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일제고사인가](상) 학력미달 없는 반엔 20만원 상품권
송현숙·정유진·최슬기 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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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역 ㄱ고등학교는 12일 치러지는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앞두고 기초학력 미달이 없는 반에 농산물상품권(20만원)을 주고, 3개 영역 모두 우수등급을 받은 학생에게는 상장과 상품을 주기로 했다. 인근지역 중학교는 우수반 교사에게 5만원, 개인별 1~3등에게 1만~2만원, 성적이 오른 학생에게는 5000원을 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천의 ㄴ초등학교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예체능 수업이 실종됐다. 음악, 미술, 체육 시간에는 무조건 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집을 푼다. 충청지역의 ㄷ초등학교는 6학년 전원이 지난주부터 오후 5시~8시10분에 예상문제 및 정리문제 학습을 진행하는 ‘학업성취도 평가 마무리 캠프’를 진행 중이다.

충남의 ㄹ중학교 학사 일정은 철저히 12일의 일제고사에 맞춰져 있다. 시험 90일 전 2010년 기출문제 시험, 50일 전 2009년 기출문제 시험, 30일 전부터는 토·일요일 특별수업, 시험 하루 전인 11일에는 좋은 성적을 다짐하는 시험출정식이 예정돼 있다. 경북지역의 ㅁ초등학교 학생 4명은 지난달 초부터 매일 오후 9시까지 국·영·수 위주의 야간 보충수업을 받고 있다. 우수교사에게 겨울 스키캠프 무료 참여 기회를 보장하고 해외연수를 위해 점수를 올려주겠다는 학교도 있다.
경남지역에서는 학교장이 성적이 떨어지는 아동 2명을 특수학급에 배치할 것을 강요했다가 담임교사가 반발하는 일이 벌어졌다. 같은 지역의 ㅂ초등학교에서는 학교예산을 전용, 국·영·수 교재를 구입해 강제로 보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일제고사를 앞두고 이처럼 전국적으로 0교시 수업, 야간 수업, 주말 문제풀이 등 파행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5일 설명했다. 경남지역 교육단체인 경남교육연대도 “한 달 동안 일제고사용 수업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민원이 제기된 초등학교가 88곳, 중학교가 58곳에 이른다”며 일제고사 폐지를 촉구했다.

학교에서 성적을 조건으로 금품을 내거는 반교육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정규수업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지만 감독해야 할 교육 당국은 오히려 이를 독려하고 있다.

일부 교육지원청은 일제고사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지침으로 만들어서 일선 학교현장에 내려보내기도 했다. 대구지역의 한 교육지원청은 아예 관내 초등학교에 4000쪽이 넘는 기출문제지 파일을 배부했다.

일제고사 성적에 초·중·고교는 물론 교육청까지 ‘올인(다 걸기)’하는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시·도 교육청 평가에 학업성취도가 주요 기준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학교별 성과급에 학업성취도 평가 향상률이 반영된다. 또 평가 결과가 학교·지역별로 공개되면서 평판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되니 학교로서는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당국은 일제고사의 가장 큰 취지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더욱 잘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가 오랜 시간 공부를 시켜 아이들의 점수가 오르면 실력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6학년을 지도하고 있는 한 교사는 “빨리 시험일이 지났으면 좋겠다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일 문제풀이를 시키는 내가 진짜 교육자인지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 일제고사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모든 학생이 동시에 치르는 형태의 시험을 뜻한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