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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조선|기획·글 김현정 편집장|입력2014.10.17 17:23|수정2014.10.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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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한구석의 고무통 안에서 발견된 오래된 두 구의 시신. 최근 발생한 엽기적인 사건의 한 장면이다. 남편의 시신을 처리하지 못해 고무통에 넣어 두고 있었다는 사건의 주인공 여성에게 전문가들은 '호딩-저장강박증(집착의 일종)'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 [헬스조선]'애착'과 '집착'은 본질의 차이는 아니다. 애착이 손상된 정도에 따라 집착과 과도한 애착, 정상적인 애착 등으로 가면만 바뀔 뿐 그 안의 '나'라는 존재는 똑같다.
한 드라마에는 '성기(性器)'에 집착하며 집요하고 세밀하게 성기 그림만 그리는 한 청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엄마가 애인과 잠자리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자신이 버림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 두려움은 곧 성기에 대한 집착으로 발현된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잘못된 애착,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꼭 엽기적이고 병적인 사건이 아니더라도 연인에게 집착하는 스토커, 연예인에게 집착하는 '사생팬'의 이야기들은 이제 흔한 얘기가 돼버렸다. 이렇게 애착을 넘어선 집착의 그림자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당신은 이런 집착의 그림자에서 과연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집착도 제2유전자, 대를 물린다?
'애착'과 '집착'은 언뜻 쉽게 구분이 될 것 같다. 애착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한 반면, 집착은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쉽게 분리할 수 없다. 심리학에서도 집착은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해 '손상된 애착'으로 본다. 결국 이 둘은 '착(着)'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된 것이다.
'착'은 우리의 삶과 관계 형성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애착은 흔히 어린 시절 유아가 부모나 보호자와 맺는 관계 형성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어린 시절 형성된 착의 형태(그것이 애착이든 집착이든)가 성인이 된 뒤의 착의 형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성인이 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안정적인 관계를 갖느냐, 그렇지 않으면 불안정(몰입)하거나 거부(회피)하거나 두려운(회피) 관계를 맺게 되느냐의 문제는 어린 시절 형성된 '착의 형태'와 큰 관계가 있다. 이는 평생에 걸쳐 바뀌고 다시 형성된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 [헬스조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면 착의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애착의 수명은 3세대'라는 말이 있다. 또 '애착의 세대 이전'이라는 말도 있다. 이는 부모가 과거 자신의 부모와 형성한 애착 유형이 지금 자녀와의 관계로 다시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착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이든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이 여러 사람 및 대상과 애착 관계를 맺고 있는지, 집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에 대해 점검해 보는 것은 중요하다.
착은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쉽게 결정 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학설도 많다. 1세 이전에 부모와의 관계에서 형성된 착의 형태가 평생을 결정짓는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그 이후 아이가 말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형성되는 착의 형태가 더 중요하다는 설도 있다.
또 한 사람과의 안정된 애착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이 있는 반면, 여러 사람과의 다양한 애착이 사람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끈다는 설도 있다. 어린 시절의 애착이 성인을 유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키워 강인하고 다부진 사람으로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집착의 그림자 애착의 빛으로 바꿀 수 있나
이런 분분한 설 가운데서도 분명한 것은 애착이 장기적 인간관계의 근본원인을 설명하는 주된 이론이라는 점이다. 이 이론의 핵심 주장은 영아가 정상적인 감정, 사회적 발달을 하기 위해서는 하나 이상의 주 보호자와 관계를 형성해야 하고, 이는 사람의 평생을 좌우하는 '제2의 유전자'로 불리는 애착이 된다는 점이다.
이는 선택된 특별한 사람(부모와 자식)과의 보이지 않는 끈이고,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토대가 된다. 또 이 시기에 잘못 형성된 애착이 집착의 형태로 이어져 한 사람의 대인관계를 좌우할 수 있다는 데에도 이견이 없다.
애착이 어린아이 시절의 얘기고, 과거의 얘기라고 단정지으면서 터부시하지 말자.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대까지 물리는 애착과 집착이 우리 삶에 어떤 식으로 발현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양태를 보면 내가 집착하고 있는지, 애착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판가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미 집착하고 있고, 잘못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면, 집착을 다시 애착의 형태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알아보자.
