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마스크 100만장 생산하는 개성공단, 놀려야겠습니까”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9일 개성공단의 섬유봉제업체들을 즉각 가동시켜 세계 마스크 대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9일 개성공단의 섬유봉제업체들을 즉각 가동시켜 세계 마스크 대란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제공
2020.03.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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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김진향 이사장 “국제사회에 가동 설득”

“국내 굴지 봉제업체들은 개성공단에 모여 있습니다. 한 달에 100만장을 생산할 수 있는 마스크 전문 제조업체가 있고 면마스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50여개 사나 되죠.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니 지금이야말로 개성공단 빗장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감염병 공포를 불러왔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생산시설과 숙련공까지 대기
봉제업체는 방호복 생산 가능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 재개’가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 “방역 물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개성공단이 세계에서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대규모 생산시설이 갖춰져 있는 데다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수만명의 숙련공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마스크 1일 생산량은 1000만장인데 수요는 3000만장 이상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믹(대유행)으로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팬데믹 초입 단계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도 마스크 구입 5부제까지 시행하고 있잖아요. 미국도 이미 지역 감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내 마스크 제조업체는 전무합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면 마스크와 방호복 등의 품귀 대란이 예상돼요. 벌써부터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에 미국과 유엔 등에서 구입 문의가 오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든지 미국을 설득할 수 있다는 방증이지요.”

그는 단기간에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19 전파력과 달리 방역 용품은 즉각 공급이 불가능한 체계라고 진단했다. 마스크 제조 설비 구축에 3~4개월 소요되는 데다 KF94 등의 마스크 생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에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개성공단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생방호복까지 만들 수 있는 70여개의 봉제업체들이 3만5000명에 달하는 북측 노동자들과 작업하면 세계 마스크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어요. 장담컨대 정부 의지만 있다면 한 달 안에 공장이 가동될 수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개성공단에서 마스크를 생산해낼 수 있다면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나락에 빠져 있는 입주기업들을 구해 경제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고, 마스크 대란을 막아 세계 감염병 예방에 기여하게 되며, 남북관계 복원에도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땐 세계적 품귀
제조업체 전혀 없는 미국서
한국에 마스크 구입 문의도

“팬데믹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 등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가동을 설득하기 가장 좋은 시점입니다. 통일부는 북한과 공단 가동을 협의하고, 외교부는 유엔과 미국의 예외 인정 설명절차를 동시에 거치면 됩니다.”

개성공단은 원칙적으로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부수적인 금융, 물품, 서비스 제공 문제가 제재와 연관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김 이사장은 북한에 직접 지원하는 게 아니라 공단에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사스와 메르스 때도 개성공단은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우리 정부가 ‘그게 되겠느냐’라는 태도로 일관하면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면서 “현 위기를 기회로 삼아 마스크 공급체계를 갖추면서 남북교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진정성으로 대처하면 분명 좋을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