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서 드러난 탈북자의 삶은 여전히 ‘2등 국민’

기사입력 2015-09-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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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사선을 넘어 찾아왔지만 따뜻한 남쪽 나라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남한 내 정착한 탈북민의 삶은 여전히 고달팠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재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통일부와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부 탈북민들은 남한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북한에서 살던 때가 생활수준이 더 높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살았던 때의 생활수준에 대해 상류층 12.7%, 중간층 36.6%, 하류층 50.5%라고 응답했지만 현재 남한에서 살 때의 생활수준에 대해서는 상류층 3.3%, 중간층 23.1%, 하류층 73.2%라고 응답했다.

향후 생활수준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탈북민 비율도 2012년 75.4%에서 2014년 68.5%로 감소했다.

심 의원은 “향후 생활수준 향상 기대치가 감소한 이유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서 주로 저임금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어 수입 증가 기대가 크지 않은 것 때문으로 추정된다”며 “하나원 교육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용돈 이외의 직업훈련 수당도 지급해 북한이탈주민이 취업역량 강화에 전념하도록 한 후에 사회편입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아무런 경제적ㆍ사회적 기반이 없이 시작하는 탈북민의 특성상 북한에 있을 때보다 상대적 박탈감을 더 크게 느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탈북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기대치가 2012년 대비 2014년에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탈북민의 약 70%는 향후 생활수준이 현재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있을 때 쌓은 전문경력도 남한에서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통일부는 탈북민을 관리직, 군인, 노동자, 무직, 예술체육, 전문직, 아동과 청소년 등 비대상으로만 구분할 뿐 상세한 탈북자DB는 갖추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탈북자 전문직 종사 경험자는 현재까지 636명으로 교원이 192명, 간호사 149명, 의사 100명, 연구원 33명, 설계원 10명, 약제사 7명, 기사 7명 순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탈북자들의 의료 및 기술자격 인정현황은 의료분야의 경우 87건 신청에 31건 인정으로 36.5%, 기술분야의 경우 26건 신청에 7건 인정으로 26.9%에 그쳤다.

김 의원은 “탈북민들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익숙한 직업군에서 취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며 “탈북민의 전문경력이 최대한 인정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 청소년들의 학업중단률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었다.

김영우 새누리당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통일부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북한이탈주민 출신 청소년의 학업중단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초ㆍ중ㆍ고등학교 전체 재학생의 학업중단률은 2012년 3.3%에서 2015년 2.2%로 다소 개선됐다.

그러나 탈북 고등학생의 중도탈락률은 2012년 4.8%에서 2013년 1.6%로 감소했다 2014년 다시 7.5%로 증가했고, 2015년 4월 현재에도 7.3%를 기록하는 등 오히려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탈북 청소년의 학업중단률은 일반 청소년과 비교하면 초등학생은 6배, 중학생은 10배, 고등학생은 7배에 달했다.

김 의원은 “고학년 탈북청소년들의 중도탈락률 증가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고학년일수록 교육과정에 보다 적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만큼 이에 맞는 학년별 맞춤형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북전문가는 “흔히들 탈북민을 미리 온 통일이라고 하는데 탈북민 2만8000여명이 넘어선 상황에서도 여전히 그들은 대한민국의 ‘2등 국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게 불편한 진실”이라며 “통일대박론과 통일외교론 같은 청사진도 중요하지만 탈북민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