↑ [헬스조선]집착은 불안정한 애착 관계다. 집착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의존하며, 사랑을 계속 확인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어떤 대상에 대한 극도의 집착 때문에 벌어지는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일들을 당신은 정말 '남의 일'로만 완벽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당신이 특정 대상에게 품고 있는 애착이 어느새 집착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생 동안 바뀌는 착(着)의 유형
한번 집착은 영원한 집착?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의 애착유형을 조사해 보면 '안정형'이 48.6%로 가장 많기는 하나, '집착형'이 두 번째로 많은 28.6%를 차지한다. 이는 미국 대학생과 비교했을 때 집착형의 비중이 더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집착 유형을 보이는 10명 중 3명꼴의 사람들이 모두 유아기 때 양 부모 아래 제대로 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고 자랐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물론 유아기 때 양 부모 아래 건강한 성장과정을 거친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행복한 사람이다. 또 비교적 대인관계에서 안정적이고 신뢰감이 잘 형성돼 있다.
그렇다고 이 시기의 안정된 애착이 평생의 안정된 애착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또 이 시기에 불행한 유아기를 거친 사람이라고 평생 안정된 애착 관계를 경험하지 못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공식도 성립되지 않는다. 애착 이론의 대표적 학자인 보울비는 애착을 "한 개인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에 대해서 느끼는 강한 감정적 유대관계"라고 정의했다. 즉, 애착이란 사람들이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느끼는 애정적인 유대관계다. 그러므로 사람이 성장하고 나이 들면서 각 시기에 맞게 자신이 가깝다고 느끼는 사람과 제대로 된 애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애착은 손상되는 것이다.
유아기 때 그 대상이 부모였다면, 청소년기에는 선생님이나 친구일 수 있고, 성인이 돼서는 연인이나 부부일 수 있다. 그러므로 각 시기에 맞게 안정적인 애착관계가 형성되지 못하면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집착이 이성관계, 부부관계에서 각종 문제행동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1 유아기의 안전기지
부모와 떨어져도 안 우는 아이의 애착 정도는?
방송인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이와 서준이가 영유아발달검사를 받는 장면이 TV예능 프로그램 전파를 탔다. 서언이는 아빠가 사라지자마자 눈물을 터뜨렸다. 하지만 서준이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야 울음을 터뜨리고 쉽게 그치지도 않았다. 어느 아이가 아빠와 애착이 더 잘 형성된 것일까?
서언이는 전형적인 '안정애착'인 반면, 서준이는 '불안정한 애착'을 보인 것이다. 이휘재는 평소에 까다롭고 잘 우는 서언이에게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에 서준이는 혼자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서 서준이는 아빠에게 도움받는 것을 주저하게 됐고, 그러면서 아빠와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초보 아빠 이휘재는 그 이후로 서준이와 둘만의 시간을 가지며 더 많은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영유아는 엄마처럼 직접 돌봐 주는 사람과 상호작용을 밝고 긍정적으로 해야 안정적인 애착 관계가 형성된다. 그러면 아직 말을 못 하는 어린 유아도 자신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이를 학문적인 용어로는 '높은 자아 존중감을 갖게 된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게 되면 곁에 있는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
어린 아기는 기어다니거나 걸어다니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앞에서 설명한 과정을 거쳐서 친숙해진 사람(애착 대상.그 대상은 엄마, 보모, 할머니 등 누구나 될 수 있다)을 '안전기지'로 이용한다. 아이는 안전기지를 토대로 주변을 탐험하고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엄마 품에 안겨 있다가 마룻바닥을 좀 기어다니고는 다시 엄마 무릎팍으로 돌아오는 것이 그런 과정이다. 정찰병이 안전 범위를 살펴보고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는 셈이다.
↑ [헬스조선]영화 <스토커>의 한 장면. 스토커는 잘못된 애착 관계에 의한 집착에서 기인된 정신병리 중 하나다.
