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진화의 창]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미덕

뇌과학자들과 심리학자들의 조언을 받아 완성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마음의 작동 방식에 대한 최신 과학 성과를 꽤 정확히 그려낸다. 아쉽게도 아주 정확하지는 않다. 물론 이해한다. 이 영화는 과학 교육용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을 위한 영화니만큼 줄거리를 최대한 단순하게 해야 했을 것이다. 어쨌든, 다섯 감정만이 본부에서 마음을 지휘한다는 설정이 왜 중요한지 살펴보자. 이 글에 스포일러는 별로 들어 있지 있다.
1943년 픽사의 모회사 디즈니는 8분짜리 애니메이션 <이성과 감정>을 제작했다. 차가운 이성은 안경 끼고 양복 입은 신사로 그려진다. 뜨거운 감정은 도끼 들고 털가죽 걸친 원시인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둘은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를 놓고 서로 티격태격한다. 출출한 밤에 ‘치맥’을 먹고 살쪄버릴까, 아니면 그냥 자서 다이어트에 성공할까 심각히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성과 감정이 머릿속에서 항상 충돌하는 이 그림이 더 그럴듯하게 여겨질 것이다. 놀라지 마시라. 최근의 많은 연구는 이러한 통념이 틀렸음을 보여준다. 통제 본부에는 감정만 있어서 우리를 지휘한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감정들이.
왜 그럴까? 우선 라일리의 머릿속이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설비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음을 되짚어보자. 성격 섬들, 장기 기억창고, 꿈을 상영하는 극장, 상상의 나라, 생각의 기차, 추상적 사고의 복합건물, 협곡 아래의 기억 폐기장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오직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만이 이처럼 복잡한 설비들을 만들 수 있다. 자연선택은 무작위적인 유전적 변이 중에 다음 세대에 가장 잘 전파되는 변이만을 우직하게 골라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왠지 ‘자연선택’이라는 명찰을 단 채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건축가 캐릭터가 연상된다). 그 결과, 인간의 진화 역사에서 생존과 번식을 좌우했던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을 잘 해결하게끔 만들어진 설비들이 머릿속에 장착된다.

그런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마음속의 복잡한 설비들이 원활하게 잘 작동하려면 중간에서 지휘하고 조정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예컨대, 어린 라일리가 장난감 수레를 타고 질주하다가 앞에 놓인 전깃줄을 발견한다. 계속 나아가면 수레가 줄에 걸려 넘어져서 라일리가 크게 다치게 된다. 어떤 설비들이 활동을 시작해야 할까?
첫째, 안전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둘째, 겁먹은 표정을 지어 부모에게 도움을 청한다. 셋째, 심장 박동이 빨라져 바로 행동에 뛰어들게 한다. 넷째, 다른 일에는 주의를 꺼버린다. 당장 오줌 마려운 것쯤이야 무시한다. 다섯째, 추론을 해서 지금 바로 수레에서 내리면 안전할지 등을 계산한다. 여섯째, 과거에 비슷한 곤경에 처한 적이 있는지 기억해낸다. 이들은 모두 라일리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꺼번에 작동되어야 하는 설비들이다. 영화에서 ‘소심’으로 나오는 두려움 정서가 제어판의 단추를 눌러 이들을 모두 작동시킨다.
여기서 감정이 지휘하는 측면 중에는 표정, 심장 박동처럼 생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주의, 추론, 기억처럼 인지적인 측면도 있음을 주목하길 바란다. 영화에서 추상적 사고, 귀납적 추리 등이 의인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본부 밖에 세워진 시설로 묘사되고 있어서 흥미롭다. 반면에 다섯 감정은 본부 안에 있으면서 라일리의 몸과 마음을 지휘한다(라일리의 어릴 적 상상 친구 ‘빙봉’은 ‘기쁨’을 “본부의 높은 분”이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분노를 담당하는 감정 ‘버럭’은 라일리가 고향 미네소타로 가출하게 한다. 여기에는 라일리가 인터넷에서 시외버스 시간표를 알아보고 여행 경비를 조달하는 등의 인지적인 활동도 포함된다.
<인사이드 아웃>이 지닌 미덕 중 하나는 정서가 우리 마음속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정서는 당면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필요한 여러 심리 장치들(생리 반응, 지각, 주의, 추론, 기억, 동기 부여, 학습, 의사소통 등)을 매끄럽게 조정하고 지휘하는 관리자다. 앞서 말했듯이, 과학자에게 트집 잡힐 부분도 꽤 있다. 필자가 가장 불편했던 점은 하키, 가족, 친구 등 라일리가 살면서 겪은 경험들이 라일리의 성격을 전적으로 빚어낸다고 그린 부분이다. 성격은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외부 경험의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 잘 알려졌다. 아마도 제작진이 성격심리학자의 조언을 귓등으로 흘린 듯하다.
'관심.일상 > 문화.예술컨텐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헤이리 예술마을 (0) | 2016.01.17 |
---|---|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슬픔이랑 사귀기2015-07-23 (0) | 2015.07.29 |
지역과 이웃을 가꾸는 문화예술교육-송미령 _arte2015.04.05 (0) | 2015.04.11 |
연구소관련 정보사이트 (0) | 2014.10.10 |
연구소기업 등록절차 등에 관한 규정-2013년 8월6일미래창조과학부장관 (0) | 2014.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