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체육담당인 박선생님께 내 일기장을 같다주었습니다. 당시 나는 계속해서 일기를 쓰고 있었습니다. 뜻밖에 선생님에게서 편지가 왔습니다. 당시 선생님의 편지 내용은 이렇습니다. '학현이 덕분에 또 펜을 들게 되었구나. 난 이글을 아주 곱게 정성껏 써 주고 싶단다. 왜냐하면, 너의 글은 너의 세계이며 난 너의 세계를 무심하게 보아넘기는 실수를 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너 말마따나 새가알에서 깨어나는 것, 이것은 그 새에게 있어 전 우주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또 어린아기가 울 때 그 슬픔이 그의 온 세계가 되고 있는 것처럼, 또 어머니가 자식들의 저녁을지을 때 그것은 그의 세계가 될수 있는 것처럼 학현의 생각들은 학현의 세계 일부이므로난 이것을 존중하기를 잊지 않기 때문이다. 너의 글들, 날짜가 없어도 무방한 몇 장의 내려 쓴 글을 읽어보았다. 요즈음 잃고 있던 단편소설보다 재미있게 나를 웃기고, 걱정스럽게 했고, 적당히 고개를 끄더이게도 했으므로 그중 몇 대목이 적힌 곳을 접어 놓고서 내 생각을 적은 것이다. 우선, 내 경우와 비교해 보자. 나는 너와 같은 당시에 쓴 일기는 훗날 내가 한일을 하나라도 빼놓지 않고 세세히 기억을 할 수 있게 하는데, 그래서 이 날들 내가 느끼고 겪은 일들을 다시 실감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을 두었었다. 넌, <일기 쓰는 법>에서 배운 형식 중, 편지 온 곳 가장 기쁜 일 슬펐던 일, 착한 일 한 일들 등을 뺀 날짜는 안 써도 무방한 그런 식으로 썼다. 마치 요즈음 내가 쓰고 있는 형식이다. 넌 글쓰는 법이 늙은이(?)같다. "일을 해라. 그리고 일을 써라. 일을 서술해라 일을. 뜬 구름 잡으려는 시인같이(?) 그러지 말라 내 성미에 맞지 않는다." "아 선생님 당치도 않는 말씀...어떻게 하라는 건지 갈피도 못잡게 그러십니다." 옳거니. 너 말이 옳을 수도 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개성이 있고 특성과 재능을 선물받고 나오니까 조그마하지만 소우주를 키워 나가는 너와 늙은 나의 우주가 어찌 같을 수가 있겠냐마는. 허나 방향이 같을진대 어찌 당치도 않을 수만 있겠느냐? 바보같이, 소녀가 어떻구 보보가 어떻구, 큐피트의 화살이 어떻구, 구름이 어떻구. 바람이어떻구.. 어떠면 어때! 시끄러워 죽겠다 원. 떠들어 대지 말고 차분히 좁은 방에서 책이나 펴서 공부하다가 시험치고 나서 들어앉아책이나 마구 읽어라. 동화책 역사책 위인전 퀴리부인전, 여자의 일생전... 성경책 통독. 구약, 신약...그리고 심심하면 나를 찾아와서 잘 되어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해주면 뭐 그게실수가 될 수 있겠니 원. 누구든지 나에게 진실히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들어준다. 빵이 먹고 싶어 유혹이 있느냐? 좋은 옷이 입고 싶어 유혹이 있느냐? 영화구경을 하고 싶으냐? 여행을? 책가방을? 음악이 듣고 싶어서 유혹이 있느냐? 그 외 방이 없어서 학용품이 화려한 것을 갖고 싶어서... 좋은 것이 갖고 싶어서 먹고 싶고 입고 싶어서...? 인간의 갈구가 비참하게도 낮고 저속하다 빌어먹을. 먹고 입는 것조차 해결을 보지 못하니 비참한 현실이다. 어머니 혼자서 새끼들을 먹이고입히기 위해서 솔게미처럼 싸워야 하는 현실이 위태롭다. 사랑하는 나의 제자 사랑하는 내 어린 친구 내 어린 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시철망같은 세상과 맞닥트릴 것이 신경질 나게 한다. 학현아 넌 나보다 이를지는 모르나 철들고 너의 일 네가 책임질 수 있는 처녀가 된 연후에나 연애를 시도해라. 