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사설-20160905] 예고된 한진해운 물류대란 대비 못한 한심한 정부

 

정부의 안이한 판단과 무능으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글로벌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4일 현재 한진해운 선박 68척이 23개 국가 44개 항만에서 비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안 좋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대미 수출 차질을 우려했다. 미국 소매업계까지 쇼핑철을 맞아 물량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미국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진해운이 국내 1, 세계 7위 글로벌 해운업체란 점에서 파장이 없을 수 없지만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

 

한진해운에 대한 법정관리 자체는 불가피한 결정일 수 있다. 대주주가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실 기업을 무작정 지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른 혼란을 예측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금융위원회뿐 아니라 항만, 물류 분야를 담당하는 해양수산부, 경제 조정을 맡는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이 미리 머리를 맞대 시나리오별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해운업 구조조정 방안이 검토된 지 10개월이 지났고 3개월 전부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시간도 충분했다.

 

지금까지 정부 대책은 졸속 그 자체다. 현대상선 선박 13척을 긴급 투입하는 계획도 아시아~미주 노선은 오는 8, 유럽 노선은 12일부터 시작된다. 납기가 생명인 수출업체들로선 한시가 급한데 답답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해수부 해운·항만·물류 비상대응반 주재 회의에서는 세계 곳곳에 발이 묶인 컨테이너들을 반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업계의 호소가 이어졌지만 별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기재부와 협력해 방안을 찾겠다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4일 해수부 장관 주재로 9개 부처가 참석해 관계부처 합동대책 태스크포스를 만들기로 했지만 뒷북도 이런 뒷북이 없다. 물류대란이 현실화한 뒤에야 범정부 대책기구가 출범한 꼴이다. 대책에는 국적 선사들의 기항지 확대 검토 등 앞으로 두고 봐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그동안 한진해운 법정관리 논의가 금융위 중심으로만 진행되면서 해수부가 논의 구조에서 소외됐다는 얘기도 많았다. 업계에서는 물류대란 우려에 정부와 채권단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무사안일이 이 정도로 심각할 줄 몰랐다. 정부는 단기적인 물류 문제 해결이 가장 급선무임을 인식하고 관련 대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대외신인도 추락이 불가피하다.

 

 

[서울신문 사설-20160905] 한진해운물류대란 막는 데 총력 기울여야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후 물류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선박 60여척이 중국, 미국 등 13개국 28개 항만에서 입출항 금지 등을 당해 비정상 운항 중이다. 항만에선 화물 하역작업이 마비상태다. 정부가 부랴부랴 비상대책을 내놓았지만, 약발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가능성은 지난해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한진해운은 물론 정부와 채권단 모두 법정관리 후폭풍에 대한 사전 대비에 소홀했다.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되면 회사 매출 소멸과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으로 인해 매년 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또 전 세계에서 120만개 컨테이너 운송이 멈춰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정부는 너무 극단적이다. 피해규모를 특정하기 어렵다며 대수롭지 않게 봤다. 법정관리 결정이 해운업계 성수기에 이뤄져 물류대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3분기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 소비가 몰리는 4분기를 앞두고 있어 화물 운송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자초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무리 어려워도 보다 진전된 자구책을 내놓아 채권단을 설득했어야 했다. 이런 점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을 더이상 하지 않겠다는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선택은 불가피했다. 다만 그로 인한 후폭풍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어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점검회의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한진해운의 주력 노선에 현대상선의 선박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전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또 화물이 제대로 하역될 수 있도록 상대국 정부 등과 협의키로 했다. 수출입업체나 한진해운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모두 시급하게 시행돼야 할 방안들이다. 하지만 법정관리 신청 전 모두 세워 놓았어야 했다. 배가 압류되고 하역이 거부되기 전 선제적으로 조치했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을 것이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채권단을 중심으로 하역작업 재개를 위한 자금 지원까지 검토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더이상의 지금 지원은 없다는 한진해운 구조조정 원칙을 정부 스스로 깨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한진해운 사태는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은 물론 향후 부실 대기업 정리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칙을 지키면서 물류대란도 막아야 한다. 어렵지만 정부가 꼭 해내야 할 책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60905] 시진핑의 개방론은 겉돌고푸틴은 공백지대를 노린다

 

어제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는 마치 시진핑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행사로 기획된 것처럼 보인다. 굳이 시진핑의 정치적 고향인 항저우를 개최지로 택한 것도 그렇고 오늘 시진핑이 직접 대외 기자회견을 여는 것도 그렇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파리 기후협약에 비준하기로 약속하는 외형상 G2의 모양새를 갖춘 것도 중국의 위세를 보여주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엊그제 시 주석 공약이 눈에 띈다. 그는 중국은 세계 경제에 공헌할 자신이 있다개혁의 고통에서 비켜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는 데 대한 중국식 하소연이기도 했다.

