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성회 녹취록 사건과 관련된 입장 표명

[한국일보 사설-20160725] 선관위, ‘김성회 녹취록조사에 왜 이리 소극적인가

문상부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은 24일 이른바 김성회 녹취록파문과 관련해 원칙적으로 정당 경선은 정당 자율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기에 선관위가 바로 조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상임위원은 선거법상 당내 경선과 관련해 후보자를 협박하거나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지만 언론에 공개된 녹취 내용만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도 했다. 녹취록 공개로 새누리당 친박계 핵심의 공천 개입과 관련해 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선관위는 새누리당의 고발 없이는 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선관위는 선거의 공정 관리와 함께 정당의 사무 관리까지 권한을 행사하는 헌법기관이며, 공직선거법 또한 국민투표뿐만 아니라 정당 경선까지 위법성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제조사권 발동 의사가 없다는 선관위의 자세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김성회 녹취록은 413총선 공천을 앞두고 경기 화성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김성회 전 의원을 상대로 최경환윤상현 등 친박계 핵심은 물론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나서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며 회유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 별의 별 것을 다 가지고 있다는 협박성 언급까지 담았다. 후보자 결정과정의 민주적 절차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47조와 경선 후보자에 대한 협박유인을 금지한 237조 위반 주장이 나올 만하다.

경선이 정당 자율에 의해 진행된다는 이유로 선관위가 위법적 상황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은 정당 내에서 협박뿐만 아니라 금품과 향응의 제공, 사직 제의 등 온갖 협잡이 난무해도 손을 놓고 있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선과정에서의 이런 행위가 불법임을 분명히 하고 징벌규정까지 두고 있는 선거법 취지와도 어긋난다. 공개된 녹취 내용만으로 위법성을 판단하기에 무리가 있다면, 법이 선관위에 준 조사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위법성 판단을 확고히 하면 그만이다. 선관위는 범죄혐의가 있는 자료의 제출 요구, 관련자 출석, 금융거래 자료 제출 등 사법경찰관에 준하는 광범위한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가.

정당 민주주의의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도 마땅히 적극적 권한 행사에 나서 마땅하다. 여권 핵심인사가 개입된 이번 파문을 두고 지금처럼 선관위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 스스로의 권한을 제약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권력 눈치보기나 보신주의 비난만 거세질 게 뻔하다.

 

 

 

[한겨레신문 사설-20160725] 불법증거 보고도 몸 사리는 선관위는 필요 없다

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24일 새누리당의 공천 개입 녹취록사건에 대해 녹취 내용만으론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자체 조사에 나설 뜻이 없음을 밝혔다.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청와대 전 정무수석 등의 발언은 누가 보더라도 당내 공천에 개입해 압력을 행사한 명백한 증거인데도 선관위가 이런 태도를 나타낸 것은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정리하면, 18대 경기 화성갑 의원을 지낸 김성회 전 의원은 201310·30 재보선에서 서청원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겨준 뒤 그해 12월 낙하산으로 지역난방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이 공사를 집중적으로 감찰했고, 친박 실세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는 등의 협박과 함께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길 것을 강권해 관철했다.

 

선거법 제2375항은 당내 경선에서 협박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경선의 자유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57조의 5는 후보 사퇴 등을 목적으로 이익을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하게 돼 있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최경환·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의 발언은 2375항에 해당하는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짙다. 재보선 지역구 양보의 대가로 난방공사 사장 자리를 줬다면 57조의 5에 딱 걸린다. 총선 공천에 활용할 목적으로 총리실에 부당한 감찰을 지시했다면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현기환 전 수석 등이 이구동성으로 브이아이피의 뜻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허투루 넘길 수 없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이 범법행위를 지시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대통령의 이름을 판 것이라면 청와대는 최경환·윤상현·현기환 등 친박 실세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지시해야 마땅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면 심각한 문제임에도 청와대나 여당은 당권 경쟁의 부산물이란 안이한 태도다.

선거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이다. 그만큼 선관위의 책임은 막중하다. 명백한 불법선거 증거가 만천하에 공개됐는데도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리는 선관위라면 존재 의미가 없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