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대입 POINT] 논술전형 비중 줄었다고? 뜯어보면 ‘반전’ 있다
  • 이원상 기자

  • 입력:2017.01.19 19:17
  • 2018 달라지는 입시, POINT를 잡아라 ④

     



    《2018학년도 입시는 2017학년도 입시와는 또 다르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는 정시모집 비중이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된다. 대학들의 수시 전형 계획에도 상당한 변화가 엿보인다. 
     

     

    고3 수험생이라면 이러한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한 대학의 입시 방침에 의해 다른 대학의 입시 결과가 영향을 받고, 수시와 정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대입 환경에서는 중요해보이지 않는 변화도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듀동아는 총 5회 차로 연재되는 ‘2018 달라지는 입시, POINT를 잡아라’ 시리즈를 통해 이미 예고된 2018학년도 입시 환경의 변화와 그로 인한 영향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자신이 치러야 할 올해 입시가 지난해와 비교해 얼마나 달라졌는지, 또 이러한 변화가 자신의 대입 지원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꼼꼼히 따져보자.》 

     

    내신 성적은 좋지 않지만 모의평가 성적은 잘 나오는 학생, 학생부 관리는 미흡하지만 글쓰기에 뛰어난 감각이 있거나 수학, 과학 분야에서 남다른 강점을 보이는 학생이라면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을 노릴 것이다. 크게 학생부위주전형과 논술전형으로 나눠지는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위주전형에 지원할 수 없으니 남은 논술전형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는 것. 

     

    하지만 2018학년도 수시모집에서 논술전형의 비중은 떨어졌다. 급기야 고려대는 논술전형을 폐지한 상황이다. 논술전형의 문이 좁아진 만큼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논술전형을 노리는 학생들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일.  

     

    이에 대해 입시전문가들은 “논술전형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왜 그럴까? 2018학년도 논술전형의 영향력은 어떠할까? 무엇을 중심으로 대비해야 좁아진 논술전형의 문을 뚫을 수 있을까? 


     

    ○ 실질적인 모집인원, “크게 줄지 않았다” 
     

    2018학년도에 논술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총 31개교. 지난해보다 1개 대학이 늘었지만 논술전형의 전체 모집인원은 1만4861명에서 1만3120명으로 1741명이 줄었다. 1741명. 많은 숫자 같지만 모든 대학에서 많은 인원을 갑자기 ‘확’ 줄인 것은 아니다. 1741명 중 절반이 넘는 1040명은 고려대가 논술전형을 폐지하면서 줄어든 인원이다. 즉 논술전형으로 뽑는 인원은 크게 줄었지만 그 중 절반이 넘는 수치가 한 대학에서 줄어든 것이므로 고려대를 제외한 다른 대학에선 큰 변화가 없는 셈.


     

    고려대를 제외한 서울 주요 대학의 논술전형 증감 모집인원을 살펴보면, 줄어든 인원은 155명에 불과하다. 이는 1741명 중 8%에 해당하는 수치. 즉, 고려대를 제외하고 서울 주요대학의 논술전형의 비중은 여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20%에 달하는 인원을 논술전형으로 선발하고, 성균관대는 전체의 26.9%에 달하는 957명을 논술전형으로 뽑는다.

     

    특히 논술전형은 의대를 노리는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전형이다. 


     

    성균관대 치의예과, 연세대 치·의예과, 한양대의 의예과 등의 논술전형 모집인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재진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실장은 “고려대에서 논술전형을 폐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상위권 대학에서 논술전형으로 많은 인원을 뽑고 대학별로 따져보면 모집인원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아니므로 경쟁률이 치솟을까봐 미리부터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 논술전형, 논술고사의 비중이 절대적! 
     

    학생부에 자신이 없는 학생이라면 희망 대학 논술전형의 반영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논술전형에선 논술고사 뿐만 아니라 학생부도 반영하기 때문. 

     


     

    주요대학 대부분은 논술고사의 반영비율을 60~70%로 유지하고 있다. 학생부의 비중을 줄이고 논술고사의 비중을 늘린 대학도 있다. 서강대의 경우, 기존에는 학생부 40%, 논술 60%로 반영해 학생을 선발했지만 2018학년도에는 논술고사의 비중을 80%로 늘렸다. 논술고사에 강점을 보이는 학생이라면 이 전형에서 더욱 유리해진 것이다. 

     

    실질반영비율을 살펴보면 논술고사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실질반영비율이란 특정 전형 요소가 실제로 전형 총점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 논술전형 총점을 100점으로 두고 있는 성균관대를 예로 들어보자. 이 대학의 학생부 반영점수는 40점, 논술고사 반영점수는 60점. 학생부반영비율이 의외로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부에 부여하는 기본점수가 무려 20점에 달한다. 학생부의 명목상 반영점수는 40점이지만, 그 중 기본점수를 20점 주고 있으므로 실질반영비율은 20%에 불과한 것. 대부분의 대학 논술전형은 이처럼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낮은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논술고사의 실질적인 비중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김명찬 종로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017학년도 기준 논술전형의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을 분석했을 때 △고려대 △숙명여대 △연세대 등은 논술전형에서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이 10%대에 불과했다”면서 “논술전형은 내신 성적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능이나 논술에서 강점을 보이는 우수한 학생들을 뽑기 위한 전형이므로 2018학년도에도 학생부 실질반영비율은 낮게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논술고사가 논술전형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 논술전형 당락 가르는 것은 결국 ‘수능’ 
     

    논술전형에서 논술고사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논술고사만 잘 본다고 해서 합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술전형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는데, 이 기준이 만만찮기 때문. 결국 논술전형의 당락을 가르는 것은 ‘수능 성적’인 셈이다.


     

    <표4>의 연세대를 보자. 연세대는 논술전형에서 ‘국어, 수학, 탐구 2과목 등급합 7이내’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한다. 하지만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에선 ‘국어, 수학, 탐구 2과목 중 2개 과목의 등급합 4’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고 있다. 즉, 연세대 학생부종합전형(활동우수형)에 합격하려면 4과목 중 2개 영역만 2등급을 받으면 되지만, 논술전형에 합격하려면 4개 과목 중 2등급 3개, 1등급 1개를 받아야 할 정도로 논술전형의 최저기준이 더 까다로운 것.

     

    상황이 이렇다보니 논술전형의 최저학력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최종 단계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많다. 경희대가 공개한 2016학년도 수시 논술전형 지원자의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에 따르면, 건축학과(인문)의 경우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한 학생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김명찬 소장은 “2018학년도에는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이를 고려해 최저학력기준을 높인 대학도 있어서 논술전형의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저학력기준 충족률이 낮기 때문에 실제로 최종 단계에서 경쟁하는 지원자의 수는 줄어든다. 이에 따라 수능에 강점이 있는 학생이라면 논술전형 합격에 매우 유리해지는 것. 

     

    수능에 자신이 없더라도 논술고사에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학생이라면 논술전형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2018학년도에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없앤 학교도 있기 때문. 인하대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런 대학들은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김명찬 소장은 “최저학력기준이 없다고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최저학력기준 자체가 없으므로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하지 못한 학생들도 없다. 이에 따라 이들 대학은 경쟁률 하락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이원상 기자 leews1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