 

지금 중국이 보여주는 내부지향적 모습과 시 주석의 대외적 약속이 매우 다르게 들리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개혁과 개방이라기보다는 폐쇄적 민족주의와 소아병적 패권주의에 매몰된 느낌이다. 북핵을 막기 위해 한국에 설치되는 사드를 두고 중국을 포위하려는 것이라며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와 관련해서는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을 무시한 채 영토적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주변국들에 무역과 투자 등 경제적 위협을 통해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중국 내에서 거리낌 없이 쏟아지는 정도다.

 

한국의 한류 스타에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 하고 중국에 진출한 베트남 기업에 무형의 압력을 보내고 있다. 일본이 센카쿠열도에서 조업하던 중국 선원들을 나포했다 해서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고 한국이 마늘 관세를 올리자 휴대폰 수입을 중단하던 모습에서 한 걸음도 나아진 것이 없다.

 

한편 러시아의 푸틴이 한국과 일본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푸틴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설득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12월엔 일본을 방문해 일·러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에 전력을 값싸게 공급하겠다는 제안도 내놓았다. 서방에서 잃은 러시아의 지위를 동북아에서 만회하려는 전략일 것이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만들어 내는 외교적 마찰을 푸틴이 적극 활용한다는 측면도 없지 않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60905] 대우조선 트라우마가 한진해운 유령선 만들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후폭풍이 예상보다 심각하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불과 3~4일 만에 해외 각국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 수십척의 입항이 거부되고 항만 연관업계가 작업중단에 돌입하는 등 한진해운 사태가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과 북미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가 신인도에까지 악영향이 우려된다. 한진해운의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며 자금지원 중단 및 법정관리를 저울질했던 지난 수개월 동안 채권단과 정부가 이런 후폭풍을 예상이나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에 추가 지원 불가를 결정하면서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반대다. 당장 국제 해상운임이 일부 구간에서 이미 50% 넘게 폭등하는 등 피해가 수출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각지의 터미널에서 입출항이 거부되거나 압류된 한진해운 선박이 늘어나고 있다. 3일 현재 입출항을 거부당하거나 표류하고 있는 비정상 운항선박은 무려 53척이다. 하루 새 8척이나 늘어났다. 체불된 미지불금 6,100억원을 해결하지 못하면 141척에 달하는 선박 모두 하염없이 바다를 떠돌아다녀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박 압류 등에 따른 운항 차질로 줄소송도 우려된다. 현재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긴 업체는 전 세계 8,200여개로 한진해운이 최대 140억달러(156,000억원) 규모의 줄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소매업체들이 현지 정부에 한진해운 사태 개입을 요청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한진해운 사태가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한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거나 재산보전 처분이 이뤄지면 즉시 외국에서 승인을 받는 준비도 없었다. 단지 현대상선 선박 13척을 긴급 투입하는 것으로 후폭풍을 막을 수 있다고 본 안이함의 근거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현대상선을 통한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카드 역시 실효성이 없는데다 그 자체가 도산법 원칙을 어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해운업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4일 부랴부랴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한진해운사태비상대응반을 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로 확대 개편하고 9개 부처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 것도 초기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제대로 대응했다면 이런 비상사태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은 지난해 75조원대의 부실이 발견된 대우조선에 신속하게 42,000억원 지원을 결정했던 것과 다르다. 이미 한진그룹 차원에서 22,000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했는데도 추가 자구안을 요구하고 구조조정 원칙만 강조하다 화를 키웠다.

 

한진해운 사태가 사실상 예고된 참사나 다름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비리로 얼룩진 대우조선 사태와 대우조선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 논란 등으로 자칫 한진해운을 지원했다가 청문회에 설 수 있다는 우려로 관료들의 몸 사리기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피해액이 최대 17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닌데도 무시되고 금융부실 최소화에만 혈안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러니 서별관회의보다 관료들의 변양호 신드롬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국 해운업이 붕괴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제라도 제대로 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대우조선 트라우마에 빠져 한진해운 선박이 유령선이 돼 세계 각지를 떠도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