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에 ‘해양르네상스’의 서막이 열린다. 강원권 유일의 국가관리 무역항인 동해항이 3단계 개발사업으로 환동해·북극권 거점항만으로 도약한다. 동해항에는 2020년까지 정부 예산과 민간자본 등 1조70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가 투입된다. 인근의 묵호항은 해양관광항으로 재창조된다.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 터미널과 수변공원, 문화·숙박시설 등이 들어서면 묵호항은 동해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항에 2020년까지 1조7000억원 투입… 북방교역의 전진기지
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동해항 3단계 개발사업이 첫 삽을 떴다. 2020년까지 1조6895억원을 들여 5만t급, 10만t급 등 7선석(선박을 매어두는 접안장소)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선박이 안전하게 접안해 화물을 내리고 승객을 승·하선하는 데 필요한 구조물인 안벽 2180m, 방파제 1850m, 방파호안(방파제가 파도에 의해 침식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경사면에 설치하는 구조물) 2314m, 친수시설 8만㎡ 등 기반시설은 정부재정(9237억원)으로, 수익성이 있는 부두시설은 민자(7658억원) 유치로 추진한다.
동해항의 부두 길이는 3412m로 16척의 선박(최대 5만t급)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3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동해항의 접안능력은 23척(최대 10만t급)으로 늘어난다. 시멘트와 석탄, 석회석, 망간 등을 처리하는 동해항의 하역능력도 현재 연간 2171만t에서 4108만t으로 1937만t 증가한다. 해수부는 ‘동해항 3단계 개발사업’을 통해 생산 유발효과 3조8843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1조3361억원, 고용 유발효과 1만5000여명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추산했다.
◆동해항 국가경제발전 견인… 투자 없어 경쟁력 약화
동해항은 경제개발계획에 의한 우리나라 경제의 고도성장과 1980년대 중반 500억달러 수출목표 달성을 위한 수출전진기지와 임해공업단지의 조성을 유도하고자 1973년 9월에 건설계획이 확정됐다. 1974년 4월 제1종항으로 지정된 뒤 1979년 2월 무역항으로 개항했다.
1단계 사업으로 시멘트 수출 등 대규모의 수출전용 항만을 건설하고자 1974년 5월부터 1980년 10월까지 정부 예산과 세계은행 차관 등 총 645억원을 투자해 방파제를 비롯한 외곽시설, 안벽 5만t급 등 9선석을 완공했다. 이후 증가하는 항만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려고 2단계 사업으로 1991년 12월부터 1999년 11월까지 총사업비 1127억원을 들여 진입도로와 안벽 7선석(5만t급 등)을 완공해 오늘의 동해항에 이르고 있다. 동해항은 1979년 개항 이후 지금까지 석탄과 시멘트, 기타광석 등 국가기간산업 원자재를 처리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 8대 항만이자 국내 1위의 시멘트 항만인 동해항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와 도적에 직면해 있다. 동해항의 접안능력은 여수광양항(99선석), 울산항(115선석), 인천항(122선석), 부산항(201선석) 등 다른 항만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 선석 부족에 따른 체선율(항만에 들어선 뒤 접안하지 못하고 12시간 이상 대기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4.4%)의 4.6배인 20.2%나 된다. 각종 시설 확보율도 74%로 낮은 수준이다. 동해항에는 1998년 금강산 관광선이 취항했지만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격 사망 사건 이후 중단된 상태다.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은 일본 사카이미나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주 1회 운항하고 있다.
동해항은 1999년 2단계 사업이 끝난 뒤 시설 확충에 필요한 투자가 거의 없었다. 이렇다 보니 물류비 증가 등으로 항만경쟁력이 갈수록 약화하고 있다. 국내 전체 항만의 물동량은 계속 늘어나는데 동해항의 화물처리량은 줄고 있다. 동해항의 비컨테이너 물동량은 2010년 2800만t에서 2011년 3100만t대로 올라섰지만 전국 항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2013년 3.28%까지 올랐다가 2014년 3.26%, 지난해 3.0%로 떨어졌다. 동해항의 수출량 역시 2013년 2047만t에서 2014년 2154만t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2091만t으로 추락했다.
◆동해항의 미래
정부는 동해항이 새롭게 재도약할 수 있는 3단계 사업을 계획했다. 동해항의 체선율을 해소하고 국가기간산업 원자재 등 물동량 증가에 대응하는 게 목적이다. 3단계 사업이 끝나면 동해항의 접안·하역능력이 증대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하는 ‘북방무역’의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동해항은 3단계 개장에 맞춰 진입도로와 인입철도 등 배후연계수송망을 확충해 원활한 물류수송 체계를 구축한다.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룬 친수시설과 녹지공간을 조성해 청정항만 이미지도 제공한다.
동해항 3단계 개발 사업은 그동안 항만 인프라 부족으로 침체한 북평산업단지가 활성화할 수 있다. 아울러 2024년까지 총 1조3075억원이 투입될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적 안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라시아 국가들로 하여금 북한에 개방을 유도함으로써 긴장완화로 통일기반을 구축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2013년 10월18일)과 해수부의 북극항로 개발정책, 한·러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북극항로가 활성화하면 동해항은 북방교역의 전진기지로서 환동해·북극권 거점항만의 역할과 기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묵호항, 해양관광항으로 재창조
동해시는 해수부가 ‘묵호항 재창조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승인 고시함에 따라 최근 묵호항 제1단계 재창조사업을 본격 시작했다. 현재 묵호항은 기존 항만시설의 노후화로 유휴부지가 증가하고 지역 상권이 침체돼 도시기능 활성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묵호항은 소규모 어항이었지만 1930년대 삼척·태백지역 탄광개발과 발맞춰 무연탄 출항 중심 항만으로 성장했다. 묵호항은 1970년대 급속하게 발전한 동해항의 보조항만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묵호항은 시설이 노후화하고 유휴부지가 증가하면서 지역 상권은 깊은 시름에 잠겼다.
이를 극복하고자 해수부와 동해시가 소매를 걷고 나섰다. 양측은 지난해 6월 사업시행자 구성, 해경 경비정 이전방안, 보안구역 해제 등에 관해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묵호항 한복판에 있는 보안구역은 1940년대 개발 당시부터 장벽에 철조망까지 쳐 민간인 출입을 막아 왔는데, 1980년 초부터 국제항만 기능이 쇠퇴하면서 해제가 결정돼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묵호항에는 2017년까지 총 126억여원이 투입돼 1단계 구역 부지 3만5000㎡에 묵호항과 울릉도 간 여객터미널(지상 5층)이 새로 건립된다. 주차장과 공원·녹지, 광장 등도 확충된다. 이번 사업이 마무리되면 묵호항은 연간 230만명의 관광객과 17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됐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남북으로 해안도로가 연결된 동해시는 해안은 물론이고 계곡과 산림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풍부하고 울릉도·독도와 최단거리에 위치해 있다”며 “동해시의 지리적·환경적 여건을 바탕으로 연안여객터미널과 국제여객터미널 등이 연계되면 묵호항은 해양관광항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차관은 “러시아와 가까워 ‘북방경제’에 유리한 유치를 점하고 있는 동해묵호항은 정부가 꾸미고 있는 해양강국 실현에도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