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하는 개미들
황 전임연구원은 “개인적으로 국내 개미 중 가장 예쁘게 생각하는 개미”라며 가시개미를 소개했어요. 나무 기둥이나 썩은 나무에 사는데, 몸에 가시 같은 돌기가 있어 가시개미라고 부르죠. 나무째로 채집해 키우는 중으로 1년 정도 됐다고 해요. 수집실 안에서도 번식할 때가 되면 공주개미가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죠. 한참 관찰하던 민서 연구원이 한쪽에서 죽은 개미를 발견했습니다. 개미는 쓰레기나 시체를 한곳에 모아두는 습성이 있는데, 죽을 때가 되면 쓰레기장 일을 하다 거기서 죽는 경우도 있죠.
먹이를 수집하고 있는 개미들. 충분히 수집·저장하면 활동이 줄어든다.
“떼로 움직이는 게 징그럽기도 한데, 무리를 짓는 이유가 뭔가요?” 설명을 듣던 윤서 연구원이 묻자 “그래서 개미를 사회적 곤충이라고 한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단독으로 사는 생물도 많지만, 개미는 서로 협력하며 오래 번성하는 길을 택한 거죠. 예를 들어 혼자선 구할 수 없는 큰 먹이도 무리를 지으면 쉽게 구할 수 있어요. 알·애벌레 육아는 물론 굴을 파거나 집을 짓는 것, 적을 물리치는 것 역시 서로 도와가며 일을 분담하죠. 일개미 중 유독 덩치가 큰 개미 본 적 있죠? 이들은 적과 싸우는 병정개미예요.”
개미가 분업하는 건 일적인 부분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번식 또한 분업화했죠. 민서 연구원이 이어 그 부분을 언급했어요. “개미는 여왕개미와 수개미, 일개미로 분류되잖아요. 그럼 일하는 개미들은 모두 암개미인가요? 수개미의 정확한 역할도 궁금해요.” 개미 사회에선 여왕개미만 알을 낳습니다. 수개미는 짝짓기만을 위해 태어나고요. 공주개미와 수개미의 결혼비행 후, 수개미는 더 이상 살아남을 힘이 없어 땅에 떨어져 죽습니다. 조금 더 산다고 해도 먹이를 찾을 힘이 없어 죽게 돼요. 몇 년씩 사는 여왕개미나 일개미에 비하면 수명이 짧죠.
개미의 특이한 번식 체계
개미가 딸과 아들을 낳는 방법은 인간과 많이 다릅니다. 여왕개미가 수개미와 짝짓기를 해서 낳은 알은 전부 딸, 즉 암개미로 대부분은 일개미가 되죠. 이중 몇몇은 차세대 여왕을 노리는 공주개미가 되고요. 윤서 연구원이 일개미와 공주개미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묻자 황 전임연구원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며 ”일개미가 애벌레를 키울 때 공주개미가 될 만한 애벌레에게 영양도 많고 좋은 것을 먹인 게 아닐까 추측한다“고 설명했어요.
수집실에는 다른 개미도 살고 있습니다. 불개미는 채집하기는 쉬운 편인데, 좁은 곳에서는 키우기 어려운 개미예요. 적을 방어하기 위해 달려들어 개미산을 뿜는 특성 때문이죠. 개미산을 발사하면 향이 확 나는데, 자기들도 그 산에 취해서 죽기도 합니다. 윤서 연구원이 개미산이 뭐랑 비슷하냐고 물어봤습니다. “확 쏴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정도죠. 먹이를 줄 때도 가끔 뿜는데, 시큼하면서도 톡 쏘는, 숨이 막히는 느낌이에요. 좋은 냄새는 아니죠.” 황 전임연구원은 이어 “개미산을 쓰기 때문에 솔잎 같은 거로 집을 지어요. 평소 공기가 잘 통하게 지상에 집을 지은 거예요. 겨울엔 땅속으로 들어가고요. 산에 가다가 마른 풀 같은 게 쌓여서 뭉쳐 있으면 아마 불개미가 살고 있을 거예요”라고 덧붙였죠.
공생 관계와 천적
황채은(맨 왼쪽) 전임연구원이 소중 개미연구단에게 일본왕개미의 예를 들며 개미와 공생관계를 이루는 생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천적도 있습니다. 개미귀신이라고도 하는 명주잠자리 유충이에요.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모래밭에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파고 속에서 개미 등 먹이를 기다리죠. 이 개미지옥에 개미가 빠지면 개미귀신은 삽처럼 생긴 평평한 머리로 개미에게 모래를 끼얹어요. 빠져나가지 못하고 계속 미끄러져 떨어지며 힘이 빠진 개미를 땅속으로 끌고 들어가 체액을 빨아먹고 함정 밖으로 던져버리죠. 개미귀신은 해변의 모래 언덕이나 강 근처 모래밭, 학교 운동장에도 살고 있어요.
