시 위축될 소지는 있지만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논란이 된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과 관련, 재판부는 “관련 조항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본인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연좌제나 과잉금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이미 많은 판례가 축적됐을 만큼 일반적이고, 입법과정에서 14개 항목으로 구체화해 위헌 요소가 없다”고 봤고, 금품 상한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데 대해서도 “법률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헌재가 4개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저변에는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와 목적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언급에서 그런 뜻이 읽힌다.

     

     공은 이제 입법부와 행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어서 마지막 관건은 국회다. 일단 여야는 한목소리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속 입법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축수산물 등의 소비 위축을 이유로 한 법 개정 움직임이 여전한 셈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국내 과수농가와 한우축산업자, 어민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만든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완화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 농어민의 어려움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보완해야 하고, 부패 감소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은 감수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입법 보완을 검토하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자녀와 친척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 조항’부터 되살리는 게 순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부패 척결의 전환점 삼아야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와 사립학교 관계자들을 공직자에 포함한 조항 등 논란이 된 일부 내용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예정대로 928일부터 시행된다. 우리 사회 부패 척결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헌재 결정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라는 공익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 집행과 남용으로 언론 자유 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청구인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는 과도기적 우려일 뿐”이라며 “그런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산업의 피해 걱정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관행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공직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분야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나 국민 불신 등을 고려하면 더는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으며, 다른 민간분야로 제도를 확대하는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인 차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헌재가 일부 인정한 대로 국가권력이 이 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은 존재한다. 부패한 언론의 폐해만큼이나 국가권력이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침탈할 경우의 피해 역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이를 막을 조처도 필요하다.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등을 제외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후속 입법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 여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모자라는 점은 다시 보완하더라도 당장은 법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사설-20160729] 헌재 김영란법 ‘합헌’… 국회와 정부가 과잉입법 바로잡아야

     

     

     헌법재판소는 어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데 대해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2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은 공직자, 언론인, 교원 등과 그 배우자가 한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처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에서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선으로 두었다.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식사 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된다. 헌재는 배우자 금품 수수 신고의무도 과도하지 않다고 봤고, 부정청탁의 개념도 모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도 적절하다고 인정했다.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는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언론과 사립학교 종사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안에는 없다가 국회에서 졸속으로 집어넣었다. 400만 명으로 예상되는 이 법의 적용 대상 중 절반 이상이 언론 및 사립학교 종사자와 그 배우자다. 같은 민간 영역에서 언론인, 교사와 비슷하거나 공공성이 더한데도 법의 적용에서 제외된 시민단체 관계자, 법률가, 의료인, 금융인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헌재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사립학교는 공교육 체계상 국공립학교와 본질적 차이가 없고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며 합헌이라고 했다. 언론인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인에게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달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 결정 직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자 부패의 척결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며 ‘민간 언론’은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은 이제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김창종 조용호 등 2명의 재판관은 “부패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간인 포함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민간인을 넣은 대신 부정청탁의 유형에서 국회의원의 민원성 제안이나 건의를 쏙 뺀 것은 이 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는 헌재가 입법권을 존중해 내린 합헌 결정의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합헌 결정으로 경제에 미칠 심대한 파장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이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입법 예고된 데 대해 농축수산업계 화훼업계 등 각계의 시름이 깊다. 호텔 백화점 식당 골프장이 직격탄을 맞으면 이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법 시행으로 연간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다. 어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은 3개 부처 공동으로 ‘3-5-10’ 규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불분명해 정상적인 친목 교류와 건전한 선물 관행마저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대통령과 국민권익위는 시행령을 속히 고쳐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을 현실화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절하는 혁신 없이는 유사한 참사의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심각한 반성을 낳았다. 김영란법은 최초 입안된 취지에 맞게 시행되면 공직사회 부패 방지에 기여해 우리 사회의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입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아 결국 사문화(死文化)하고 만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많은 사람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혼란이 커지면 법의 취지도 시간이 갈수록 퇴색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928일 시행에 앞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아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만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망국적 부패 척결 계기로 만들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접대받지 못하고, 5만원 이상의 선물은 사양해야 하며, 경조사비로 10만원 이상 받아선 안 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뤄졌던 접대문화가 자칫 ‘은밀한 거래’로 오해받을 수 있는 법률적 엄격주의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헌재는 어제 김영란법 위헌심판 청구소송 사건을 선고하면서 “관련 법 조항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과잉금지의 원칙도 위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때부터 “부정부패 해결을 명분으로 사회 구성원의 상규까지 국가 형벌권의 감시망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과 함께 논쟁의 대상이었다. 농·축·수산업과 요식업, 화훼업자들은 “법이 시행되면 서민경제가 가장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헌재 결정의 초점은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재단과 언론사 임직원 등을 포함하고 배우자가 불법 사실을 신고토록 한 의무 조항이 헌법을 위반했는지와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분명해 국민의 상당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지였다.

