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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그 후
[한국일보 사설-20141223화] 진보진영 위기와 기회... 존재감 없는 제1야당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한 통합진보당 해산의 파장이 크다. 통진당 또는 당원들에 내재된 종북성 이적성 폭력성과는 별개로, 시급한 체제적 위험이 컸느냐, 법적 강제를 통해야만 했느냐에 대한 진보진영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대한민국 체제의 건강성과 자신감의 허약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황증거를 통한 비약과 이른바 일반화의 오류 등이 뒤섞인 헌재 결정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느냐는 논란을 떠나, 헌법재판관들의 압도적 찬성은 우리 사회의 뚜렷한 보수화와 진보적 사고의 후퇴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점에서 이른바 진보진영의 맏형임을 자임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책임이 적지 않다.
사회의 진보방향에 대한 비전 부재, 내부의 파벌, 계파주의, 대북 문제 특히 우리 내부의 종북주의에 대한 미숙한 대응은 결국 옛 민주당과 그 바통을 이어받은 새정치연합에 대한 국민의 무관심, 민심 이반과 무관하지 않다. 존재감 없는 제1야당이라는 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세월호 참사 이후 질래야 질 수 없다는 선거에서 패배를 밥 먹듯이 하고도 야당의 내부 혁신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1야당의 얄팍한 기득권에 안주해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리더십의 부재와 강경파의 지도부 흔들기가 내부 동력을 소진하며 지리멸렬한 모습만 보여줬을 뿐이다.
오랜 기간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던 새정치연합이나 야권에게 통진당 해산 결정은 위기이자 기회다. 헌재 결정이 향후 정치지형에 미칠 충격파가 일시적인 걸로 생각해선 오산이다. 당장 새누리당은 통진당의 원내 진출을 이끌었던 과거 야권연대를 거론하며 새정치연합의 원죄적 책임을 따지고 있다. 야당이 단순히 “정당의 자유 훼손 우려”만 외치면서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자세를 취할 일이 아니다. 진보 방향에 대한 좌표의 재정립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선제적이고 개혁적인 조치들이 요구된다. 지금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 이른바 ‘빅3’의 당권 출마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을 빚고 있지만, 침체된 야당, 진보진영의 발전적 진로에 대한 고민이 새정치연합에서 먼저 나와야 한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생각하더라도 그렇다.
정치적 고려와 무관하게 지금의 허약한 야당 체질로는 다원적 민주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가 경쟁과 보완, 견제와 협력을 통해 보다 나은 사회를 지향하는 정당정치의 순기능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체제적 자신감이 없이는 대북 문제, 통일 문제에서도 실효적이고도 생산적인 제안과 조치가 나올 수 없다. 여야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 견실하게 진보진영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41223화] 통진당 재건, 꿈도 꾸지 말라
새로운 진보정치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어제 열렸다. 이른바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에 따른 비상원탁회의’다. 함세웅 신부, 김상근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김중배 전 MBC 사장 등 진보진영 원로들과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대표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모였다.
토론회는 진보진영이 통진당 해산 이후 새롭게 거듭나는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여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결국 헌법재판소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불복하는 범국민 저항운동을 벌이자는 결론을 내리고 끝이 났다. 김중배 전 사장은 “통진당 사건은 통진당이라는 정당과 당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는 현장을 목격하게 한 테러”라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으로 새롭게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통진당 재건을 위해 전국적으로 투쟁하는 ‘민주쟁취국민행동’(가칭)을 만들 것과 한두 달 내에 시·군·구 조직까지 갖춘 투쟁조직을 건설하자는 구체적 주문도 내놨다. 한 인사는 “(국민의) 공포를 분노로 바꾸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내로라하는 진보 원로들이 참석한 비상원탁회의가 고작 내놓은 처방이 범국민 투쟁운동이라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이들은 통진당 해산을 촉발시킨 이석기 전 의원의 행태나 RO의 종북성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신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으로 몰아갔다. 달을 가리키는데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이정희 전 대표의 처신이다. 그는 토론회에서 “진보정치의 결실을 지켜내지 못해서 죄송하다. 무거운 책임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겠다”며 원로들에게 무릎 꿇고 큰절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진보 원로들에게 사죄를 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그들에게 표를 찍어준 유권자에게 사과했어야 했다. 대중과 괴리된 인식과 퇴행적 사고를 버리지 않는 한 진보정치는 환영받기 어렵다. 더욱이 통진당을 재건하려는 건 헛된 망상일 뿐이다. 통진당 재건 운운하기 이전에 그들 스스로 지적했듯이 정당해산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는데도 왜 국민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들지 않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사설-20141223화] ‘종북 옹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것
박근혜 대통령의 ‘지침’이 신호였나 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 결정”이라는 박 대통령의 언명이 나오자 당정과 장외의 극우 세력이 총궐기하는 양상이다. 새누리당은 ‘헌재 결정’ 비판에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으스스한 죄목을 들이대고, 야당을 향해선 “대선 불복보다 심각한 헌법 불복”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여당은 헌재 결정 규탄집회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검경은 엄단을 복창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대한 반대집회마저 처벌하겠다니 유신시대의 긴급조치를 방불케 한다. 보수단체들이 10만여명에 달하는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자,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착수했다. 때맞춰 종편을 필두로 한 일부 보수언론은 ‘헌재 결정 반대=종북=진보’의 틀을 꿰맞추려 안간힘이다. 다원성과 소수자 관용이란 민주적 근본가치를 훼손한 헌재의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이미 예견된 종북몰이 ‘이념전쟁’이 현실화한 것이다.