개미귀신이라 불리는 명주잠자리 유충(맨 오른쪽)과 번데기(가운데 둥근 것), 성충의 모습.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 민서 연구원이 “진짜 흰색 개미네요”라며 흰개미를 가리키자 황 전임연구원은 “엄밀히 말해 개미는 아니에요”라고 설명했어요. 개미처럼 생긴데다, 개미처럼 사회적 행동을 해서 개미라고 부르지만 흰개미는 흰개밋과 곤충으로 오히려 바퀴벌레와 더 가까운 친척이죠. 고궁이나 절 등 문화재를 갉아먹은 뉴스를 봤다는 윤서 연구원에게 황 전임연구원은 “흰개미는 인간에게 해충이라고 불리지만 썩은 나무를 분해해서 자연의 순환을 도와요. 흰개미를 보며 해충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죠.
농사짓는 개미
잎꾼개미를 관찰하는 소중 개미연구단.
민서 연구원이 “살인개미라고 불린 붉은불개미처럼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인지”를 물었어요. 황 전임연구원은 “살인개미라는 말은 과장된 표현”이라고 설명했죠. “흔히 볼 수 있는 꿀벌도 물리면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어 위험하죠. 개미 자체가 위험한 것보다 외래종이 들어와 생태계 교란 등이 일어날 수 있어 문제가 되는 거예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윤서 연구원은 혹시 개미에 물려본 적 있는지 질문했죠. “잎꾼개미는 이파리를 가위처럼 슥슥 자르는데요. 칼에 베인 느낌이에요. 아마 국내 최초로 물려봤을 텐데, 피가 날 정도로 아파요. 병정개미는 한번 물면 놓질 않아 떼어내려고 해도 머리가 붙어있기도 해요. 보통 개미는 따끔한 정도죠.”
버섯 농사를 짓기 위해 잎꾼개미는 식물의 잎을 잘라 집으로 운반한다.
잎꾼개미가 키운 버섯을 본 민서·윤서 연구원은 생각과 다르다며 놀랐습니다. 우리가 먹는 버섯과 달리 성긴 그물망이 작고 촘촘하게 쌓인 모양새였거든요. 그 사이로 애벌레와 번데기도 볼 수 있었죠. “아까 공생관계를 설명했는데, 잎꾼개미도 버섯과 공생해요. 개미는 농장에 자란 버섯을 먹고, 여기에서 알이나 애벌레도 키워요. 버섯 또한 잎꾼개미가 키우지 않으면 살 수 없죠.”
지금까지 소중 개미연구단이 살펴본 개미의 특성은 인류가 지구에 나타나기 전부터 이어져 온 겁니다. 개미학자 윌슨은 “인간이 없어지면 자연은 끄떡없고 오히려 치유될 것이지만, 개미가 사라지면 생태계에 큰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는데요. 개미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우리가 알게 모르게 공생하기 위한 생태계의 한 축을 맡고 있죠.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개미는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4~6월이면 결혼비행에 나서는 공주개미들을 볼 수 있는데요. 한 마리의 여왕개미가 수천수만 마리가 사는 왕국을 키워내는 과정을 시작부터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참, 개미를 관찰할 땐 물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
「
학생기자 취재 후기
평소에는 개미와 같은 곤충들이 혐오스럽게 느껴졌는데 개미의 이야기를 알아보며 그런 거부감이나 편견들이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버섯농사를 짓는다는 잎꾼개미가 인상 깊었는데요. 원래 이름은 가위개미로, 식물의 잎을 떼어내 옮기며 버섯을 키운다고 합니다. 사회성이 뛰어난 개미가 농사까지 짓는다니 놀랍고 신기했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일본왕개미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미 중 가장 큰 개미인 일본왕개미는 일본사람이 최초로 발견했다고 하여 일본왕개미로 이름 지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개미가 일본왕개미로 불리다니 의아했죠. 다행히 명칭을 바꾸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적절한 이름으로 바뀌길 기대합니다.
-신민서(서울 장충초 5) 학생기자
솔직히 여태껏 개미를 볼 때마다 “징그럽다, 개미는 왜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립생태원 취재를 하며 참으로 다양한 개미를 보고 ‘개미에게 귀여운 점도 있구나’라고 느꼈죠. 킬러개미·군대개미·집게턱개미·베짜기개미처럼 특이한 개미의 존재는 너무 놀라웠어요. 개미와 진딧물이 공생관계라는 사실과 개미귀신과 같은 개미의 천적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도 신비로웠죠. 평소 개미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는데, 그 모든 개미들의 이름과 특징을 다 외우고 계시는 연구원님이 개미만큼이나 신기했어요. 이번 취재로 나도 몇 가지 개미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 뿌듯했고, 앞으로도 개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양윤서(대전 목양초 4) 학생기자
」-신민서(서울 장충초 5) 학생기자
솔직히 여태껏 개미를 볼 때마다 “징그럽다, 개미는 왜 있는 걸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국립생태원 취재를 하며 참으로 다양한 개미를 보고 ‘개미에게 귀여운 점도 있구나’라고 느꼈죠. 킬러개미·군대개미·집게턱개미·베짜기개미처럼 특이한 개미의 존재는 너무 놀라웠어요. 개미와 진딧물이 공생관계라는 사실과 개미귀신과 같은 개미의 천적이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도 신비로웠죠. 평소 개미에 관심은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은 없었는데, 그 모든 개미들의 이름과 특징을 다 외우고 계시는 연구원님이 개미만큼이나 신기했어요. 이번 취재로 나도 몇 가지 개미들의 이름을 알게 되어 뿌듯했고, 앞으로도 개미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양윤서(대전 목양초 4) 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