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 은퇴’ ‘정년퇴직’ 시니어, 그림책으로 독서 재입문

  • 동아일보
  • 업데이트 2023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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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연 기자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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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구매자 11%가 50대 이상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도

해 저무는 저녁, 등허리가 굽은 할아버지가 거실 바닥에 홀로 앉아 어항 속을 들여다본다. 화분에 물을 주고, 장을 보고, 밥을 먹고…. 긴 하루를 보낸 노인은 잠들기 전 공책에 이렇게 끄적인다. “보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나의 아내에게 하늘나라로 오늘도 안부를 띄워 올립니다.” 올 1월 출간된 그림책 ‘그곳은 따듯한가요’(쥬쥬베북스)의 내용이다. 아내와 사별한 할아버지의 하루를 그린 이 그림책은 ‘노인을 위한 그림책’이다.

최근 출판계에선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를 겨냥한 그림책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할머니의 뜰에서’(책읽는곰), ‘영춘 할머니’(북극곰), ‘옥춘당’(길벗어린이) 등이다. 시니어가 그림책 독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그림책 구매자 가운데 50대 이상의 비율은 2013년 4.6%에서 지난해 10.8%로 늘었다.

장은수 출판평론가는 “자녀 양육과 생계 문제로 한동안 독서와 단절됐던 시니어들이 ‘육퇴’(양육 은퇴), ‘정년퇴직’ 후 다시 독서의 세계에 발을 붙이는 입문 도서로 그림책이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부터 각 지역 도서관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 강좌가 열린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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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엔 시니어 그림책 전문 출판사가 설립됐다. 출판사 ‘백화만발(百花晩發)’을 세운 백화현 그림책 작가는 현재까지 총 9권의 ‘시니어 그림책’을 펴냈다. ‘할머니의 정원’ ‘복순의 꿈은 배우였다’ ‘정 씨 할아버지의 작은 박물관’ 등 모든 책의 주인공은 노인이다. ‘살구꽃 필 무렵’(나한기획) 등 실버 동화 시리즈를 기획했던 고희선 경동대 간호학과 교수는 “그림책은 나이와 무관하게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서 “시니어 그림책은 노인에겐 따뜻한 위로를, 젊은 세대에겐 노인에 대한 이해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장 평론가는 “그림책이 어린이만의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니어 그림책 독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