네 말대로 대학교 2학년 그도 2학기 정도로. 이를수록 네가 알고있는 그 날개가 빨리 없어져 버리거나 작아서 보이지도 않게 될 것이 뻔할 뻔데기다 이말이다. 너 자신을 곧고 바르게 키우고 지키기 위해서라면 그 안에 누구라도 좋다. 너의애인이 되어 주마. 언니 오빠 엄마라도 좋다. 애인이라는 것을 우습게 느끼지 말아라. 애인이란 남자를 뜻하게 되겠지. 그럴 수도 있다만나서 하는 일이란 극장 음악감상실 음식점 탁구치기 다방... 뭐 그런 곳이고 할 일없이그러다가는 선물 나누기 다음은 여행 등산 이런 단계 아니냐. 친구와 같이 하면 친구가, 엄마와 같이하면 엄마가, 선생님하고 같이하면 선생님이 애인이아니겠니? 별 뚱딴지 같은 이야기도 다하고 자빠졌다고 할지 모르지... 의도를 네가 깨달아주길 바란다. 네가 예리한 것을 믿기 때문에 정확히 이해를 할 줄 알겠다고 생각한다. 자 그럼 접어논 대목을 펼치며 내 말을 계속해보자꾸나. <그때 선생님은 빨간...정말 예뻤어요. 허나 저에게 있어서 아름답지는 않았어요. 정말 이제는 하얀 츄리닝의 생각하는 모습이라든가 열심히 뛰는 아름다운 모습은 볼 수 없을까요?> 여기에서 학현이 너는 참 표현을 아니 표현이 아니라 너는 좋은 것을 알아 내었구나. 그래...아름다운 것이란 바로 네가 표현한 대로다. 아름다운 것이 여러 가지 있어 헤아릴 수 없다. 그러나 진실한 마음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땀으로 범벅이 되던, 옷이 더럽던, 거리에서 빵을 먹던(배가 고파서) 그 모습이 바로 아름다움을 발하고 사람의 마을을 움직이게 하는거란다. <우산으로 가려 그들에게 발견되지 않게끔 했다.> 심적묘사가 짧은 어휘 속에 잘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 한마디로 너의 심중이 공감되 느껴져 왔으니까 말이다. 글 쓸 땐 이런 것이 수법(?) 아니 요령이라는 것이 맞겠다. <내 주위에서 된 인간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자만에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인간들이 숱하다.> 네가 생각하는 된 인간은 자만에 차지 않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인간이라고 하는 것같구나. 이 문제는 세월과 함께 너 나름대로 밝혀가면서 된 인간이라고 낙찰지워 줄 사람들이 보이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면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니며 또 세상은 넓기 때문에 네가 가는 곳 어디서도 만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만이 없고 자신을 속이지 않는다. 이 두가지는 벅차다. 자고로 그 문제를 고스란히 지키는 자들은 정신적으로모자라거나 저능아 아니면 속세를 벗어난 철학자 종교인인들 중에서나 찾아 볼까... 원. <,...그리고 남편 뒷바라지 애들 교육은 영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다만 항상 애들 없이 연애 시절처럼 생각하고 바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은 늙기 때문에 그럴수는 없다고본다. 한 순간의 꿈일 뿐이다> 한 순간의 꿈일 뿐이다. 너의 글 중에서 가장 좋은 말이었다. 이 한 순간의 -어느 기간동안의-꿈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이것을 넌 깨닫고 있는 점이 어른스레 느껴진다. 마치<초원의 빛>이라는 영화에서 <초원의 빛>이라는 시의 대목처럼, 그 느낌이 어필해 오므로써 너의 글들이 생기를 얻고 있는 듯 싶다. 아름다움의 또 하나 그것은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하는 것. 