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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담뱃값 인상과 그 후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오형규(논설위원)-20150105월] 한 개비 담배
훈련병 시절 “10분간 휴식, 담배 일 발 장전!”만큼 달콤한 소리가 없었다. 군대와 담배는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입영전야’(최백호)는 “아쉬운 밤, 흐뭇한 밤, 뽀얀 담배연기…”로 가득했고, “한 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는” 사이가 ‘전우’였다. 서양도 마찬가지다. 레마르크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에선 “담배가 배급될 때 그것은 곧 공격시간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였다”고 썼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군대 관련 노랫말이 달라졌다. ‘입영열차 안에서’(김민우), ‘이등병의 편지’(김광석) 등에선 담배가 사라졌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피우던 담배는 16세기 초 스페인에 처음 전해졌다. 아시아엔 1571년 필리핀에 먼저 들어왔고, 1600년 중국에도 유입됐다. 조선에는 광해군 때인 1610년 전후에 전해졌다. 이수광은 《지봉유설》(1614년)에 “근세에 왜국에서 들어왔다”고 기록했다. 광해군은 담배를 혐오했지만 정조 고종 순종 등은 애연가였다고 한다.
군가 ‘전우’에서 담배 한 가치는 본래 성냥개비처럼 ‘한 개비’가 맞다.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는 ‘개비담배’가 옳은 표기지만 자주 사용돼 표준어에 포함됐다. ‘까치담배’, ‘개피담배’는 잘못된 표기다. 북한에서는 종이로 만 담배(궐련·卷煙)는 개비 수를 따지지 않고 총칭해서 가치담배라고 한다. 보루(담배 10갑)는 종이상자를 뜻하는 일본말 ‘보루바꾸’에서 왔다. 보루를 ‘포, 줄’로 순화토록 권장하지만 아직 어색하다. 북한에선 30갑을 한 보루로 친다.
새해 들어 담뱃값이 대폭 인상되면서 ‘가치담배’가 부활했다고 한다. 80년대 담뱃값이 500원이던 시절 100원에 3개비를 팔던 기억이 새롭다. 지금은 1개비에 300원이다. 한 갑이면 6000원이니 25% 비싼 셈이다. 그래도 가난한 애연가들에겐 감지덕지다. 하지만 가치담배는 담배사업법상 불법이다. 정해진 포장과 가격을 어겨 팔면 2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묵인해 왔을 뿐이다.
미국에도 속칭 ‘루시즈(loosies)’라는 가치담배가 있다. 한 갑에 12달러가 넘는 뉴욕에선 개비당 1달러에 판다. 최근 경찰 단속과정에서 목졸려 숨진 흑인남성도 가치담배를 팔던 불법 행상이었다.
새해부터 금연을 결심한 이들이 많다. 금연클리닉이 북적인다. 담뱃값 4500원 중 73.7%(3318원)가 세금·부담금이어서 흡연자들이 ‘정부의 봉’이냐는 볼멘소리가 많다. 기왕 끊을 바엔 돈보다는 건강을 생각해 끊는 게 당당하지 않을까.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105월] 담배 대체재
새해의 시작과 함께 담뱃값이 두 배 가까이 오르면서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작심삼일'이라고 했듯이 금연 시도로 해마다 1월이 되면 담배 판매량이 급감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올해는 특히 지난 연말의 '사재기' 영향까지 겹치면서 담배 소매점을 찾는 발길이 뚝 끊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올 1월의 금연 결심이 종전과 다른 것은 바로 담배의 대체재인 전자담배(e담배).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타는 애연가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전자담배가 많이 팔릴수록 유해성 논란도 점점 더 확산되는 추세다.
미 식품의약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전자담배 규제는 일반 담배의 규제 못지않다. 전자담배를 '담배(tobaco product)'로 규정하고 공공과 실내 장소, 직장에서의 전자담배 흡연을 금지하고 미성년자에게 판매와 광고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담배는 청소년과 태아의 건강에 상당한 위협을 초래하는 것으로는 전해져 있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그러나 전자담배 규제에 반대하는 쪽의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 유해성을 증명할 구체적 증거가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커피나 설탕 같은 제품을 버젓이 두고 중독 자극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현실 문제가 모두 그러하겠지만 전자담배 역시 어느 것을 얻으려면 어느 것을 잃어야 하는 전형적 '트레이드 오프(상충효과)'에서 벗어날 수 없다. FDA가 실제 전자담배의 성분과 안전성 표준을 만드는 데 최소 4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규제 실행까지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0여가지 발암 물질이 들어 있는 담배 흡연으로 전세계적으로 연간 500만명이 폐암 등으로 사망한다고 하니 아직 유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전자담배의 소비쯤이야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설마 담배만큼이야 해로울까. 새해 들어 금연을 소망하는 흡연자의 한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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