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멘토링] 농업철학·취미까지 ‘찰떡궁합’…최대 관심사는 ‘감성농업’

입력 : 2019-07-01
 
멘티 김승중씨(왼쪽)와 멘토 연충흠씨가 돌배나무 묘목을 둘러보고 있다.

[귀농·귀촌 멘토링 현장을 가다] 강원 홍천 돌배농장

농사에 전혀 뜻 없던 김승중씨, 우연히 멘토 연충흠씨 만나 조언 들은 뒤 ‘돌배 재배’ 결심

“돌배나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 큰돈 욕심보단 경관농업에 더 관심”

연씨 “젊은층 위한 첨단농업 외에 지역 고령농이나 은퇴 귀농인 위한

‘감성형 실버농업’ 육성도 중요해”
 


“아내들이 질투를 한다니까요. 일주일에 자기들하고 밥 먹는 횟수보다 우리 둘이 먹는 횟수가 더 많지 않느냐면서요.”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 귀농한 지 이제 5년차인 멘티 김승중씨(65)가 이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멘토인 연충흠씨(55)와 그야말로 ‘찰떡궁합’을 자랑해서다.

사실 김씨가 농사를 짓게 된 것부터가 연씨를 만났기 때문이란다. 고향은 강원 춘천이요, 대학 이후부터 퇴직할 때까지 서울 혹은 외국에서 농사와는 먼 길만을 걸었다. 퇴직 후 전원생활을 즐길 요량으로 일찌감치 홍천에 땅을 사놓긴 했지만 그저 좋은 풍경을 누릴 생각이었을 뿐 직접 농사를 지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저 텃밭 정도 가꾼다면 모를까,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다는 건 꿈도 꾼 적 없었어요. 그런데 4년 전 우연히 들어간 한 식당에서 멘토를 만나서 농사 얘기를 듣는데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는 경관농업·감성농업을 하면서 스스로 힐링을 하라는 멘토의 조언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작목이 돌배였다. 마침 연씨도 돌배를 재배하고 있어 기술을 배우기 수월한 데다 김씨의 농장이 위치한 해발 920m의 산비탈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이어서다. 무엇보다 5m×5m의 격자간격으로 늘어선 돌배나무가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는 것. 농업이 주는 치유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셈이다. 점차 늘리기 시작한 농장규모가 이제는 4만1300㎡(약 1만2500평)에 달한다.

“오랜 친구들도 다 놀라요. ‘네가 농사를 짓게 될 줄은 몰랐다’는 겁니다. ‘한 회사의 대표이사까지 하고 퇴직했으니 그런 거 안해도 먹고살 만할 텐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요. 근데 저는 백두대간을 배경으로 자라나는 돌배나무를 보고 있으면 ‘귀농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렇다면 김씨에게 이런 작목을 권유한 연씨는 어떨까. 홍천에서만 37년째 농사를 지은 베테랑인 연씨 역시 최대 관심사는 감성농업이라고 했다.

“사실 생산량을 늘리고 첨단기술을 도입하는 ‘미래농업’은 젊은 몇몇 사람들에 국한된 얘기 같아요. 저는 오랫동안 지역에서 농사를 지어온 고령농이나, 은퇴 후 제2의 삶을 찾아온 귀농인들에게 적합한 ‘감성형 실버농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내가 내 농장을 볼 때 감동받을 수 있어야 그 산물을 받아보는 소비자들에게도 감동이 전달되리라고 믿거든요. 그게 농업의 부가가치를 올리는 길이기도 하고요.”

두사람은 이런 농업철학뿐 아니라 가공 노하우부터 취미까지 공유한다. 농사가 바쁘지 않을 때에는 함께 여행을 다니며 다른 농가의 가공시설을 견학하기도 한다. 돌배는 흔히 생으로 먹는 과일이 아닌 만큼 두사람 모두 발효액·와인·식초 등 가공재료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돌배와 약초를 이용한 ‘산돌배 십전대보탕’을 준비 중이다. 음악 동호회 활동도 함께한다. 연씨는 색소폰을, 김씨는 기타를 연주한단다.

“멘토가 멘티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단순히 농업기술 전수만은 아닌 것 같아요.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법도 함께 알려줘야 진짜 멘토라고 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토지를 구하거나 생활하는 데 갈등이 생긴다면 토박이 멘토가 도와줄 부분이 분명히 있어요. 멘티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며 그런 어려움까지 돌봐주는 멘토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홍천=김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