     

     하지만 헌재는 “법 조항이 직접적으로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할 수 없고 부정청탁의 의미는 대법원에 많은 판례가 축적돼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침해가 예상되는 사익(私益)보다는 공익(公益)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28일부터 우리 사회의 관행과 접대 및 선물 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 적용 대상이 ‘선택적 차별’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제정의 취지를 적극 살려 망국적 부패 문제를 혁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법 입안자였던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시행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정치하게 시행령을 다듬어 줄 것을 주문한다. 허술한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경우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언론과 교육현장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국회도 앞으로 관련 법을 손질할 경우 민간기업 임직원을 포함해 변호사·회계사·개업의 등 전문 직군 종사자들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4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할 만큼 민간기업의 부패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사교’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히 이뤄졌던 청탁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9] 부패 뿌리 뽑자는데 왜 국회의원만 봐줘야 하나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9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법에 따르면 공직자와 배우자는 한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고 연좌제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워낙 뿌리 깊은 공직사회 부패를 발본색원하려면 다소 무리한 법 시행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금품·향응 수수, 부정 청탁의 소지가 가장 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 초안엔 예외 규정이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설됐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져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청탁과 민원엔 눈을 감아 허수아비 법안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독일 반부패법이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과 정반대다.

     

     공직 부패를 뿌리 뽑자는 법의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특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러 있다. 많은 국민이 김영란법에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 중의 공인인 국회의원의 청탁과 민원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알맹이가 쑥 빠진 부실 입법이다. 이런 누더기 법안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 부패를 어떻게 청소할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이 반부패법의 효과를 거두려면 시행 전 당초 취지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민원 전달을 부정 청탁의 예외로 둔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고위 공직자의 가족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 그게 글로벌 기준이다. 겪고 나서 개정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떳떳한 김영란법을 시행 전에 내놓는 게 20대 국회의 첫 임무다. .

     

     

    [경향신문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이제 관행·미덕으로 불린 부패 청산하자

     

     헌법재판소가 어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은 공직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민간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4개의 쟁점에 대해 모두가 합헌이라고 판단,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은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을 포함한 것이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지, 언론의 자유와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7 2로 합헌 결정했다. 타당한 결론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공직자와 같은 범주에서 청렴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패 청산의 결정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토록 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자유 침해가 일부 발생해도 청렴도를 높인다는 사회적 목표가 우선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이 법은 2012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의한 뒤 치열한 찬반 논쟁 속에 어렵사리 만들어졌지만 시행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이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 내용과 적용 대상이 복잡해서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여지도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과정에 고칠 점이 나타난다면 그때 검토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명절 때 주고받는 선물이 줄어들면서 농축산업, 유통업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용 대상의 폭이 큰 만큼 규정을 모르고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패사회로부터 탈출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그 부끄러운 이름을 지울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60729] 부패척결 의지 천명한 김영란법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가 어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포함 및 배우자 신고의무 부과 조항, 허용 금품 가액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 등이 모두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역대 법안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반부패법이 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대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앞서 변협과 기협은 민간인 신분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헌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부패의 파급 효과가 크다”며 재판관 7(합헌)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론을 냈다. “언론인과 사립 교원도 공직자 못지않은 청렴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 자유 침해로 인한 피해보다는 부패로 인한 언론의 공공성 훼손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 등을 받은 경우 이를 신고토록 한 조항도 5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불고지죄’, ‘연좌제’ 논란이 일면서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구인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가족의 행위를 신고하는 것이 가혹한 측면이 있더라도 부패 행위가 가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오는 928일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3만·5만·10만원으로 정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한도를 손볼 수 있는 여지를 뒀다. 헌재는 마지막 쟁점인 부정청탁 등 개념의 명확성 위배 여부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법소원을 낸 대한변협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영란법이 언론통제법, 가정파괴법이 됐다”며 법 시행 전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간 영역을 침해했다는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헌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합헌 결정이 나온 이상 김영란법은 오는 9월 일단 시행될 것이다. 시행 후 부작용이 심각하면 개정하면 된다.

     

     다만 금품 가액을 정한 ‘3·5·10룰’은 현실성과 농축산업계의 타격을 고려해 일부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란법과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되면 급속한 소비 위축과 화훼업을 비롯한 농축산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법률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실성이 뒷받침돼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60729] 저급한 입법에 합헌 면죄부 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전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도 논란을 부를 것이다. 법리로나 실제 법 적용에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출발부터 잘못된 법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핵심인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삭제됐다. 또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을 내세워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에서 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신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이 엉뚱하게 들어갔고 지식의 시장가격이 무시되는 등의 법률이 되고 말았는데 헌재가 이를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 법 제5조는 14가지 부정청탁 금지유형을 나열하면서 교직원에 대해서는 그나마 입학, 성적, 수행평가 등의 업무관련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언론인에 대해선 단 한 구절의 업무관련 조항도 적시하지 않고 있다. 배우자 잘못까지 고발토록 해 과잉입법이요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묻고 있다는 면에서 위헌적 요소도 적지 않다. 게다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과 시민단체는 제외해 형평성도 찾기 어렵다. 여론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헌재가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야 무성의한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몰라서, 그리고 투명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옅어서 이런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들여다볼수록 어처구니없는 규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벌 대상이 되는 밥값을 국가가 정한다는 것도 코미디요 교수들의 강의료에 정부가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무지가 지배하는 사회 그 자체다. 국회의원들이 비틀어놓은 법률 조항들에 합헌 면죄부를 준 것은 국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굴복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배우자를 고발토록 하는 법이 필요할 정도로 사회악이 창궐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가 짓밟히고, 투명한 시장경쟁 질서가 부정되며, 정치권력이 날로 커지고, 국가행정의 무소불위가 끝을 모르는, 그래서 공직자들의 손끝에 국민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진적 사회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덜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저급한 법률이 합헌이 된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성회 녹취록 사건과 관련된 입장 표명