헌재 스스로도 정치적인 정당 해산 결정이 가져올 후폭풍을 짐작한 듯 결정문에서 “일반 당원들 및 경우에 따라 피청구인(진보당)과 우호적 관계를 맺기도 했던 다른 정당들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이념공세는 있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실현 불가능한 주문이다. 헌재가 정치적 소수파를 그 일부의 과오만을 이유로 공존하지 못할 반체제세력으로 규정해 강제 추방한 것 자체가 ‘종북 논쟁’과 무차별적 색깔론이 판칠 공간을 마련한 것이기 때문이다.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은 거듭 강조했듯이 국민주권, 기본적 인권, 복수정당제도 등 민주체제의 중요 요소를 송두리째 외면한 것이다. 헌재의 결정을 문제 삼는 건 그 자체가 수십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일궈온 민주주의를 나락으로 빠뜨렸기 때문이다. 헌재가 정당 해산의 근거로 삼은 ‘이석기 세력’보다, 국민주권과 정당의 자유를 침해한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더 위협이다.
헌재의 결정을 정당화하게 되면 한국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민주주의 암흑기로 내달을 수 있다. 주류 기득권 세력과 견해가 다른 소수파에 대한 공안탄압이 상시화되고, “사회적 낙인과 이념공세”로 끝없이 진보세력을 옥죄어 ‘사상의 동토(冬土)’가 초래될 수 있다. 여기서 침묵하고 방관하게 되면 그러한 공안탄압과 이념전쟁의 공범이 될 수 있다. 한국 민주주의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린 헌재 결정에 대한 최종적 검증과 심판은 정권의 가이드라인이나 강압적 공안몰이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이 내려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1041223화] 통진당 해산 이후 소모적 보혁 갈등 경계한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통진당) 해산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같은 당 소속 비례대표 지방의원 6명에 대해 의원직 상실을 결정했다. 통진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모두가 공식적으로 의정 활동이 금지된 것이다. 통진당 해산에 따른 법적 절차들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 세력이 곳곳에서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칫 지긋지긋하고 소모적인 국론 분열에 직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진보단체들은 헌재 판결에 대한 항의로 서울광장에 이어 지방 곳곳에서 규탄 집회에 착수했으며 대검찰청은 불법·폭력 집회와 시위에 대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전운마저 감도는 형국이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지난 19일 “이 결정이 우리 사회의 소모적 이념 논쟁을 종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지만 현실은 안타깝게도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와 진보 간 충돌은 이미 인터넷 공간에서 치열한 이념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통진당 해산을 ‘민주주의를 지킨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환호하고 있고 진보단체들은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불복운동을 촉구하며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는 망국적 국론 분열은 물론 통진당 해산 결정을 계기로 진보 전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일부 극우단체들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암약하는 종북주의자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통진당원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검찰도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과거 활동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으며 여당은 의원직을 상실한 전직 의원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쪽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헌재 판결에 따른 법적인 후속 조치라는 주장이지만 자칫 진보 세력의 합법적인 정치 활동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자유민주주의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면서 폭력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는 세력으로 봤기 때문에 해산을 결정한 것이다.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헌재 판결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사로 보인다.
남북 대치라는 준엄한 현실에서 정당 활동이 헌정질서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핵심인데 이를 기화로 건강한 진보 세력마저 북한 추종자로 몰아가며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분명히 우려할 대목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 헌법재판기관의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결정문 제출을 요청했다. 1999년 정당 규제와 해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한 베니스위원회가 세계적으로 사례가 드문 통진당 해산에 관심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정치적 압박은 되레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거듭 말하지만 통진당 해산 이후 종북주의자 청산을 앞세워 종북몰이로 가는 것은 신종 매카시즘이나 다름없다. 우리 사회를 이분법적으로 분열시키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이른바 ‘꼴통보수’와 ‘좌빨’로 대변되는 우리 사회의 극우·극좌 세력들이 활개치는 공간과 빌미를 줘서는 안 된다. 통진당 해산 이후 우리 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열린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공존하는 건강한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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