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하기보다 ‘나만의 공부법’ 찾으세요
한겨레 김청연 기자
3인의 멘토를 만나다 / 서울 상원중2 임수민양

대학 진학만큼 고교 진학이 중요해지면서 중학생들의 고민은 날로 커진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큰일이고, 공부를 잘할 자신이 없어요. 저한테 맞는 공부 방법을 못 찾았어요.” 말만 조금씩 다를 뿐 고민들은 대체로 이렇게 정리된다.

서울 상원중 2년 임수민(사진 가운데)양의 고민도 다른 중학생 친구들과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사와 의사를 해보고 싶은데 적성이 어디에 더 맞는지 모르겠어요. 확실한 목표를 갖고 공부하고 싶은데…. 외고와 자사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제 성적으로도 갈 수 있나요? 저한테 맞는 학습법도 찾고 싶어요.” 지난 6일 저녁, 수민양은 신촌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한 강의실에서 3인의 멘토(고정민 강남종합고용지원센터 취업클리닉팀·맨 오른쪽, 이지은 <중학교에서 완성하는 자기주도학습법> 저자·오른쪽 둘째,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맨 왼쪽)와 만나 여러 중학생들이 공감할 만한 고민을 털어놨다.

“의아하지 않았어요? 농림 분야가 높게 나왔잖아요. 이런 거 나오면 정말 농사지어야 하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거든요.” 고정민씨가 직업 흥미검사 결과지를 놓고 수민양의 기초 흥미분야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게요. 제 생각엔 수민이 취미를 말해준 게 아닐까 싶어요. 아이가 화분 가꾸는 걸 좋아하거든요.” 어머니 윤성미씨의 짐작이 맞았다. “네. 어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 머리 쓰는 걸 좋아하는데 수민이는 손을 쓰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죠. 어머니 말씀처럼 취미생활이 반영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이건 ‘현실형’의 특성이죠. 수민이는 ‘현실형’이 두 번째로 높아요.”(고정민씨)

직업흥미검사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유형은 ‘사회형’이었다. 사회형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실제 수민양은 아이들과 노는 걸 좋아하고, 누군가에게 뭔가를 잘 가르쳐주는 성격으로 사회형이 두드러져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 직업과 잘 맞는 편이었다. 하지만 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할 땐 더 구체적인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 “수술하는 의사도 해보고 싶은데 무서워요.” 마침 수민양이 이런 이야기를 하자 고씨가 지인의 사례를 들었다. “의사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어요. 내과, 외과, 소아과, 치과, 피부과 등 정말 다양하죠. 제 친구 중에도 피부과 쪽으로 가려고 했다가 진단검사 쪽으로 진로를 바꾼 의사가 있어요. 피부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이 친구는 내성적이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고민하다가 환자를 안 만나는 분야로 가게 된 거죠. 수민이랑 반대죠. 의사라 해도 다양한 분야의 의사가 있으니까 사회형과 현실형이 높은 수민양한테 적합한 분야로 구체적인 진로 설정을 해보는 게 좋아요.”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수민양을 보면서 윤씨는 “군인도 괜찮을 거 같은데 어떤지 모르겠다”고도 물었다. 고씨는 “군인은 사회형과 관습형이 강한데 어떤 직업이나 그렇지만 장단점을 잘 봐야 한다”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데 반감을 갖는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고, 예를 들어, 나라 정책에 따라 해야 할 일들이 달라질 수 있단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요? 도둑 잡아주니까 다른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일이잖아요.” 실제로 수민양은 경찰에 대해 막연한 정보만 알고 있었다. “보세요. 지금도 구체적인 근무환경에 대한 생각보단 그냥 막연히 사람들한테 좋은 일이기 때문에 해보고 싶다고 하죠. 경찰도 서비스정신이 필요한 분야라 사회형이 강한 수민이한테 잘 맞겠지만 더 구체적으로 장단점을 파악했으면 합니다.”(고정민씨)





“자사고나 외고 진학도 가능한가요?” 반드시 자사고나 외고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수민양한테는 기왕이면 성적이 좋은 친구들과 공부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고교 진학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편이었다. 실제로 수민양이 자사고라고 말한 학교는 학교 운영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자율고’를 의미했다. 유성룡 실장은 “자율고는 교장 재량이 높아서 비교적 자율적으로 운영되는데 수민이 성적이라면 진학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유 실장은 “그렇지만 성적보다 중요한 건 외고를 가려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요즘 외고 진학에서 점점 중요해지는 건 진로입니다. 의사가 꿈이라면 외고가 안 맞죠. 몇 년 전에는 외고 가면 의대 진학도 가능했는데 앞으로는 어려워요. 외고로 간다면 어문 분야로 가서 어떤 직업을 갖겠다는 식으로 설계가 돼야 합니다. 만약 과학고로 간다면 수학, 과학을 잘해야 하는데 수민이는 과학 성적이 높진 않고, 실제로 관심도 없는 거 같아요.” 유 실장이 “자사고, 외고 친구들이 공부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니냐?”고 하자 수민양은 멋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제도가 바뀌면 바뀔수록 진학은 진로와 관련이 깊어지기 때문에 진로에 맞는 진학이 필요해요. 그리고 내가 가는 고교가 기숙사 체제인지, 통학을 한다면 집과는 얼마나 먼 거리에 있는지 등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앞으로 3년 동안 다닐 곳이니까요.”