    [한국일보 사설-20160725] 선관위, ‘김성회 녹취록조사에 왜 이리 소극적인가

    문상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24일 이른바 김성회 녹취록파문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정당 경선은 정당 자율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기에 선관위가 바로 조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상임위원은 선거법상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하거나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 녹취 내용만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녹취록 공개로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의 공천 개입과 관련해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선관위는 새누리당의 고발 없이는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 관리와 함께 정당의 사무 관리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며, 공직선거법 또한 국민투표뿐만 아니라 정당 경선까지 위법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제조사권 발동 의사가 없다는 선관위의 자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김성회 녹취록은 413총선 공천을 앞두고 경기 화성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성회 전 의원을 상대로 최경환윤상현 등 친박계 핵심은 물론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며 회유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 별의 별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협박성 언급까지 담았다. 후보자 결정과정의 민주적 절차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47조와 경선 후보자에 대한 협박유인을 금지한 237조 위반 주장이 나올 만하다.

    경선이 정당 자율에 의해 진행된다는 이유로 선관위가 위법적 상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당 내에서 협박뿐만 아니라 금품과 향응의 제공, 사직 제의 등 온갖 협잡이 난무해도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선과정에서의 이런 행위가 불법임을 분명히 하고 징벌규정까지 두고 있는 선거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공개된 녹취 내용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면, 법이 선관위에 준 조사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법성 판단을 확고히 하면 그만이다. 선관위는 범죄혐의가 있는 자료의 제출 요구, 관련자 출석, 금융거래 자료 제출 등 사법경찰관에 준하는 광범위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가.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도 마땅히 적극적 권한 행사에 나서 마땅하다. 여권 핵심인사가 개입된 이번 파문을 두고 지금처럼 선관위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스스로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권력 눈치보기나 보신주의 비난만 거세질 게 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5] 불법증거 보고도 몸 사리는 선관위는 필요 없다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4일 새누리당의 공천 개입 녹취록사건에 대해 녹취 내용만으론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자체 조사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 전 정무수석 등의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당내 공천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명백한 증거인데도 선관위가 이런 태도를 나타낸 것은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정리하면, 18대 경기 화성갑 의원을 지낸 김성회 전 의원은 201310·30 재보선에서 서청원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겨준 뒤 그해 12월 낙하산으로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이 공사를 집중적으로 감찰했고, 친박 실세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는 등의 협박과 함께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길 것을 강권해 관철했다.

     

    선거법 제2375항은 당내 경선에서 협박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57조의 5는 후보 사퇴 등을 목적으로 이익을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게 돼 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은 2375항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짙다. 재보선 지역구 양보의 대가로 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줬다면 57조의 5에 딱 걸린다. 총선 공천에 활용할 목적으로 총리실에 부당한 감찰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현기환 전 수석 등이 이구동성으로 브이아이피의 뜻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범법행위를 지시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대통령의 이름을 판 것이라면 청와대는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친박 실세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지시해야 마땅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심각한 문제임에도 청와대나 여당은 당권 경쟁의 부산물이란 안이한 태도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그만큼 선관위의 책임은 막중하다. 명백한 불법선거 증거가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선관위라면 존재 의미가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 김영란법 합헌

     

    [한국일보 사설-20160729] 부패 근절이 사익 침해보다 시급하다는 헌재 결정

     

    4대 쟁점 필요성ㆍ정당성 다 인정

    정치권은 여전히 법 개정 움직임

    시행 후 문제점 있으면 보완해야

     

     헌법재판소가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 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대한변협과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4개 쟁점 모두 합헌 판단했다. 이로써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군 김영란법은 제정안 발표 4년 만인 928일 시행에 들어간다. 이 법의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가 4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만큼 앞으로 국민 생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ㆍ사립학교ㆍ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100만원ㆍ연 300만원 넘는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형사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적용 대상이 공직자 외에 민간 영역까지 광범위하다 보니 ‘과잉 입법’ 논란과 일상생활에서의 ‘도덕 사찰’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어제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모든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

     

     헌재는 가장 큰 쟁점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의 대상 포함에 대해 정당하다고 봤다. 헌재는 72의 합헌 결정으로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파급효과가 커 공직자에 맞먹는 청렴성이 요구된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일부 주장대로 국가 권력에 의해 청탁금지법이 남용될 경우 언론과 사학의 자유가 일시 위축될 소지는 있지만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논란이 된 배우자 신고의무 조항과 관련, 재판부는 “관련 조항은 배우자의 금품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본인에 책임을 묻는 것으로 연좌제나 과잉금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청탁이라는 용어는 이미 많은 판례가 축적됐을 만큼 일반적이고, 입법과정에서 14개 항목으로 구체화해 위헌 요소가 없다”고 봤고, 금품 상한액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데 대해서도 “법률에 일률적으로 규정하기 곤란한 측면이 있어 문제가 안 된다”고 밝혔다.

     

     헌재가 4개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저변에는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적 가치와 목적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청렴도를 높이고 부패를 줄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관행을 방치할 수 없다”는 언급에서 그런 뜻이 읽힌다.

