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한국 19% 스웨덴 98%
돈 많이 들고 육아부담 여성 편중…5개국중 ‘꼴찌’
한겨레 이유진 기자 이본영 기자

한국, 미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 다섯 나라 가운데 한국인들이 출산과 육아 환경이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20~49살 남녀(각국 1000여명)를 대상으로 벌인 출산과 육아 실태에 대한 의식조사를 보면, ‘아이를 낳고 키우기 쉬운 나라인가’라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생각한다’거나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한국은 19%로 가장 낮았다. 스웨덴은 98%, 미국은 78%, 프랑스는 68%, 일본은 48%였다.

아이를 더 낳고 싶지 않은 이유로는 한국(68%)과 일본(56%) 모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성에게 편중된 육아 부담도 저출산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은 육아를 ‘아내만 한다’와 ‘주로 아내가 한다’가 70%에 달했다. 스웨덴은 ‘아내와 남편이 동일하게 한다’는 대답이 90%를 넘었다.

전문가들은 출산과 보육을 여성 몫으로 여기는 전통이 강한 나라들은 출산율도 낮다고 본다. 이번 조사에서도 ‘3살까지는 보육원에 보내지 말고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한 이들은 한국(80%)과 일본(70%)에서 가장 높게 나왔다. 반면 스웨덴은 ‘반대’가 70%에 가까웠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정부가 보육인프라 구축, 양육비 지원, 다양한 가족 인정 등으로 출산율을 높인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1990년대 중반 출산율이 1.52명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합계 출산율이 인구 대체 수준까지 올라온 스웨덴은 16살 이하 어린이에 대해 다달이 13만8천원씩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고용평등 수준도 영향을 준다. 스웨덴은 남녀 임금비가 100 대 82로 한국(100 대 64.2), 일본(100 대 65.3)보다 높다.

프랑스는 93년 출산율 1.65명에서 2001년 1.9명으로 늘었다. 영·유아 수당, 가족 보조금 등 국내총생산의 3%를 가족 지원에 쏟아붓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지원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프랑스는 2000년 이후 결혼하는 짝이 매년 1만쌍씩 줄고 있지만 39%에 이르는 혼외출산 등으로 신생아 수는 8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은 혼외출산 비율이 54%다.

남성의 육아참여 제도화도 출산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각각 2주, 11일씩 80%, 100%의 임금을 주면서 남성의 육아 참여를 제도화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장지연 박사는 “외국에서는 고용평등, 아버지 육아참여, 보육서비스 확대 등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과된 양육책임을 사회가 함께 지면서 출산율 높이기에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