진학과 관련해 윤씨의 궁금증 가운데 하나는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상세한 정보였다. “예를 들어 교과외 수상기록이 있어도 요샌 학생부에 안 적는다고 하더라고요. 의미가 없는 건가요?” 유 실장은 “그건 자기소개서에서 직접 적게 돼 있다”고 설명하면서 “그래서 자기소개서 쓰는 일이 중요해진다”고 했다. 활동적인 성격이라 책을 읽고, 글 쓰는 걸 싫어한다는 수민양이 입학사정관제 등 최근의 달라진 진학 제도에 맞춰 학교에 가고, 제대로 공부를 하려면 읽기와 쓰기는 기본적으로 길러둬야 하는 능력으로 손꼽혔다. “예를 들어, 경찰관이 되고 싶다면 이유가 있어야 하고, 어떤 경찰이 될 것이라고 말이나 글로 구체화해볼 수 있어야죠. 사실상 말하기, 쓰기 등은 어떤 계열에 가더라도 중요합니다.”(유성룡 실장)

수학 학원 외에 학원은 안 다닌다. 학교 수업을 듣고 와선 인강(인터넷강의)을 듣고 진도에 맞춰 문제집을 푼다. 시간을 딱 정해놓기보단 스스로 풀 수 있을 때까지 푸는 편이다. 주말에는 주중에 나간 진도에 맞춰 문제집을 두 권 정도 푼다. 수민양의 평소 공부 스케줄은 단순했다. “완벽해요!” 수민양의 학습법을 진단한 이지은씨는 “자료로 보면 공부를 참 깔끔하게 잘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곧 윤씨의 지적으로 최근의 걱정거리가 하나 드러났다. 문제집 위주로 공부하던 수민양은 얼마 전부터 노트정리를 예쁘게 잘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안 하던 노트정리를 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노트정리가 좋고 나쁘고는 수민양 스스로 이걸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 있었다. “문제집 풀던 때랑 노트정리 할 때랑 어떤 때가 더 편하던가요?” 이씨가 묻자 수민양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씨는 “이 문제는 어떤 게 더 좋고 나쁘다는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이걸 하는 게 편하고 안정적이면 하는 거고, 힘들면 안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단 이씨는 “노트정리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있고, 만약 노트정리가 안 맞는다면 수민양한테 맞는 방법으로 이런 효과를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성장 단계상 중2 사고 수준에선 학교에서 수업 들은 것과, 문제집에서 본 걸 융합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근데 노트정리 하다 보면 내가 여기저기서 배운 것들을 물리적으로 한눈에 정리해볼 수 있게 되죠. 아이들이 노트정리를 하는 이유입니다. 근데 노트정리만이 그런 효과를 내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지식들을 어떤 덩어리로 만들어보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죠. 예를 들어, 문제를 푼다면 문제집 옆에 여백에다 개념을 정리해서 적어본다거나 하는 수준에서도 충분히 필기 효과가 날 겁니다. 굳이 안 하던 걸 하느라고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어요.”

오히려 수민양한테 위험한 것은 자신의 학습 방법에 대해 스스로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거였다. 마음이 불안한 탓에 수민양은 시험이 가까워질 때마다 늘 새로운 문제집을 풀었고, 틀린 문제가 나오면 불안해했다. 이씨는 “주중에 복습하며 문제 풀고, 주말에 문제집 두 권 정도 푼다는 건 매우 좋은 공부 방법이지만 시험 열흘 전부턴 새로운 문제를 풀지 말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풀어둔 문제집이 한두 권 있으니까 그것만 봐도 충분해요. 문제에 접근할 때 내가 주중에 인강 하면서 풀었던 문제를 다시 한번 훑어본다고 생각하고 마무리를 해야 해요. 지금 풀어서 몇 개 맞히는지 보자는 식이 아니라 문제를 보면서 유형을 잘 들여다보세요. 사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싶을 때 새로운 문제집을 풀어요. 근데 그걸로 점수가 결정되진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해요. 시험 전엔 스스로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이지은씨)

이날 멘토링 말미에는 수민양한테 2% 부족한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부 성적을 보던 유 실장은 “1학년, 2학년 때 성적을 보니 1학년 때 잘한 과목은 2학년 때 떨어지고, 1학년 때 못한 과목은 2학년 때 오르는 경향이 보인다”며 “특히 영어와 수학이 시소 타듯 반대로 오르내리고 있는데 이렇게 치우치는 공부는 지양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수민양과 윤씨는 “사실 그건 알고 있었던 점”이라며 “알고 있었지만 잘 실천 못 했던 것들을 멘토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구체적으로 실천해봐야겠다”고 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