아니 있는 것이라고 은사로부터 들었고 나도 새겨 들었었다. 부인이 되었으면 부인과 엄마와 며느리와 가정주부로서자격을 가지고 자기의 소신껏 능력을 다 기우려 이 직분에 충실하도록 자신을 내어 던져야 할 것을 넌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다. 넌 참 위대한 진리를 터득했다. 그래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모른다. 꿈은 꿈으로돌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것. 망각해야 할 것은 서슴없이 망각을...인간은 늙어 간다. 모든생물도 늙고 낡아가지만 서러진 않다. 허나 인간은 늙어가고 늙어서 있는 모습이 안타깝고 슬프지 않겠느냐? 후회 때문에 그리움 때문에 아쉬움 때문에 미련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외롭기 때문에 끝없는 욕망 때문에... 아무튼 좋다. 좋은 말이다 넌 어른스레한 말을 했다. 성인도 거의 몇 배로 살아온 인간들중에도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학현이 생일은 11월 1일이다. 생일을 축하한다. 신께서 창조하신 너를 축하한다. 아무도너와 같은 수 없는 너. 비록 초라하게도 자라기 위하여 버둥대는 모습의 너이지만 넌 뜻없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닌 것을 알아야 한다. 조그마하거나 크거나 둥글거나 찌그러 들었거나 너는 주위의 모든 것들을 포용하며 사랑하며 도와다구. 그리고 사람다운 사람이어야 한다. <붉은 해는 혀를 내밀 듯 쑤욱 솟아 오르고...>너의 표현이라면 창의력이 있어 좋다. <소녀> 시 맘에 안든다 졸음만 온다. 소녀여! 너는 날마다 즐겨 안개에 싸인 새벽 샘터를 찾았다. 가을의 살랑 바람은 너의 짧은 머리칼에 좋았으며 너의 눈망울은 언제나 웃고 있었다. 그리고 빨간 들국화는 너에게 너무도 고왔었다. 너는 하늘을 우러러 걷기를 기뻐했으며 가을의 모든 푸르름을 사랑했었다. 소녀여! 너는 언제나 부끄러움에 머리를 숙였었고 들국화 같은 빨간 웃움을 웃었다. 그리고 안개에 싸인 새벽 샘터를 너무도 좋아 했었다. 차라리 이렇게 단어라도 바꿔라, 원 발전지향성이 안 보이는 글은 더욱이나 시같은 것은화가 나게 고라타분하다. 소녀가 그따위라면 커서 뭐가 되겠니 원. 자, 이학현 학생. 이글은 어찌 너와의 말이겠니...? 현대의 고심을 안고 어려움을 딛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 그리고 특히나 괴로워 하는 자에게무한한 신의 자비와 사랑이 충만하길 빌면서 그만 오늘을 맺고자 하노라. 책을 펴거라 그리고 열심히 외워대라. 우선 생존을 위해서 싸움을 이기던지 버티던지 해야 한다는 것 오뚝이처럼 7전 8승이다. 그럼 굿바이-.' 나는 당시 선생님의 편지를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다만 내 시를 고리타분하다느니 발전 지향성이 없다느니 하는 말들만 눈에 크게 들어와 마음의 상처로 새겨졌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읽어 본 선생님의 편지는 선생님의 친구나 또는 자기 자신에게 쓴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학교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치고는 너무도 어른스러웠으니까요. 그러나 이렇게 정성껏 내 일기에 줄까지 쳐가며 일기를 보아주고 일일이 자신의 느낌을 적어 보내 온 선생님의 편지 내용은 오랫동안 내 가슴 속에 간직되었고 나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했습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