     

     공은 이제 입법부와 행정부로 넘어갔다.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할 방침이어서 마지막 관건은 국회다. 일단 여야는 한목소리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속 입법 추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축수산물 등의 소비 위축을 이유로 한 법 개정 움직임이 여전한 셈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국내 과수농가와 한우축산업자, 어민들이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거라는 우려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공직자 부정부패를 뿌리뽑기 위해 만든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완화하는 건 명분이 약하다. 농어민의 어려움은 다른 정책적 수단으로 보완해야 하고, 부패 감소라는 대의를 위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은 감수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입법 보완을 검토하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진 국회의원이나 고위공직자의 자녀와 친척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 조항’부터 되살리는 게 순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부패 척결의 전환점 삼아야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등을 금지한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28일 합헌 결정을 내렸다. 언론사와 사립학교 관계자들을 공직자에 포함한 조항 등 논란이 된 일부 내용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예정대로 928일부터 시행된다. 우리 사회 부패 척결의 신기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헌재 결정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부패 방지’라는 공익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대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국가권력의 자의적 법 집행과 남용으로 언론 자유 등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청구인 주장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이는 과도기적 우려일 뿐”이라며 “그런 염려나 제약에 따라 침해되는 사익이 이 법이 추구하는 공익보다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관련 산업의 피해 걱정에 대해서도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야가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부패의 원인이 되는 관행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공직뿐 아니라 민간부문에서도 청렴성이 높아져야 한다”며, 국가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큰 언론과 교육 분야 종사자들을 법 적용 대상에 포함한 것은 정당한 입법적 결단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분야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이나 국민 불신 등을 고려하면 더는 자정노력에만 맡길 수 없으며, 다른 민간분야로 제도를 확대하는 첫 단계로 교육과 언론을 선택한 것이 자의적인 차별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는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헌재가 일부 인정한 대로 국가권력이 이 법을 남용해 언론을 감시하고 통제할 위험은 존재한다. 부패한 언론의 폐해만큼이나 국가권력이 언론의 독립과 자유를 침탈할 경우의 피해 역시 광범위하고 장기적이며 원상회복이 쉽지 않다. 이를 막을 조처도 필요하다. 부정청탁의 대상에서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 등을 제외한 것도 바로잡아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취업 청탁 등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통째로 빠졌다. 후속 입법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김영란법은 부정부패 척결의 전환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 여망으로 만들어진 법이다. 모자라는 점은 다시 보완하더라도 당장은 법의 정신을 최대한 살려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방안 마련이 따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동아일보 사설-20160729] 헌재 김영란법 ‘합헌’… 국회와 정부가 과잉입법 바로잡아야

     

     

     헌법재판소는 어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이 포함된 데 대해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2 의견으로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법은 공직자, 언론인, 교원 등과 그 배우자가 한번에 100만원, 연간 합계300만원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도 처벌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에서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금품의 상한선으로 두었다.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식사 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된다. 헌재는 배우자 금품 수수 신고의무도 과도하지 않다고 봤고, 부정청탁의 개념도 모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도 적절하다고 인정했다.

     

     김영란법의 본래 취지는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언론과 사립학교 종사자는 국민권익위원회 안에는 없다가 국회에서 졸속으로 집어넣었다. 400만 명으로 예상되는 이 법의 적용 대상 중 절반 이상이 언론 및 사립학교 종사자와 그 배우자다. 같은 민간 영역에서 언론인, 교사와 비슷하거나 공공성이 더한데도 법의 적용에서 제외된 시민단체 관계자, 법률가, 의료인, 금융인과의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헌재는 사립학교 교원에 대해 “사립학교는 공교육 체계상 국공립학교와 본질적 차이가 없고 사립학교 교원은 국공립학교 교원과 동등한 처우를 받는다”며 합헌이라고 했다. 언론인에 대해서는 “언론의 공정성을 유지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언론인에게도 공직자에 버금가는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달았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헌재 결정 직후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자 부패의 척결이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근거가 되지 않는다”며 ‘민간 언론’은 적용 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은 이제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김창종 조용호 등 2명의 재판관은 “부패 근절을 이유로 사회의 모든 영역을 국가 감시망 아래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민간인 포함에 대해 위헌 의견을 냈다. 국회가 입법 과정에서 민간인을 넣은 대신 부정청탁의 유형에서 국회의원의 민원성 제안이나 건의를 쏙 뺀 것은 이 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만들어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는 헌재가 입법권을 존중해 내린 합헌 결정의 뒤에 숨지 말고 스스로 저지른 잘못을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번 합헌 결정으로 경제에 미칠 심대한 파장이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이 식사 대접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으로 입법 예고된 데 대해 농축수산업계 화훼업계 등 각계의 시름이 깊다. 호텔 백화점 식당 골프장이 직격탄을 맞으면 이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피해가 불가피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법 시행으로 연간 11조 원의 경제적 손실을 예상했다. 어제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은 3개 부처 공동으로 ‘3-5-10’ 규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가 불분명해 정상적인 친목 교류와 건전한 선물 관행마저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대안을 모색해주기 바란다”고 거듭 촉구했다. 대통령과 국민권익위는 시행령을 속히 고쳐 허용되는 금품의 상한선을 현실화해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공직사회의 부패를 근절하는 혁신 없이는 유사한 참사의 재발을 막기 힘들다는 심각한 반성을 낳았다. 김영란법은 최초 입안된 취지에 맞게 시행되면 공직사회 부패 방지에 기여해 우리 사회의 투명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실과 동떨어진 과잉입법은 아무도 지키지 않아 결국 사문화(死文化)하고 만다.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많은 사람을 잠재적 범법자로 만드는 혼란이 커지면 법의 취지도 시간이 갈수록 퇴색할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928일 시행에 앞서 현실에 맞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아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만 법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할 수 있다.

