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의 물레질하며 부르는 누에타령

경상남도 합천군에서는 물레를 돌려 누에고치나 솜에서 실을 뽑아내며 부르던 「물레질하는소리」로 누에타령을 불렀다. 누에타령은 뽕잎을 따서 썰어 누에를 키운 후 그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옷을 만드는 과정을 노래한다. 물레질할 때도 불렸지만 노래 자체를 즐기는 유희요로서도 많이 불렸다. 옷 한 벌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의 지난함과 함께 ‘청명수’. ‘옥비틀’, ‘은하수’를 이용해 옷을 짓는다는 표현에서 그 정성이 드러난다.

물레질하는 소리

가야산과 낙동강이 있는 합천군

합천군은 경상남도 서북부에 위치한다. 남쪽은 의령과 산청, 북쪽은 경북 고령, 성주와 맞닿았다. 행정구역은 1개 읍, 16개 면, 373개 행정리(192개 법정리)로 구성되어 있다. 1,430m의 가야산과 그 부근의 여러 산들이 솟은 서북부는 높은 반면 동부와 남부는 낮은 편이다. 읍의 중앙을 가로질러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황강은 그 인근에 하안평야가 발달했다. 양천강, 단계천과 같은 남강의 지류에도 넓은 곡저평야가 형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에서 경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3.4%이며 그 중 논이 밭보다 3.4배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논농사가 활발하다. 주요 농산물로는 쌀을 중심으로 보리, 콩과 같은 잡곡, 무와 배추, 고추, 양파, 우엉 등의 채소류 그리고 참깨와 들깨 같은 특용작물 등이 있다.

 

합천군의 노동요에는 「농업용수품는소리」, 「모찌는소리」, 「모심는소리」, 「논매는소리」, 「밭작물도리깨질하는소리」, 「나뭇짐지는소리」, 「물레질하는소리」, 「공사판목도하는소리」, 「아기재우는소리」 등이 전승되었다. 경상남도에서 가장 높은 수매실적을 올릴 만큼 논농사가 활발한 지역적 특성상 논농사요의 전승이 활발하다. 그 외에는 나무를 하고 물레질을 하며 아기를 기르는 등 삶을 꾸려가는 과정에서 해내야 하는 여러 노동의 현장에서 노래들이 불렸음을 알 수 있다.

 

병이났네소리와 흥얼소리가 많은 「물레질하는소리」

「물레질하는소리」는 물레를 돌려 누에고치나 솜에서 실을 뽑아내며 부르던 노래이다. 삼삼기와 마찬가지로 여성들이 담당하던 노동이다. 물레를 돌리는 일은 단순한 동작을 오랜 시간 반복하는 까닭에 지루해지기 쉽다. 이때의 노래는 지루함에서 오는 고됨을 달래기 위해 부른다. 작업의 동작을 맞출 필요가 없어 그때 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 등을 가사에 자유롭게 담아 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전승된 「물레질하는소리」에는 거미야거미야 왕거미야, 그것도매화다소리, 긴아리, 깍둑깍둑 깍두기, 네주둥이 뾰족해도, 노리개타령, 누에타령, 두꺼비타령, 발병없이 다녀온나, 베틀소리, 병이났네소리, 산아지타령, 시누이가 찢었구나, 울아버지 제빌런가, 줌치타령, 흥얼소리가 있다. 이 중 병이났네소리와 흥얼소리가 비교적 넓은 지역에서 불렸다. 병이났네소리는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 흥얼소리는 전라남도를 중심으로 한 서남해지역에서 전승되었다. 

 

옷 한벌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누에타령

누에타령은 뽕잎을 따서 썰어 누에를 키운 후 그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베를 짜고 옷을 만드는 과정을 노래한다. 물레질할 때도 불렸지만 노는 자리에서 노래 자체를 즐기는 유희요로서도 많이 불렸다. 유희요로서는 「일관련말담하는소리」로 분류된다.

 

다음은 합천군 쌍책면 성산리 외촌에서 김한준(여, 1922)이 부른 누에타령이다. 김생원 죽은 넋이 나비가 되어 슬은 알이 누에가 되었다. 그 누에를 키우려 뽕잎을 따서 주었더니 비 오는 소리를 내며 먹어치운다. 누에고치를 거두어 실을 뽑아 베틀로 짜서 도포를 만들고 남은 비단으로 화자의 적삼을 만들었다. 입기 아까워 들며 날며 보기만 했더니 눈살에 그만 다 떨어져버렸다고 너스레를 떤다. 옷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의 지난함과 함께 ‘청명수’ ‘옥비틀’, ‘은하수’를 이용해 옷을 짓는다는 표현에서 한 벌 옷을 짓기까지의 정성이 드러난다. 

김생완[김생원] 죽은 넋이 한 쌍에 나비되야

칠백띠 일대장에 알을 실어[슬어] 달구털[닭털]로 씰어[쓸어] 모아

침산[낮은 산]에 뽕을 숨거[심어] 낱낱이 따다 놓고

은장도 드는 칼로 충청도 가는 도매[도마]

아목자목[오목조목] 썽거리서[썰어서] 이리 저리 흐쳐주니

그 뉘비[누에] 먹는 소리 천상에 비 온 듯고

*애기잠 자고 이잠 자고 한 잠 자고 꿈을 꾸니

천상에 높이 올라 인간에 귀한 일을 무엇으로 대적할꼬

산천 지리단지솥[질솥] 걸어 놓고 청맹수[청명수(淸明水에)] 실을 뽑아

옥비틀[옥베틀]에 베를 짜서 은하수에 씩어다가[씻어다가]

만대산 돌에다 따듬어서 도복[도포] 비고[베고] **직링 비고

다문[다만] 석 자 남았더니 이 내 적삼을 비어 노니

짓도 없고 섶도 없네 맨드래미 짓을 달고

봉숭아꽃을 섶을 달아 입자 하니 때가 묻고

개자 하니 살이 지고 용두줄에다 걸어서 놓고

들민[들며] 보고 날민[나며] 보니 눈살에 받쳐서 다 떨어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