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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미술의 힘] 미술관 된 달동네… 자고 나니 관광객 북적
입력 : 2012-12-07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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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6700105
마을미술 프로젝트 5주년
제주도 서귀포시 송산동에 위치한 샛기공원은 으슥한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곳이었다. 건너편에 있는 관광호텔 투숙객들이 가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들르기도 하고, 어쩌다 청소년들이 몰려와 시끄럽게 놀다 가기도 했다. 하지만 한 달 전 이곳에 미술작품이 들어서면서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조성구 조각가가 현무암과 색유리로 만든 의자 13점을 설치한 후 마을주민들이 애용하는 쉼터로 자리 잡았다.
샛기공원에서 2㎞쯤 떨어진 곳에 해군부대 하나가 있다. 콘크리트 담벼락이 허물어져 수년째 폐허처럼 보였다. 주민들도 담벼락 옆길을 지나다니기를 꺼려했다. 그러다 박건주 작가가 흰색 페인트와 자갈을 이용해 제주 풍경을 그린 벽화를 설치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주민들이 부대를 지나며 벽화를 감상하기도 하고, 초병들에게 “수고 많다”며 인사도 건넨다. 예술작품이 군인과 민간 사이 소통의 다리를 놓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12 마을미술 프로젝트’ 아트투어가 5∼7일 진행됐다. 5년째를 맞은 ‘마을미술 프로젝트’ 올해 사업은 서귀포 일대에 조성한 ‘행복 프로젝트’, 부산 감천동 등 4곳에 설치한 ‘기쁨 두 배 프로젝트’, 충북 음성 등 6곳에 마련한 ‘예술의 정원’으로 이뤄졌다. 서귀포의 경우 국고 5억원과 서귀포시 예산 10억원을 들여 이중섭미술관부터 소암기념관까지 4.9㎞ 구간에 20여점의 작품이 설치됐다.
미술작품이 들어선 서귀포 일대의 도로명은 ‘유토피아로’. 집주인이 도시로 떠나 몇 년째 방치돼 있던 폐가를 미술관으로 꾸미기도 하고, 쓰러지기 직전의 허름한 건물을 사진관으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슨 예술이냐”는 반응이었으나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지켜보면서 차츰 이해하게 되고 적극 돕기도 했다. 해군부대 옆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순근(65)씨는 “벽화가 생기고 나서 손님들이 이걸 보려고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서귀포 일대의 ‘행복 프로젝트’는 조성된 지 얼마 안 돼 가시적인 성과를 거론하기는 어렵다. 반면 2009년과 올해 사업지로 선정된 부산 사하구 감천동은 동네가 완전히 달라졌다. 산복도로가 있는 전형적인 달동네였던 이곳은 빈집과 골목길에 30여점의 작품이 들어서면서 ‘아트 빌리지’가 됐다. 마을에 들어서면 ‘감천과 하나 되기’ 작품이 인사를 한다. 감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마을 입구에 설치된 작품으로 진영섭 작가 등과 주민이 공동 작업했다.
60년이 넘은 집의 벽면에 포도 열매가 가득한 그림을 그려 미술작품으로 변신시키고, 폐허가 된 대중목욕탕을 개조해 전시장으로 단장하기도 했다. 골목골목마다 그림 표지판을 두어 관광객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동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건물에는 전망대를 두었다. 이곳에서 바라본 감천동은 각양각색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적도의 꽃’ 촬영이 이곳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6·25전쟁 때 피란민들이 몰려들면서 마을이 형성된 감천동 달동네는 1990년대 이후 재개발 등으로 인해 퇴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벽화와 조각 등 미술품이 설치된 후 전국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달동네를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주민자치회가 운영하는 카페가 생겨나고 관광안내 팸플릿도 만들었다. 주민들이 빚은 도자기 등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도 조성됐다.
사하구에 따르면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가 조성된 후 감천동을 방문한 관광객은 해마다 3만명 정도였고, 올해 이와 관련한 마을 축제를 벌여 관광객이 8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이전에는 골목길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방뇨를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으나 ‘아트 로드’가 생기고 난 후에는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청소년들의 비행장소나 우범지대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귀향 사하구청 창조전략계장은 “마을미술 프로젝트 이후 세대 간 소통이 원활해지고, 주민들이 생기를 찾았다”고 말했다.
서귀포·부산=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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