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365] 지오 폰티 ‘건축예찬’
입력: 2007년 06월 17일 18:39:11
건물은 삶을 담는다. 삶은 건물 안에서 숨쉰다. 그런데 나는 그렇다는 것만을 알 뿐, 건축은 알지 못한다. 그런데 건축이 ‘있는 동굴을 찾아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안다. 건축은 ‘동굴 만들기’라고 해야 옳다. 그래서 건축은 만듦이 수반하는 온갖 작위성을 지닌다. 결국 가장 부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공간이 건물인데, 그 안에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담긴다. 갈등은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삶은 힘 든다.

그래서 인간은 자기의 주거를 만들면서 자연과 인위를 아우르려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건축은 늘 기하학이고 물리학이고 재료학이고 경제학이면서 나아가 정치학이지만 이와 아울러 미학이고 철학이고 때로는 종교이기조차 하다.

그런데 때로 이런 구분이 철저히 준수되면서 그 각각이 제각기 자기 주권을 주장하며 이루는 건축을 본다. 이 때 작동하는 원리는 기막힌 합리성이다. 그러나 논리가 빚는 그 영역들의 조합이 건축은 아니다. 건축은 상상력이 그 모든 영역을 흡수하는 하나 안에서 이루어진다. 사람이 살 만한 괜찮은 집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 때 우리는 건축행위를 예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산다는 것, 결국 하나의 집을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내 집은 어떻게 지어지고 있을까? 나는 어떻게 내 집을 짓고 있는 것일까? 이런 물음이 가슴 속에서 인다면 한 번쯤 지오 폰티의 ‘시’와 같은 책 ‘건축예찬’(열화당)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는 가장 합리적이어야 하는 것은 마땅히 가장 상상적이어야 한다는 것, 곧 후자가 전자를 완성시킨다는 것을 우리로 하여금 충분히 짐작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정진홍/ 한림대 과학원 특임교수·종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