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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듯 모를 듯…현대미술이 난해한 까닭은?
웹아트그룹 '장영혜중공업'·김소라 씨 작품전
입력: 2010-10-05 17:18 / 수정: 2010-10-06 03:32

'장영혜중공업'의 웹아트 '그는 정신이 나가서 자기를 떠나지 말라고 빈다'. /갤러리 현대 제공
현대미술이 난해한 까닭은 뭘까? 한마디로 '미술을 회의(懷疑)하는 미술'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그저 '감상하는 미술'이 아니라 '생각해야 하는 미술'인 것이다.
현대미술의 의미를 되묻는 전시회가 서울 강남과 강북에서 나란히 열린다.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7일 개막되는 웹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의 작품전과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 마련된 김소라씨(45)의 개인전은 관람객의 다양한 해석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예술로 재탄생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웹을 통해 작품을 생산하는 그룹 장영혜중공업은 이름부터 낯설다. 이는 1999년 웹 아티스트 장영혜씨와 중국계 미국 작가 마크 보주가 만든 웹아트 그룹.1999년 '삼성'이란 작품을 발표한 이래 2000년과 2001년 두 차례 웹아트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웨비상'을 받았고,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파오!파오!파오!'라는 작품을 출품해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4년 9월에는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플래시 프로그램으로 만든 움직이는 텍스트와 음악으로 '문을 부숴!(Bust Down the Door!)'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최대기업 삼성을 소재로 현대 산업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이들의 작품이 삼성의 로댕갤러리에서 전시된 것이다.
6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다운 인 후쿠오카 위드 디 벨라루시안 불르즈'.1873년 프랑스 시인 랭보와 폴 베를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동성 연인 사이였지만 싸움 끝에 베를렌이 랭보를 향해 총을 쏴 손목에 상처를 입힌 이야기를 웹아트로 보여준다.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은 플래시 프로그램을 이용한 텍스트 애니메이션이다. 텍스트는 흰 스크린이나 LED TV 화면 위에서 작가가 여기저기서 샘플링하고 때로는 만들기도 한다. 전시장에는 음악의 비트에 맞춰 빠른 속도로 점멸하는 고딕문자들의 움직임이 현란하다.
영화 '토탈 이클립스'에도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작품 감상의 실마리를 던져주긴 하지만 화면 속에 등장했다 사라지는 영어와 한글 텍스트들은 토막토막 이어질 뿐 서사적 줄거리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작가의 작품 설명문은 이 이야기를 랭보와 베를렌에서 차용했지만 사실은 자신들을 비롯해 불안정한 존재인 예술가들의 이야기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11월7일까지.(02)2287-3500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참여작가인 김소라씨는 개인전의 주제나 작품 이름을 아예 붙이지 않았다. 특정한 제목을 붙여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과 작가 모두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다. 제목 없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이 마음대로 제목을 붙일 수도 있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숫자 11개가 군데군데 서 있는 전시장에서는 닭 울음소리와 노래,새벽 경매시장의 외침 등 일상에서 채집한 16가지 소리가 64개의 스피커에서 부조화하게 뒤섞여 흘러 나온다. 숫자 7은 폭풍우에 부러진 나무 아래에 깔렸고 한쪽에선 바다에 떠있던 부표가 좌대 위에 놓였다. 나무와 부표는 산과 바다에서 주워온 것.숫자와 나무,부표들 같은 오브제들의 사이엔 스피커의 연결선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깔렸다.
관람객들은 전시 제목이 없어 어떻게 작품을 이해해야 할지 곤혹스럽다. 알 수 없는 오브제들이 뒤섞인 풍경도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작가 역시 오브제들의 의미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숫자 작업에는 아예 '돈 애스크 미 와이'(Don't ask me why · 왜냐고 묻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었다.
작가는 "원래 기획은 훨씬 더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코드였다"며 "관객이 무엇을 느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보다는 관객도 자신만의 관점이 있을 테니 자유롭게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2월5일까지.(02)0544-772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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