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 KBS 인사ㆍ보도 개입 의혹

 

[한국일보 사설-20160708] 청와대는 KBS 인사ㆍ보도 개입 의혹에 입장 밝혀야

 

 20145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보직 사퇴한 김시곤(56) KBS 보도국장이 6KBS를 상대로 한 징계무효 확인 항소심에서 “박근혜 대통령 인수위 시절부터 인수위의 부당한 보도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월호 참사 당시 해명 기자회견을 하기 직전 길환영 사장이 불러 ‘청와대에서 사표를 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앞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 개입ㆍ압력 녹취록을 공개한 당사자다. 일방적이기는 하지만 김 전 국장의 주장과 녹취록만 놓고 보면 공영방송 독립성에 대한 권력의 중대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김 전 국장의 주장은 세월호 참사 때부터 문제가 됐다. 당시 김 전 국장은 세월호 희생자 수를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유한 발언 사실이 알려져 유족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유족들은 KBS와 청와대를 찾아가 파면을 요구했고, KBS는 문책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돌연 김 전 국장은 다음날 보직사퇴 회견했다. 김 전 국장은 안전불감증 기획 의도로 한 발언이라고 해명하면서 “사사건건 보도본부에 개입한” 길 사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같은 날 박준우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유족 항의에 직면한 KBS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느냐”는 질문에 “언론사 일에 청와대가 뭐라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보고 KBS측에 최대한 노력을 부탁했다”고 밝혀 당시부터 인사 개입 논란이 일었다.

 

 김 전 국장의 사퇴가 청와대의 부당한 보도 개입에 저항하다 빚어진 일인지, 유족 항의를 청와대가 받아들인 결과인지 뚜렷하지 않다. 박 전 수석의 말과 달리 김 전 국장의 주장처럼 사장을 통한 사퇴 종용이 있었다면 권력의 부적절한 인사개입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KBS 보도에 대한 청와대 개입이 세월호 참사 때만 아니라 인수위 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라면 공영방송의 독립성 침해가 수시로 자행됐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청와대는 “통상적인 업무협조 요청”“본연의 업무 일환”이라고 했지만 이런 입장 표명만으로 일파만파 번지는 공영방송 독립성 침해 문제를 덮을 수 없다. 청와대는 김 전 국장의 주장에 대해 분명하고도 구체적인 입장과 사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 이정현 전 수석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당 대표 경선에 나설 일이 아니라 보도 개입ㆍ압박 주장과 관련한 진상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08] 대통령이 사표 받으라 했다면 탄핵감 아닌가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의 통화 내용과 재직 시절 보도 통제 내용을 적은 비망록을 공개했던 김시곤 전 <한국방송> 보도국장이 6일엔 “길환영 당시 사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표를 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라면 결국 세월호 참사 등에서 정부 비판 보도를 통제하고 마지막엔 말을 듣지 않으니 사표를 받은 사람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란 얘기다. 김 전 국장 말의 진위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하필 오늘 (대통령이) 케이비에스를 봤네”라는 이 전 수석의 발언과 박 대통령의 과거 행적 등에 비춰보면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청와대의 ‘사과’ 운운했으나, 말 몇 마디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방송법 위반은 물론 정치적으론 탄핵감이다.

 

 

 청와대가 “통상적 업무”라더니 7일엔 여당 의원들이 언론에 대한 ‘협조’ 요청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녹취록과 비망록을 보면 ‘통상적 업무’로 언론에 ‘협조’를 구하는 내용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다. 사장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부 비판 보도를 빼달라는 건 단순히 해명이나 협조 수준을 넘는 압력 내지 통제임은 물론이다.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 특종 기사를 내보냈는데 사장이 칭찬은커녕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다 정치부장, 법조팀장까지 불러올려 “어떻게 이런 게 나갈 수 있어?”라고 다그쳤다니 ‘외압’의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사건 초기 ‘죄송’하다던 이 전 수석이 청와대의 ‘통상적 업무’ 주장 뒤 ‘물의’라고 한발 빼더니 급기야 새누리당 대표 출마까지 강행한 걸 보면 이 사건에 대한 박 대통령의 뜻이 어디 있는지 알 만하다.

 

 박 대통령은 문화방송 파업 때도 이상돈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통해 노조에 파업을 풀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뜻을 전달해놓고도 집권 뒤 태도를 바꿔 노조탄압을 방조해왔다.

 

 친정부 보수언론들의 엄호 속에 박 정권의 방송장악과 권언유착이 계속되는 동안 우리나라 언론자유지수는 세계 70위의 사상 최악으로 추락했다.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다. 총선에서 방송 정상화를 공약한 야당들의 책임은 그만큼 막중하다.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이 섣불리 이 사안을 협상용으로 다루려 하다가는 자칫 진상 은폐의 공범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경향신문 사설-20160708] KBS 보도통제 옹호하는 새누리 미방위원의 후안무치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제 기자회견을 열어 KBS 세월호 보도에 외압을 가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청와대를 옹호했다. 이들은 이 전 수석의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정권의 언론 개입 의혹을 청문회에서 밝히자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며 도리어 야당을 비난했다. 이들의 거부 이유는 충격적이다. 박대출 의원은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는 데 국론을 모으자는 취지를 언론 통제로 둔갑시키며 터무니없는 정치적 주장을 하고 있다”면서 “방송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기도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했다. 적반하장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독립성을 해친 경위를 규명하는 것이 독립성을 해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이 전 수석은 공영방송의 편집권을 보장한 방송법 42항을 명백히 위반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의원들은 “언론 통제 운운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언론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말문이 막히는 궤변이다. 지난 4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역대 최하위인 70위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때 31위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 때 40위권을 거쳐 박근혜 정부 들어 급전직하했다. 청와대 수석이 방송사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 교체를 요구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라고 하는 청와대와 총리, 여당 의원들이 있으니 이런 수치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할 것이다.

 

 

 더구나 청와대의 언론 통제를 옹호하는 일에 박대출, 민경욱 등 언론인 출신들이 앞장서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야 할 언론인 출신들이, 그것도 방송의 공정성을 따져야 할 미방위원들이 청와대의 공영방송 통제를 당연시하고 나아가 그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을 공격하고 있으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야말로 언론인들을 모독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에게 방송정책을 맡기는 게 합당한 일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길환영 당시 사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물러나라고 했다는 증언도 했다. 청문회가 열리면 실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미방위원이 이렇게 얼토당토않은 공세를 취하는 것은 야당 의원이 과반인 미방위에서 청문회가 열리면 청와대가 곤란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언론인 출신으로서도,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도, 의원으로서도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