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때 주의력결핍 판정, 지금도 약 복용… 다른곳 눈 안돌리고 니트 하나에만 집중”

김동욱 기자 입력 03:00수정 2017-1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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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DF 수상자 이승준 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이승준의 옷들은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그는 “물감으로 몇 천 개의 색을 만든 다음 색상을 고른다. 그 색상에 맞춰 원사를 주문해 옷을 만들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제가 과연 어른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패션디자이너 이승준(34)이 12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 제13회 수상 디자이너로 표지영(34)과 함께 선정됐다. SFDF는 세계 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신진 패션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창작 활동을 위해 10만 달러(약 1억1000만 원)를 지원한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0년 전만 해도 패션디자이너로서 성공하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다. 12세 때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판정을 받아 지금도 약을 복용하고 있다. 5분 이상 책을 읽지 못하고 몇 줄의 이메일을 쓰더라도 제대로 끝내지 못한다. 

“각종 치료를 받고 약을 끊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도 남들 다 하는 일을 제대로 끝맺지 못해 많이 힘들었죠. 20대 중반에는 미래 걱정에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영국으로 간 그는 패션 명문학교인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틴에서 공부했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의 브랜드 플라이스(PLYS)를 시작했다.

 
“베를린은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은 도시예요. 평소 운동복을 입는 사람이 많죠. 시장 조사를 해보니 스포티한 니트 브랜드가 없었어요. 눈에 쉽게 띄는 색상에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니트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죠.” 

바지, 티셔츠, 셔츠, 재킷, 코트 등 다양한 품목을 만드는 다른 패션디자이너들과 달리 그는 니트 하나에 집중했다. 틈새시장 진입도 그 이유지만 ADHD도 영향을 끼쳤다.


“많은 패션디자이너가 늦은 밤까지 오랫동안 일해요. 저는 집중력이 떨어져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하나에만 집중하자였죠. 첫 시즌 때도 딱 6가지 디자인만 만들었어요.” 

 
니트 스포츠웨어, 그것도 질 좋은 원사에 탄탄한 직조와 눈에 띄는 디자인은 단숨에 패션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해에 영국 셀프리지, 하비니콜스를 비롯해 홍콩 레인크로퍼드 등 세계 유명 백화점이 그의 옷을 사갔다.

“패션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꿔본 백화점들이에요. 몇백만 원 정도만 판매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몇천만 원 단위로 주문해서 저도 놀랐어요.”

앞으로 아동복 분야에 진출하고 싶다는 그는 엉뚱하게도 약학 분야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100세 시대에는 직업을 3번 이상 바꿔야 한대요. 독일이 약학으로 유명한데 요즘 자연 치유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자연 처방 위주의 약방을 한번 열어보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Main/3/all/20171213/87704226/1#csidx748a4a7192a02ad8475ec33cc8ada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