     

     

    [중앙일보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망국적 부패 척결 계기로 만들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사회는 이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3만원 이상의 식사를 접대받지 못하고, 5만원 이상의 선물은 사양해야 하며, 경조사비로 10만원 이상 받아선 안 된다. 관행이란 이름으로 이뤄졌던 접대문화가 자칫 ‘은밀한 거래’로 오해받을 수 있는 법률적 엄격주의의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헌재는 어제 김영란법 위헌심판 청구소송 사건을 선고하면서 “관련 법 조항이 일반적 행동의 자유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 조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며 과잉금지의 원칙도 위배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국회 통과 때부터 “부정부패 해결을 명분으로 사회 구성원의 상규까지 국가 형벌권의 감시망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론과 함께 논쟁의 대상이었다. 농·축·수산업과 요식업, 화훼업자들은 “법이 시행되면 서민경제가 가장 타격을 받는다”고 주장하며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헌재 결정의 초점은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 재단과 언론사 임직원 등을 포함하고 배우자가 불법 사실을 신고토록 한 의무 조항이 헌법을 위반했는지와 부정청탁의 개념이 불분명해 국민의 상당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지였다.

     

     하지만 헌재는 “법 조항이 직접적으로 언론과 사학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할 수 없고 부정청탁의 의미는 대법원에 많은 판례가 축적돼 있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침해가 예상되는 사익(私益)보다는 공익(公益)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28일부터 우리 사회의 관행과 접대 및 선물 문화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 적용 대상이 ‘선택적 차별’이라는 일부의 비판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법 제정의 취지를 적극 살려 망국적 부패 문제를 혁명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모든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법 입안자였던 국민권익위원회는 법 시행까지 남은 두 달 동안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정치하게 시행령을 다듬어 줄 것을 주문한다. 허술한 법 집행으로 국민들의 저항에 직면할 경우 공권력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언론과 교육현장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국회도 앞으로 관련 법을 손질할 경우 민간기업 임직원을 포함해 변호사·회계사·개업의 등 전문 직군 종사자들도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34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할 만큼 민간기업의 부패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은 ‘사교’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은밀히 이뤄졌던 청탁과 부패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의 하나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9] 부패 뿌리 뽑자는데 왜 국회의원만 봐줘야 하나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928일부터 시행될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자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법에 따르면 공직자와 배우자는 한번에 100만원, 1년에 300만원 넘는 금품(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처벌하고 연좌제적 성격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지만 워낙 뿌리 깊은 공직사회 부패를 발본색원하려면 다소 무리한 법 시행에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금품·향응 수수, 부정 청탁의 소지가 가장 큰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이다. 당초 정부 초안엔 예외 규정이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신설됐다. 또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의 자녀·친척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도 빠져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작 자신들의 청탁과 민원엔 눈을 감아 허수아비 법안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시행에 들어간 독일 반부패법이 국회의원의 뇌물 수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것과 정반대다.

     

     공직 부패를 뿌리 뽑자는 법의 취지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특히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러 있다. 많은 국민이 김영란법에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고질적 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필요성에 고개를 끄덕이는 건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공인 중의 공인인 국회의원의 청탁과 민원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알맹이가 쑥 빠진 부실 입법이다. 이런 누더기 법안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직 부패를 어떻게 청소할 수 있겠는가.

     

     김영란법이 반부패법의 효과를 거두려면 시행 전 당초 취지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회의원 등의 민원 전달을 부정 청탁의 예외로 둔 조항을 삭제하고 국회의원·고위 공직자의 가족 취업 청탁을 막기 위한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되살려야 한다. 그게 글로벌 기준이다. 겪고 나서 개정하겠다는 건 무책임하다. 국민에게 떳떳한 김영란법을 시행 전에 내놓는 게 20대 국회의 첫 임무다. .

     

     

    [경향신문 사설-20160729] 김영란법 합헌, 이제 관행·미덕으로 불린 부패 청산하자

     

     헌법재판소가 어제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해 전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은 공직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하거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00만원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도록 한 법으로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민간활동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4개의 쟁점에 대해 모두가 합헌이라고 판단, 법 시행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헌법소원의 핵심 쟁점은 법 적용 대상에 사립학교와 언론사의 장과 임직원 등을 포함한 것이 민간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인지, 언론의 자유와 사립학교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였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7 2로 합헌 결정했다. 타당한 결론이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들이 공직자와 같은 범주에서 청렴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패 청산의 결정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신고하도록 하고,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토록 한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자유 침해가 일부 발생해도 청렴도를 높인다는 사회적 목표가 우선된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이 법은 20128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발의한 뒤 치열한 찬반 논쟁 속에 어렵사리 만들어졌지만 시행 과정에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우선 국가 권력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가기관이 자의적으로 이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 내용과 적용 대상이 복잡해서 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할 여지도 있다.

     

     이런 몇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차질 없이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행 과정에 고칠 점이 나타난다면 그때 검토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 명절 때 주고받는 선물이 줄어들면서 농축산업, 유통업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적용 대상의 폭이 큰 만큼 규정을 모르고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널리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래야 부패사회로부터 탈출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제투명성기구의 국가별 부패인식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하위권이라는 불명예를 씻지 못했다. 지금 우리는 그 부끄러운 이름을 지울 역사적 순간을 맞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60729] 부패척결 의지 천명한 김영란법 ‘합헌’ 결정

     

     헌법재판소가 어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포함 및 배우자 신고의무 부과 조항, 허용 금품 가액을 시행령에 위임한 조항 등이 모두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은 역대 법안 중 가장 강력하면서도 적용 대상이 광범위한 반부패법이 될 전망이다.