부모가 아이에게 어떻게 대해 주는지가 이 시기 아이가 어떤 형태의 애착을 갖게 되는지에 영향을 미치고, 아이에게 형성된 애착 형태는 거꾸로 아이가 부모를 어떻게 느끼는지, 부모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 정신건강의학과 심리학의 애착 이론에 따르면, 부모 등 애착 대상과 멀어지는 데 따른 아이의 분리불안은 애착 대상이 없는 상황에 적응하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므로 이휘재가 사라졌을 때 곧바로 울음을 터뜨린 서언이가 아빠가 사라져도 가만히 있는 서준이보다 아빠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갖는 것이다. 에인스워스 등의 정신건강의학자와 심리학자는 한 살 무렵의 아기가 혼자 낯선 놀이방에서 놀 때의 모습을 관찰해 애착 유형을 아래 세 가지로 분류했다.
"부모가 눈앞에서 사라졌을 때 자녀가 분리불안을 보이면 부모는 큰 걱정을 하지만 이런 아이는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제대로 형성된 것이다.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경우 부모가 눈앞에서 사라져도 아이는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안정애착]
엄마가 나갈 때 울면서 찾다가 엄마가 돌아오면 쉽게 진정해 놀이를 계속한다.
[회피애착]
엄마가 나가도 불만을 보이지 않고, 엄마가 돌아오면 시선을 회피 한다.
[양가감정애착]양육자에게 애정과 증오, 독립과 의존, 존경과 경멸 등을 함께 느끼는 경우다. 엄마가 나가면 심하게 울고, 엄마가 돌아와도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
#2 애착과 집착
혼자로 충분하다는 '나홀로족'의 애착 유형은?
성인기 애착 형성 유형
성인기에 어떤 유형의 애착관계를 갖게 되는지는 유아기의 애착관계가 어떤 양상이었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스스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유아기에는 엄마 등 자신을 돌봐 주는 양육자에 대해 애착이 형성되는 반면, 성인기 애착은 자기가 누군가를 찾아서 형성한다는 점이 다르다. 성인기 애착의 정의는 '신체적 또는 심리적으로 편안함ㆍ안정감을 주는 소수의 특정한 인물을 찾고, 그 사람과의 접촉을 유지하려는 성향'이다.
이 정의를 잘 읽어 보면 성인기 애착이 유아의 애착 개념에서 발전된 것이며, 애착의 대상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느냐(자기를길러 주는 사람), 자신이 찾아나서느냐(애인·친구·이웃 등)가 다를 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유아기 애착은 길러 주는사람이 유아에게 일방적으로 보살핌을 제공하는 데 비해, 성인기 애착은 자신과 자신이 애착하려는 대상과 쌍방향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것이 차이점이다.
◇ 안정애착
성인기의 여러 애착 유형 중에서 안정형의 애착 유형인 사람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과정에서 행복감과 우정, 믿음, 신뢰를 경험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단점이 있거나 실수해도 이런 점까지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지지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성관계를 비롯한 대인관계가 오래 지속된다. 안정적인 애착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다른 사람에 대한 판단도 긍정적이었다.
◇ 불안정한 애착-집착
불안정한 애착 관계는 불안을 비롯한 다양한 심리증상의 원인이 된다. 그중 하나가 집착이다. 집착이란, 상대에게 지나치게 몰두하거나 의존하려는 성향으로, 상대에게 사랑을 잠시라도 느끼지 못하면 불안해하면서 사랑을 계속 확인하려는 행동을 의미한다.
집착은 '상대를 소유물로 여기고 통제하고 간섭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상대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애정'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상대에게 마음이 집중되어 얽매어 있는 상태' 또는 '상대에게 관심과 사랑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집착적 또는 불안ㆍ양가적 애착 유형의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사람으로 보는 반면 상대는 자신보다 긍정적인 인물로 인식하고, 이 때문에 상대를 놓치지 않으려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심하면 스토킹을하는 등 자신을 상대가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다.
◇ 애착과 결혼
성인 애착 유형은 결혼관계 만족감에도 영향을 준다. 집착형인 사람은 결혼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족감이 높다. 또한 집착을 가진 사람은 배우자의 사랑을 확인하고 다짐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부부간에 지속적인 신뢰감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따라서 이는 부부관계 유지에 악영향을 준다.
