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우유도 좀 타있지만 (연유?는 넣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그냥 심플 그 자체다. 사진은 밀크팥빙수 7,000원.
가격은 계속 오른다. 하지만 재료의 충실함으로 그걸 모두 커버하는 것. 팥도 직접 삶고, 떡도 직접 한다.
양도 적다. 아이스베리 같은 곳과 비교해보면 1/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밀탑빙수의 핵심은 빙질이다. 팥빙수의 생명은 얼음이 얼마나 곱게 갈렸는가 에 있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 판매되는
대부분의 빙수기계들은 얼음에 건더기가 생긴다. 조각 얼음이 나온다는 뜻. 이건 빙수의 품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빙질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본 적이 있었는데 얼음을 어떻게 얼리느냐에 따라서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냉장고 조각얼음으로 갈아서는 고운 빙질이 나오기 어렵더라는 것!
또한 카페 같은데서 흔히 쓰는 사각형 빙수기계도 별로다.
내 생각에는 큰 업소용 얼음의 투명한 부분을 사용하되, 고급 빙수기를 쓰고, 빙수기 칼날의 예리함을 계속 갈아서
유지하고 곱게 갈리도록 빙수기에서 얼음을 누르는 압력을 잘 조절하는 것이 빙질의 핵심이 아닐까 하는
개똥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내가 빙수 제조자가 아니어서 그 황금비율 따위는 알 턱이 없다.
그래도 얼음을 가는 커터칼날은 뭔가 좀 달라야 하는 것 같다.
커피빈이나 스타벅스의 프라프치노 믹서기는 일반 믹서기와 좀 다르다. 한눈에 봐도 좀 튼튼해 보인다.
그래서 집의 믹서기로 얼음을 아무리 갈아봐도 그 빙질은 안나오는 것 같다. 언젠가 그 믹서기 꼭 갖고 말꺼다.
아무튼 그 빙질 때문이라도 밀탑 빙수는 계속 생각이 난다. 고운 빙질이 우유에 사르르 녹아들고 직접 삶은 팥은
군내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떡도 먹어보면 쫄깃함과 신선함이 남다르다.
또 압구정 현대 인테리어는 다 변했지만 밀탑의 인테리어는 몇년째 그대로이다.
그냥 언제나 똑같은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좋다.
청담동이나 가로수길 카페들의 팥빙수도 맛있는 곳들이 있지만 그런 곳들은 대부분 20,000원씩 한다. 물론 양은 2배이지만..
이날은 딸기과일빙수도 먹어보았다. 7,000원.

사실 팥빙수는 한낮에 뜨거운 햇빛이 가게 유리창 밖에서 부서지는 걸 보면서 시원하게 땀을 식히며 먹어야 제 맛인데 현대 백화점은 사실 그런 정취는 없는 게 좀 아쉽다. 1층 야외 테이블에 배달해 주려나...
태양이 뜨거운 날에 팥빙수를 먹을 수 있는 여름날이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