     

     헌재는 이날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4대 쟁점 모두에 대해 합헌 결정했다. 앞서 변협과 기협은 민간인 신분인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대상에 포함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고,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헌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부패의 파급 효과가 크다”며 재판관 7(합헌)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론을 냈다. “언론인과 사립 교원도 공직자 못지않은 청렴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언론 자유 침해로 인한 피해보다는 부패로 인한 언론의 공공성 훼손이 중대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배우자가 법이 금지한 금품 등을 받은 경우 이를 신고토록 한 조항도 5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이 조항은 ‘불고지죄’, ‘연좌제’ 논란이 일면서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청구인들의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가족의 행위를 신고하는 것이 가혹한 측면이 있더라도 부패 행위가 가족을 통해 이뤄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에 따라 오는 928일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3만·5만·10만원으로 정한 식사와 선물, 경조사비 한도를 손볼 수 있는 여지를 뒀다. 헌재는 마지막 쟁점인 부정청탁 등 개념의 명확성 위배 여부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헌법소원을 낸 대한변협은 헌재 결정에 대해 ‘정치적 판단’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김영란법이 언론통제법, 가정파괴법이 됐다”며 법 시행 전 개정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간 영역을 침해했다는 논란은 쉬 사그라지지 않겠지만 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헌재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본다. 합헌 결정이 나온 이상 김영란법은 오는 9월 일단 시행될 것이다. 시행 후 부작용이 심각하면 개정하면 된다.

     

     다만 금품 가액을 정한 ‘3·5·10룰’은 현실성과 농축산업계의 타격을 고려해 일부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란법과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되면 급속한 소비 위축과 화훼업을 비롯한 농축산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촘촘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법률의 취지가 아무리 훌륭해도 현실성이 뒷받침돼야 힘을 제대로 쓸 수 있는 법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60729] 저급한 입법에 합헌 면죄부 준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전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앞으로도 논란을 부를 것이다. 법리로나 실제 법 적용에서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다. 출발부터 잘못된 법이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막겠다는 취지였지만 국회 심의과정에서 핵심인 이해충돌방지 부분이 삭제됐다. 또 국회의원이 공익적인 목적을 내세워 제3자의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제재 대상에서 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신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 민간인이 엉뚱하게 들어갔고 지식의 시장가격이 무시되는 등의 법률이 되고 말았는데 헌재가 이를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이 법 제5조는 14가지 부정청탁 금지유형을 나열하면서 교직원에 대해서는 그나마 입학, 성적, 수행평가 등의 업무관련성을 규정하고 있지만 언론인에 대해선 단 한 구절의 업무관련 조항도 적시하지 않고 있다. 배우자 잘못까지 고발토록 해 과잉입법이요 국가가 개인의 양심을 묻고 있다는 면에서 위헌적 요소도 적지 않다. 게다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과 시민단체는 제외해 형평성도 찾기 어렵다. 여론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아오던 헌재가 시행을 목전에 두고서야 무성의한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김영란법의 취지를 몰라서, 그리고 투명한 사회에 대한 열망이 옅어서 이런 시비를 거는 것이 아니다. 들여다볼수록 어처구니없는 규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벌 대상이 되는 밥값을 국가가 정한다는 것도 코미디요 교수들의 강의료에 정부가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무지가 지배하는 사회 그 자체다. 국회의원들이 비틀어놓은 법률 조항들에 합헌 면죄부를 준 것은 국회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굴복으로 보기에 충분하다.

     

     배우자를 고발토록 하는 법이 필요할 정도로 사회악이 창궐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개인의 자유가 짓밟히고, 투명한 시장경쟁 질서가 부정되며, 정치권력이 날로 커지고, 국가행정의 무소불위가 끝을 모르는, 그래서 공직자들의 손끝에 국민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후진적 사회구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이 덜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저급한 법률이 합헌이 된다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2016 세법개정안

     

    [한국일보 사설-20160729] 세법개정안 ‘두 마리 토끼’ 다 놓쳤다

     

     정부가 28일 경제활력 제고와 서민 세부담 경감을 골자로 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부자 소득세나 법인세 등의 인상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근로소득세 면제자 비율을 낮춰 ‘넓은 세원’을 구축하는 개편도 시도되지 못했다. 청와대의 ‘증세 불가’ 입장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효과는 연간 3,171억원에 불과하다. 점증하는 복지재정 수요에 부응하기 어려운 데다 세제를 통한 양극화 완화라는 지향점도 흐려졌다.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친 셈이다.

