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행사 잡아놨는데… 교과부 ‘재난대피 훈련’ 독려
시·도 교육청에 공문 보내
일선 학교들 일정 뒤죽박죽
한겨레 김민경 기자기자블로그
교육과학기술부가 어린이날을 앞둔 다음달 2~4일 범정부 차원에서 실시하는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 참여를 위해 일선 학교의 다른 행사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날을 맞아 운동회 등 각종 기념행사를 계획해 놓은 일선 학교들의 학사일정이 차질을 빚게 돼, 일선 학교와 교원단체 등이 반발하고 있다.

22일 교과부가 ‘안전한국훈련 기간 중 재난안전훈련 분야 외 행사 지양’이란 제목으로 지난 12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에 보낸 공문을 보면, 교과부는 “일부 학교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실시하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 각종 시험, 소풍 등 학교 자체 행사는 4월29일 이전이나 훈련이 끝나는 5월6일 뒤에 실시할 수 있도록 조정하라”고 요청했다.

교과부는 이에 앞서 지난 2월에도 “오는 4월27일 치러지는 재보선 때문에, 2011년 재난대응 안전한국 훈련을 원래 예정된 4월27일~29일에서 5월2일~4일로 변경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보내,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훈련 기간에는 각 공공기관에서 대규모 풍수해 등 자연재해 대응훈련, 테러·인적 재난 대비훈련, 지진·화재 대피훈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선 학교와 교원단체 등은 조정이 가능한 재난대응훈련 일정에 맞추느라, 일선 학교들에서 결정해 공지까지 마친 학사일정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금병 서울 동작초 교사는 “원래 5월3일에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소운동회를 하기로 했는데, 어린이날 뒤로 미뤄서 학생들이 아쉬워했다”며 “어린이날 기념행사는 해마다 하는 것인 만큼 교과부가 이런 일정을 고려했다면 일선 학교에서의 혼란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이날 성명서를 내어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면서도 “교과부는 학사일정과 예정된 어린이날 행사를 갑자기 연기하고 재난 대피 훈련으로 대신할 경우 학생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5월 초 훈련 실시에 반대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병석 교과부 비상계획담당관은 “지난 2월 이미 공문을 보냈고, 어린이날 행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일정을 조정하라는 것”이라며 “교과부가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소방방재청에서 국무총리의 승인을 받아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