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특목고·외국출신들 잔치
지난해 합격자 중 성균관대 65%, 이화여대 52% 차지
한겨레
 서울지역 일부 사립대학들이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특수목적고(외국어고·과학고·국제고·영재고)와 외국 소재 고교 출신 학생들을 많게는 3분의 2가량 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성적 위주의 선발 관행에서 벗어나, 열정과 잠재력을 지닌 학생들을 뽑자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성균관대는 201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선발하는 전체 모집인원 754명 가운데 외국 소재 고교 출신(외국인 포함) 학생은 285명(37.8%), 특목고 출신 학생은 207명(27.6%)을 뽑았다. 둘을 합치면 65.25%로 전체의 3분의 2에 가깝다. 2009년 기준으로 전국 특목고 졸업생은 9817명으로 전체 일반계고 졸업생 42만4888명의 2.3%에 불과하다.

 이화여대는 전체 정원 425명 가운데 외국 고교 출신 학생은 25명(5.9%)을 선발하는 데 그쳤지만, 정원의 절반에 가까운 196명(46.1%)의 특목고 출신 학생을 선발했다. 한양대 역시 정원 1067명 가운데 외국 고교 출신 학생은 28명(2.6%)에 그친 반면, 특목고 출신 학생은 163명(15.2%)을 뽑았다.

 연세대는 정원 557명 가운데 외국 고교 출신 학생은 154명(27.7%), 특목고 출신 학생은 56명(10.1%) 선발했으며, 중앙대는 정원 1350명 가운데 외국 고교 출신 학생은 343명(25.4%), 특목고 출신은 24명(1.8%)을 뽑았다. 반면 입학사정관제로 145명을 뽑은 서울대의 경우, 특목고 출신이 4명(2.76%)에 그쳤고 외국 고교 출신은 한명도 없었다. 이는 서울대가 농어촌 출신 학생이나 저소득층 학생을 위주로 뽑는 기회균형선발 전형에서 입학사정관제를 실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 법원이 2009학년도 입시에서 특목고 등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고 인정한 고려대는 출신 고교 통계 제출을 거부했다.

 서울의 한 고교 진학지도 담당 교사는 “원래 특목고나 외국 소재 고교 학생, 외국인 학생을 뽑던 특별전형에다 입학사정관제라는 간판을 붙여 학생을 선발하는 바람에 입학사정관제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