     

     

     야권은 법인세를 올리라지만, 기업의 신성장산업 투자와 고용창출에 대한 세제혜택은 오히려 강화됐다. 미래형자동차 등 신성장산업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20%에서 최대 30%로 높였다. 문화콘텐츠 진흥세제를 신설하고, 수소차 구입 및 전기차 대여기업에 대한 세제혜택도 확대ㆍ신설됐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고용ㆍ투자 세제지원 대상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유흥주점업 등 일부 업종을 빼고는 사실상 전 업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의 벤처 투자 세액공제 신설, 설비투자 가속상각 특례 확대, 해운기업에 대한 톤세 적용 포기 한시 허용 등도 경제활력 제고 및 구조조정 지원을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3년 연장하고, 둘째 이상을 출산하는 경우 세액공제를 확대하며, 월세 세액공제율을 인상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심각한 경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기업의 투자 및 고용활동에 대한 세제지원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법인세 문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제의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를 어떤 형태로든 반영해야 했다. 가계소득증대세제 개편을 통해 배당보다 임금을 올리도록 유도한다지만 그 정도로는 미흡하다. 향후 국회 논의에서 부자 소득세 인상 등 최소한의 정치적 성의라도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9] 4년간 125조 적자 내고도 태평한 세제개편안

     

     2000년 이후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국내총생산의 2%를 넘은 것은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3.8%) 딱 한 차례였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엔 적자 폭이 아무리 커도 1.2%(2001)를 넘지 않았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올해까지 3년 연속 2%대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향후 세수엔 거의 영향이 없는 내용의 내년 세제개편안을 28일 내놨다. 결국 2%대 재정적자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체계를 크게 손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 증세는 있었다. 지난해부터 담뱃세를 크게 올려 담배 세수가 36천억원이나 늘었다. 지난해 담배 세수는 105천억원인데, 올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147월부터 발전용 유연탄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해 지난해 2조원을 거뒀다. 이번 개편에서 세금을 추가로 25%를 올리는데,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부동산과 주식 거래가 활발해 지난해엔 양도소득세와 증권거래세 수입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재정적자 폭이 계속 2%를 넘는 것은 지출 증가율에 견줘 세입 증가율이 낮기 때문이다. 기업 소득은 늘어나는데 과거 누적된 법인세율 인하 조처로 법인세수가 그다지 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을 보면, 노무현 정부 5년간 국민계정의 법인소득 대비 법인세수는 평균 23%였으나, 이명박 정부에선 20%, 박근혜 정부(2013~2015)에선 18.4%로 줄었다. 소득세수는 소득의 5.4%에서 6.0%, 6.9%로 완만하게 증가했다.

     

     이런 재정운용의 결과는 재정적자 규모의 확대,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5년간 누적 재정적자는 109천억원이었으나,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엔 988천억원으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올해 말까지 4년 만에 1247천억원이 불어난다.

     

     나라 살림은 알뜰하게 써야 한다. 하지만 국가가 제구실을 할 수 있게 재정수입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복지 확대는 극구 외면하면서 나랏빚은 크게 늘려놓은 박근혜 정부는 끝까지 세수 확충을 나 몰라라 하고 있다. 이런저런 ‘세제 지원’으로 생색은 내면서 복지의 싹은 아예 잘라버리자는 속내인가.

     

     

    [동아일보 사설-20160729] 퍼주기 감면에 집착하다가 면세자만 늘린 세법 개정안

     

     정부가 올해 만료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에 대한 소득공제를 3년 더 연장하고 출산 장려 목적의 세액공제액과 근로장려금도 인상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내놓은 2016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몰(日沒) 예정인 25개 비과세·감면제도 가운데 21개 항목이 2, 3년씩 연장된다. 이에 따라 서민 중산층의 세 부담은 2442억 원 감소하는 반면 고소득자는 1009억 원 늘어나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서민 지원에 쏠린 ‘포퓰리즘 세제’라는 지적을 받아 마땅하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경제 활력 제고, 민생 안정, 과세 형평성 제고, 조세 합리화에 중점을 뒀다고 했지만 지엽적인 세제 개편으로는 어느 것 하나 쉽게 달성하기 힘들다. 정부가 전임 최경환 경제부총리 당시 도입한 가계소득 증대 세제를 시행한 지 2년도 안 돼 손질하는 것만 봐도 애초 타당성 조사나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조세정책 운용 계획에서 ‘소득세에 대한 과세 형평성 제고’라는 기본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공제제도를 줄이고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려는 조치는 모두 빠져 개혁의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힘들지만 꼭 필요한 개혁인데도 정부가 지난해 연말정산 파동 같은 논란을 우려해 쉬운 개편에만 매달린 것이다. 이런 퍼주기 방식의 세법 개정으로 802만 명(48.1%)인 근로소득세 면세자 수가 더 늘어나게 된다. 불공평 과세 구조를 심화시키는 개악(改惡)이 아닐 수 없다.

     

     

     20대 국회 들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선심성 감세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세법 개정안과 맞물려 재정난을 가중시키는 위험 요인이다. 복지 수요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세제 개편을 마냥 미룰 순 없다. 여야 정치권은 국회 내에 조세개혁특별위원회부터 신설해 중장기 세제개혁안과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60729] ‘넓은 세원-낮은 세율’의 원칙 언제 세울 건가

     

     기획재정부가 어제 발표한 2016년 세법개정안은 경제 활력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신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고, 서민·중산층 부담은 줄이겠다는 기본 방향을 세웠다. 이런 방향 아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고 과세 형평성을 높여 안정적 세입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내용을 알고 보면 생색내기가 적지 않다. 둘째·셋째의 출생·입양 세액공제액 확대가 대표적이다. 현재 30만원에서 각각 50만·7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지만 일생에 한 번뿐인 일이란 점에서 이 정도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더 중대한 결함은 소득세 과세 체계의 근본 모순을 그대로 덮어뒀다는 점이다. 연말정산을 한 근로자 1669만 명 중 802만 명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면서 2014년 면세자 비율이 48.1%에 달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둘 중 한 명이 소득이 있는데도 세금을 안 낸다는 얘기다.