또 집착은 상호관계에서 자율성이라는 중요한 심리적 욕구를 침해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 유지를 불가능하게 하는데, 그 결과 상대는 물론 자신에게도 고통을 주는 부정적인 심리상태와 행동을 하게 된다. 의심, 거부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질투, 외로움과 불안정감, 과민성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큰 사회문제인 스토커는 집착을 보이는 대표적인 정신병리 중의 하나이다. 부부관계에서 질투망상으로 인한 의부증이나 의처증도 집착이 지나친 결과 중 하나다.
◇ 거부ㆍ두려움-회피애착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독립심이 아주 강해서, 애착관계 형성을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자신은 혼자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애착 감정에 불편해하고, 가까운 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보통 감정을 억누르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과 상대방에 대해 안 좋은 견해를 가지고 있어 거리를 두려고 한다.
↑ [헬스조선]집착을 가진 사람은 배우자의 사랑을 자꾸만 확인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자연히 부부간의 신뢰를 유지하는데 악영향을 준다.
"성인이 된 뒤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는 집착으로 이어진다. 집착은 상대를 소유물로 여기고 통제하려 하거나 상대에게 마음이 집중돼 얽매어 있는 상태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반면,상대방은 너무 긍정적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매달림 현상이다."
#3 분리와 애착
나는 부모와, 남편과 독립적 주체인가
청소년기에 자신이 부모로부터 완전한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성인이 됐을 때 올바른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애착관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분리불안'이다. 사람은 누구나 아주 어릴 때부터 청소년기를 지날 때까지 여러 단계에 걸쳐서 부모 등 애착관계에 있는 사람과 떨어져서 홀로 서게 되는데, 이런 단계마다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을 독립적인 인격체로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번째가 유아기 때 부모와 내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독립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단계이고, 그 두 번째가 청소년기다.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비로소 한 사람은 부모와 다른 독립적 인격체이고,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심리적ㆍ신체적으로 부모에게서 성공적으로 독립한 사람은 이성 관계를 비롯한 대인관계에서 자아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을 훌륭하게 갖게 된다. 자신에 대한 인정, 사랑, 결속을 취하기 위해 자신의 통합성을 포기하지 않으며 안정되고 편안하게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분리ㆍ개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율성이 부족하고 타인과 자신을 분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다른 사람에게 융합시키려고 한다. 따라서 자신의 일관된 신념에 따른 독립적 행동이나 자발적인 삶을 살기 어렵게 된다. 즉, 남의 견해에 쉽게 의존하고, 남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는 데에만 집중해서 집착적인 행동을 보이게 된다.
#4 평생 노력해야 할 애착 형성
함께하는 시간보다 소통의 질이 중요하다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불안정한 집착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시기를 유아기라고 흔히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분리·개별화 과정은 일생 동안 지속된다. 청소년기를 잘 보낸 후라고 해도 성인 이후 이성교제에서 제대로 된 분리ㆍ개별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애착이 아닌 불안정한 상태인 집착 상태에 빠진다.
사람은 이성관계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하는데, 이때 사랑하는 상대와 자신을 적절하게 떨어뜨려 놓고 그 사람을 그 사람대로 바라보고 존중하지 못하게 되면(분리·개별화 실패), 상대와의 심리적·신체적인 경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연애 상대를 내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제3자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 여기면서 집착하게 된다.
물론 동성이든 이성관계이든 간에 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종종 집착과 구별하기 어렵다. 집착은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표현으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집착 행동을 연애의 초기에는 정상적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도가 심하고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경우 병적인 집착으로 간주된다. 또한 집착은 자신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많은 물질적·정신적 에너지 낭비를 일으키고, 결국 정상적인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애착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의사소통의 질'을 꼽았다. 단순히 옆에 있어 준다고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유아기 양육자와 유아의 의사소통은 물론, 성인의 애착형성에도 그 시기에 가장 중요한 대상, 즉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의사소통의 질이 애착과 집착 관계를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강섭
성균과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신과 연구원으로 '불안쟁애'를 연구했다.
대한불안장애학회, 대한생물정신의학회, 대한수면정신학회 등의 임원으로 활동 중이다. 대인공포, 사회불안장애에 대한 많은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월간헬스조선 10월호(94페이지)에 실린 기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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