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현대백화점 - 밀탑빙수

tyle.egloos.com/1828303


빙수의 교과서와 같은 압구정 현대백화점 5층 밀탑빙수. 그냥 아무것도 없다. 곱게 간 얼음과 팥, 떡 2조각이 전부다.
물론 우유도 좀 타있지만 (연유?는 넣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심플 그 자체다. 사진은 밀크팥빙수 7,000원.

가격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재료의 충실함으로 그걸 모두 커버하는 것. 팥도 직접 삶고, 떡도 직접 한다.
양도 적다. 아이스베리 같은 곳과 비교해보면 1/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밀탑빙수의 핵심은 빙질이다. 팥빙수의 생명은 얼음이 얼마나 곱게 갈렸는가 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판매되는
대부분의 빙수기계들은 얼음에 건더기가 생긴다. 조각 얼음이 나온다는 뜻. 이건 빙수의 품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빙질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본 적이 있었는데 얼음을 어떻게 얼리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냉장고 조각얼음으로 갈아서는 고운 빙질이 나오기 어렵더라는 것!
또한 카페 같은데서 흔히 쓰는 사각형 빙수기계도 별로다.

내 생각에는 큰 업소용 얼음의 투명한 부분을 사용하되, 고급 빙수기를 쓰고, 빙수기 칼날의 예리함을 계속 갈아서
유지하고 곱게 갈리도록 빙수기에서 얼음을 누르는 압력을 잘 조절하는 것이 빙질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개똥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빙수 제조자가 아니어서 그 황금비율 따위는 알 턱이 없다.

그래도 얼음을 가는 커터칼날은 뭔가 좀 달라야 하는 것 같다.
커피빈이나 스타벅스의 프라프치노 믹서기는 일반 믹서기와 좀 다르다. 한눈에 봐도 좀 튼튼해 보인다.
그래서 집의 믹서기로 얼음을 아무리 갈아봐도 그 빙질은 안나오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믹서기 꼭 갖고 말꺼다.

아무튼 그 빙질 때문이라도 밀탑 빙수는 계속 생각이 난다. 고운 빙질이 우유에 사르르 녹아들고 직접 삶은 팥은
군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떡도 먹어보면 쫄깃함과 신선함이 남다르다.
또 압구정 현대 인테리어는 다 변했지만 밀탑의 인테리어는 몇년째 그대로이다.
그냥 언제나 똑같은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좋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카페들의 팥빙수도 맛있는 곳들이 있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20,000원씩 한다. 물론 양은 2배이지만..


이날은 딸기과일빙수도 먹어보았다. 7,000원.
과일빙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싸구려 시럽맛이 싫어서.. 그래서 밀탑에서도 한번도 과일빙수를 먹어본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첫 시도! 근데 이건 딸기시럽이 잔뜩 들었는데 어떻게 만들었는지 싸구려 맛이 하나도 안난다. 새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이 나는 게 이런 빨간 빙수는 처음이었다. 오히려 밀크팥빙수보다 이게 더 맛있었다. 과일도 비록 몇조각(바나나, 파인애플, 키위, 수박 2조각씩)이지만 신선하고 잘 어울렸다. 아무튼 실망하지 않은 최초의 과일빙수! 매우 만족!


사실 팥빙수는 한낮에 뜨거운 햇빛이 가게 유리창 밖에서 부서지는 걸 보면서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먹어야 제 맛인데 현대 백화점은 사실 그런 정취는 없는 게 좀 아쉽다. 1층 야외 테이블에 배달해 주려나...

태양이 뜨거운 날에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여름날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