     

     이런 모순은 2013년 세액공제 도입 때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면세자 기준을 과도하게 낮추면서 기존 납세자 상당수가 면세자로 빠져나간 데 따른 부작용이다. 소득이 낮으니 세금을 안 내면 어떻겠느냐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소득이 있으면 1000원이라도 세금을 부담해야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보편적 원칙이 실현된다. 그래야 고소득자의 탈세 유혹을 막고 부유층에 대한 과세도 정당해져 결과적으로 나라의 재정이 튼튼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나라나 소득세 면세자 비율은 20% 안팎에 그친다. 일본은 15.8%, 독일 19.8%, 캐나다 22.6%. 미국은 32.9%로 높은 편이지만 한국은 여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정부는 이런 불균형을 즉각 시정해 32.4%였던 2013년 수준으로 면세자 비율을 낮춰야 한다. 면세자와 이들을 앞세운 정치권 일각의 반발이 두려워 비정상을 방치한다면 세제에 뚫린 구멍이 재정을 흔들게 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란 기본 원칙이 흔들리면 정부의 공평 과세 구호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수밖에 없다. .

     

     

    [서울신문 사설-20160729] 절실한 세수증대 기대 충족 못한 세법 개정안

     

     

     정부가 어제 ‘2016년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일자리 창출을 겨냥해 신성장 산업과 서비스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서민·중산층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세법 개정안의 방향에 대해 “경제활력 제고 및 민생 안정에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을 보면 근로자의 신용카드·체크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2019년까지 3년 연장되지만 연봉 12000만원 초과 고소득자는 내년부터 소득공제 한도가 축소된다. 근로장려금 지급액이 10% 인상되고, 월세 세액공제율은 10%에서 12%로 상향 조정되는 등 정부가 밝힌 취지에 부합되도록 애쓴 흔적이 적지 않다. 미래형 자동차와 지능정보 등 11대 신산업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기술(R&D) 세액공제 제도를 전면 개편한 것이나 신성장산업 투자 세액 공제를 확대한 것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겨냥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세법 개정안은 다음달 18일까지 입법 예고한 뒤 8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92일 정기국회에 넘겨질 예정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연간 3171억원이다. 지난해 세법 개정안의 세수 증대 효과(6000억원)2분의1에 불과하다. 증세도 아닌, 감세도 아닌 어정쩡한 세법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3대 세목인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의 세율은 건드리지 않았다. 올해 예산안 기준 소득세 세입은 608000억원, 법인세는 46조원, 부가세는 581000억원 등으로 전체 내국세(1869000억원)88%를 차지한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우리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세율 체계를 조정할 적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재정은 인구구조 변화, 저성장 기조, 복지 지출의 급격한 증가 등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질적·구조적 변화에 직면해 있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 등 빈부격차의 모순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도 입만 열면 빈부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소득분배 기능 강화 차원에서 이번 세법 개정안이 다소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더민주는 소득세 최고세율을 50%까지 높이는 법안을 냈고, 여권도 자본이득세 강화 등 소득세 확대 방안을 거론한 상황이다. 앞으로 국회 논의에서 소득의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세법이 보강돼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60729] 조세원칙·공평과세에는 미흡한 세법 개정안

     

     

     정부가 내년에 시행할 세법 개정안(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에도 경제활력 제고, 민생안정, 공평과세, 조세제도 합리화에 역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 목표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민생안정이란 것은 조세 포퓰리즘을 감추는 행정용어요, 공평과세는 곧 기업과 고소득층 세부담 확대이기 때문이다. 48%에 달하는 면세자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고, 정치적 압력에 주렁주렁 늘어난 비과세·감면은 손도 못 댔다.

     

     신산업 육성과 구조조정에 세제 지원을 확대한 것은 긍정적이다. 미래 먹거리 발굴과 산업 구조조정이 한창인 마당에 당연한 조치다. 그러나 세법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소소하게 깎아주고 빼주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때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비과세·감면 축소도 ‘태산명동 서일필’이다. 올해 일몰인 25개 조항 중 고작 4개만 폐지대상이다. 그것도 F1대회 세제 지원, 수협 분할 과세특례 등 있으나마나 한 것들이다. 반면 인기 없고 손 대기 껄끄러운 것은 죄다 차기정부 과제로 미뤄놨다.

     

     그나마 원칙을 지킨 게 대주주 범위(보유액 25억원→15억원)를 늘려 주식 양도차익 과세대상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맞춰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자본이익 과세를 지향한다면 상속세와 일감몰아주기 과세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놔야 마땅하다. 대주주 이익은 모두 자본이득으로 귀속되므로 그 보유주식을 넘길 때 세금을 물려야 세원에 대한 합리적 과세가 이뤄진다. 아울러 자본이익 과세가 모든 주주로 확대되기 전까진 공평과세란 평가도 유보돼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조세원칙에 무지하고 이를 존중할 의지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해마다 세법을 심의하면서 주고받기에 급급했지 진지하게 논의한 적도 별로 없다. 설상가상 입법안마다 세감면 조항을 넣는 것을 당연히 여기니 세법은 갈수록 누더기가 된다. 올해도 세법을 바로잡기는 틀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