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입시
자연계 논술 21% 교과과정 벗어나… 선행교육 규제법 시행 전보다 증가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ㆍ올 대입 13개 대학 중 9곳 위반… 이화여대 52% 최고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의 2015학년도 대입 논술시험에서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21.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공교육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 규제법)에 역행하며 교육과정 밖 문제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새정치민주연합 박홍근 국회의원은 2015학년도 서울 13개 대학의 자연계 논술 문제를 분석한 결과, 301개 문제 중 64개(21.3%)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제를 출제했다고 25일 밝혔다. 2014학년도 20.9%(215개 문제 중 45문제)보다 1.9%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선행교육 규제법은 대입 전형은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출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13개 대학 중 9개교는 법을 위반해 대학 교과 내용 등에서 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여대(52.9%)·연세대(47.8%)·홍익대(45.5%)는 절반가량의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학 논술은 이 비중이 더욱 높아 연세대는 83.3%, 이화여대는 52.9%, 홍익대는 45.5%를 고교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했다.

연세대 수학 논술에서 점화식을 푸는 문제와 고려대 화학 논술에서 쌍극자 모멘트 값을 직접 구하는 문제는 대학과정의 선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사교육걱정 측은 설명했다. 성균관대 물리 과목에서는 보통 대학 3학년 과정인 기초전기학에서 배우는 편미분이 사용됐다.

전체 문항의 84.1%가 문제풀이와 정답이 있는 본고사 유형으로 출제된 점도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논술고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강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이화여대·한양대·홍익대는 모든 문제를 본고사형으로 출제했다. 반면 고교 과정 밖에서 출제하지 않은 대학은 건국대·동국대·서울시립대·숙명여대 등 4곳에 그쳤다.

윤지희 사교육걱정 공동대표는 “선행교육 규제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 비율이 오히려 늘고 있다”며 “13개 대학은 모두 지난해 공교육정상화기여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원받고 있는데, 교육부는 이 같은 입시 결과까지 반영해 선행교육규제법 위반 대학에는 지원금을 삭감하는 등 엄중한 행정제재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